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엘리엇 파고 돌파한 정의선號, 공식 출항 나선다

공유
0

엘리엇 파고 돌파한 정의선號, 공식 출항 나선다

정현대차·모비스 등 사내이사 등재로 경영기틀 마련
엘리엇과의 대결에서 ‘완승’으로, ‘정의선’에 힘 실려
실적개선·지배구조 개편 남아…엘리엇 맞대결 예고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에서 열린 '제51기 정기 주주총회'<사진=뉴시스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에서 열린 '제51기 정기 주주총회'<사진=뉴시스 제공>
[글로벌이코노믹 민철 기자]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총괄수석부회장이 경영기틀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항해에 나서게 된다.

정 수석부회장이 22일 그룹 핵심 계열사인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와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사실상 현대차그룹의 사령탑이 됐다. 정몽구 회장도 현대차 대표이사에 동시에 이름을 올렸지만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내부 조직이 ‘정의선 체제’로 꾸려진 만큼 이번 주총을 계기로 공식적인 ‘정의선 시대’가 막이 올랐다는 평가다.
현대차 주총에서 정 수석부회장이 사내이사에 오름에 따라 현대차는 정 회장과 정 수석부회장, 이원희 사장, 하언태 부사장 등 4인 대표이사 체제로 구성됐다. 현대모비스도 정 회장과 정 수석부회장, 박정국 사장 등 3인 체제로 출범하게 됐다.

지난해 9월 그룹을 총괄하면 개혁과 변화를 추진해 온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기아차, 현대제철 등 그룹의 4개 핵심계열사 사내이사와 일부 대표이사를 맡게 됨에 따라 ‘정의선 체제’ 구축을 완료하게 됐다.

이번 주총에서 미국계 행동주의펀드인 엘리엇과의 대결에서 완승을 하게 되면서 정 수석부회장은 한층 공고한 경영권을 확보하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3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을 골자로 한 지배구고 개편안을 내놨었다. 이에 엘리엇은 지배구조 개편안이 미흡하며 주주가체 제고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반대를 표명했다. 여기에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도 엘리엇 주장에 힘을 실어주면서 현대차그룹의 합병안은 좌초됐다. 동시에 정 부회장의 입지도 위축됐다.

엘리엇은 합병안 뿐 아니라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제안을 통해 압박 기조를 유지해왔다.

엘리엇은 올해 1월 현대차에 주주제안을 보내 보통주 주당 2만1967원을 배당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현대모비스에는 보통주 주당 2만6399원, 우선주 주당 2만6449원의 배당을 요구했다. 현대차와 모비스 배당 총액 기준 각각 4조5000억원과 2조50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엘리엇은 현대차와 모비스에 사외이사 후보 각각 3명, 2명을 추천하기도 했다.
엘리엇의 요구가 기업의 미래 기술 확보를 위한 유동성 확보보다는 단기 이익에 치중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시장의 반감이 커졌다.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 루이스와 ISS가 엘리엇의 고배당에 반대 입장을 내비치면서 현대차그룹에 우호 환경이 조성됐고, 국민연금 또한 동조하면서 주총 이전부터 현대차그룹의 승리가 예견됐었다.

결국 이날 열린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총에서 엘리엇의 고배당 요구와 사외이사 선임 건이 모두 부결되면서 현대차그룹이 완승을 거두게 됐다. 이는 정 부회장의 경영권 공고화로 이어지면서 앞으로 경영 행보에도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주총에서의 엘리엇 완패가 정 부회장에 대한 온전한 지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총에서 엘리엇을 돌파한 정 부회장에 주어진 과제는 실적 회복과 지배구조 개편이다. 현대차는 올해 역대 최다 신차를 투입해 'V자 반등'을 이룬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사장은 주총 인사말을 통해 “올해 역대 최다인 8종의 신차 투입을 준비하고 있다”며 “쏘나타와 제네시스 G80, 브라질 HB20 후속 등 주력 볼륨 모델 및 현지 특화 차종과 더불어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신차 출시를 통해 SUV 풀 라인업 구축을 완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주총에서 현대차그룹이 완승을 거뒀지만 엘리엇과 추가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현대차지배구조 개편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요구하는 순환출자 해소와 더불어 지배구조 단순화는 정 부회장의 경영권 마지막 승계 퍼즐로, 늦어도 올해 안에는 재시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민철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