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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 에너지 공기업 너도나도 자구책, 실현성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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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 에너지 공기업 너도나도 자구책, 실현성은 "글쎄"

석유공사 다나 유전 지분매각 애쓰지만 해외투자자 반응 없어
文정부 '탈원전-한전공대' 공약 이행 바쁜 한전 '최대적자' 딜레마

한국석유공사 울산본사 전경. 사진=한국석유공사 이미지 확대보기
한국석유공사 울산본사 전경. 사진=한국석유공사
[글로벌이코노믹 김철훈 기자] 이명박 정부 때 '자원외교' 선봉에 나섰다 부채난에 빠진 에너지 공기업들이 각종 자구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기대대로 재무구조가 개선될지 불투명해 보인다. 특히 해외자산 매각이 계획대로 이뤄질지 우려하는 시선이 많다.

더욱이 효율성 검토 없이 정부의 공약 사업에 앞장서다 재정난에 빠진 공기업들의 행태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어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 재무구조 개선 위한 해외자산 매각, 헐값 감수해야 할듯


한국석유공사는 지난주 '비상경영계획'을 발표해 해외 우량자산 지분 매각, 간부급 및 해외인력 감축, 양수영 사장 임금 절반 반납 등 강도 높은 자구책을 밝혔다.

이를 통해 지난해말 기준 2287%에 달하는 자기자본 대비 부채총액 비율을 올해 말까지 1200%대, 내년 말까지 500%대로 낮춘다는 목표다.

2017년 부채비율이 719%였던 석유공사는 지난해 부채비율이 3배 넘게 급증했다. 당기순손실도 2017년 7338억원에서 지난해 1조1595억원을 기록하며 악화된 재무상태를 여실히 드러냈다.

이는 공격적으로 추진했던 해외자원개발 사업이 당초 기대와 반대로 서서히 수익을 내기는 커녕 지속적으로 손실을 냈기 때문이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자원외교 1호사업으로 불렸던 이라크 쿠르드 유전사업은 사회간접자본(SOC)을 건설해 주고 광구 탐사권을 받았는데 10년간 이 사업에서 손실만 6352억원이 났다.

해외 자원을 사들이여 무리하게 돈을 빌리는 바람에 지난해 이자비용만 4200억원을 쓰기도 했다.

이에 따라 석유공사는 알짜 자산으로 불리는 미국 셰일가스 광구 이글포드와 영국 북해 유전 자회사 다나페트롤리엄을 이들 두 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한 채 지분 30~40%만 매각해 8000억~9000억원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아랍에미리트(UAE)와 카자흐스탄에 있는 다른 자산들도 패키지로 묶어 투자유치함으로써 총 2조4000억원을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미국 이글포드 가스전과 영국 다나 유전은 그나마 공사가 보유한 몇 안되는 수익이 나는 사업으로 알려져 있다. 다나 유전은 2017년 영업이익 1660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탈출에 성공한 바 있다.

하지만 문제는 부실 자산만으로는 팔리지 않는 상황에서 알짜 자산과 부실자산을 패키지로 묶어 팔고자 해 헐값 매각이 불가피해 보인다는 점이다.

더욱이 영국 다나 유전은 최근 수익이 나고는 있지만 매입 당시에 비해 가치가 크게 하락해 알짜라고 부르기도 어색한 곳이다.

석유공사는 2010년 다나 유전을 3조4000억원에 인수했다. 하지만 외신에 따르면 다나 유전은 매장량 과대평가, 실적 부진 등으로 2017년 기준 가치가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으로 평가됐다.

특히 석유공사는 이미 올해 초 다나 지분 30%를 약 5936억원에 매각하려고 나섰지만 아직까지 매입에 나선 해외 투자자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은 "인수 당시 평균 주가를 감안했을 때 석유공사가 1조원이나 더 많은 돈을 주고 다나를 인수했었다"며 "인수부터 지금까지 부실 해외자원개발의 전형적 모습을 보여줬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국 이글포드 지분은 2011년 미국 석유회사 아나다코로부터 1조 7400억원에 인수했다.

한국광물자원공사의 경우 3월 중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한국광해관리공단을 통합해 새로 한국광업공단을 설립하는 '한국광업공단법'이 국회에서 제정되면 광해관리공단과의 통합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광물공사는 이미 호주 물라벤 유연탄 광산의 지분을 매각했고 2016년에 2020년까지 전체 인력의 20%를 감축하기로 했지만 지난해 국정감사로부터 더 높은 수준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 '플러스알파'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광해관리공단과의 통합과 더불어 파나마 코브레파나마 구리광산의 지분 매각도 추진 중이다. 파나마 구리광산은 세계 10위권 규모의 구리광산으로 알려져 있는데 광물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전체 10%로 약 1조원 규모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해 LNG캐나다사업 보유지분 10%를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에 매각하는 등 지분매각을 통한 자산합리화 성과도 내고 있으나 여전히 지속적인 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문제는 지난해 9월 정승일 전 사장이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으로 임명된 후 6개월째 수장 자리가 공석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사장 공모 절차에 착수하기도 했으나 재공모 가능성이 나오면서 사장 공석이 올해 상반기까지 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산자부에 따르면 가스공사 부채는 29조원로 석유공사(17조1000억원), 광물공사(5조4000억원)보다 월등히 많다.

하지만 수장이 없다보니 해외자원 개발사업 실패로 인한 천문학적인 손실과 부채 감축에 대한 구조조정이 더딜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가스공사는 2022년 부채비율을 274% 수준으로 관리하기 위해 총 1조9700억원 규모의 지분을 매각한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 효율성 검토 없는 맹목적 정부공약사업 추진, 지금도 '현재 진행형'


효율성 검토 없이 맹목적으로 정부 공약사업에 앞장서다 재정 악화에 직면한 에너지 공기업은 과거 정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한국전력공사(한전)는 지난해 6년만에 처음으로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문제는 한전이 작성한 '2019년 재무위기 비상경영 추진계획(안)'에 따르면 올해 영업적자가 2조 4000억 원, 당기순손실 1조9000억원으로 예상돼 '적자 늪'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라는 점이다.

한전은 부인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른 원전 가동율 감소와 그로 인한 LNG 등 원료구입비용 증가가 재정악화의 주된 원인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한전의 영업이익은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내세운 2017년부터 가파르게 하락세를 나타냈다.

더욱이 이러한 상황에서 설립비용 5000억원, 운영비 매년 600억원이 투입되는 한전공과대학을 내년 하반기 착공할 계획이다. 한전공대 설립은 문재인 대통령 공약사업이다.

한전공대는 자체 수익을 내지 못하는 사업임에도 이를 위한 재원조달 계획은 아직 '백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전은 비상경영을 통해 올해 약 1조7000억원의 비용을 줄여 영업적자를 1조원 이내로 최소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그 이익개선 계획 중 하나로 '주택용 누진제 및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개선', 즉 전기요금제 개펀을 통한 전기료 인상이 들어 있어 논란이 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공기업의 부채는 정부부채보다 더 심각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공공기관 부채는 2022년 539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공기업의 존재 이유상 민간투자가 어려운 부분에 총대를 메고 나서야 할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낙하산 인사에 의한 수장의 전문성 결여, 이로 인해 노조에 잘보여야 할 수밖에 없는 수장의 선심성 임금인상과 과도한 복지확대, 사업확대를 틈탄 방만경영 등 공기업이 안고 있는 문제는 한둘이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이 정부부채를 산정할 때 공기업 부채를 포함시키지 않는 탓에 공기업 부채 문제의 심각성에 둔감할 수 있지만 이 역시 국민의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는 점에서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철훈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