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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시사의 창] 90㎡ 땅에 135억 근저당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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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시사의 창] 90㎡ 땅에 135억 근저당이라니

설정권자는 우리나라서 가장 비싼 집을 짓는 사람으로 알려져

[글로벌이코노믹 오풍연 주필] 경제면 기사가 두 개가 눈에 띄었다. 하나는 이른바 알박기 땅. 대구의 한 지역주택조합이 “개발업자 한 명이 사업부지에 130억원대 근저당권을 잡고 합의금 100억원을 요구하며 주택 사업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하나는 이 개발업자의 인터뷰 기사. 두 개가 천양지차였다. 알박기는 나쁜 사람으로, 인터뷰는 은둔의 사업자로 묘사했다.

대구 수성범어지역주택조합원 400여 명은 23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라움아트센터 앞에서 “개발업자 박모 씨가 사업 부지 내 90.7㎡ 땅에 무려 135억원의 근저당권을 잡은 탓에 상반기 예정된 분양 일정이 수개월 늦어지고 있다”며 근저당권 해지를 촉구했다. 이들은 “박모 씨가 근저당권을 설정한 땅은 감정평가액 3600여만원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박모씨가 근저당권이 말소되지 않으면 분양사업이 불가능하는 것을 알고 의도적으로 고액의 근저당권을 설정해 100억대의 합의금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합 측의 설명을 들어본다. 박모 씨가 사업 부지 내 땅에 설정해놓은 근저당권 탓에 분양이 늦어지면서 분담금을 낸 조합원은 거액의 금융비용을 물어야할 처지라고 한다. 조합원들이 주말에 서울까지 올라와 시위를 한 이유다. 조합이 차입한 금액은 2600억원 대로 사업이 지연되면서 조합원 950명이 내는 한달 금융이자만 15억원에 달한다는 것. 수성범어지역주택조합은 대구 수성구 범어동 189의2 일원에 있다. 1868가구 규모의 주상복합단지를 상반기 분양할 예정이었는데 차질이 생긴 셈이다.

있는 사람의 전형적인 갑질로 비쳤다. 참 나쁜 사람이구나 하면서 기사를 보는데 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 사람에 관한 뉴스였다. `은둔의 경영자` 박** 회장으로 소개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고급 주택을 짓는 사람이다. 그래서 더 눈에 번쩍 띄었는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긴가민가 했다. 기사를 그대로 옮겨 본다.

그는 30년에 걸쳐 트라움하우스 네 단지(1·2·3·5차)를 지었는데, 2003년 지은 5차는 올해까지 14년 연속 국내 최고가 공동주택에 이름을 올렸다. 서울 서초구 트라움하우스 5차 펜트하우스(전용 273㎡) 공시가격은 최고 68억6400만원으로 시세가 200억원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등이 트라움하우스를 샀다. 슈퍼리치들 사이에선 모르는 이가 없지만, 세상에는 알려진 게 거의 없는 그다.

그런 사람이 바로 박 회장이다. "사업은 돈을 벌려고 하는 거지만, 돈을 좇으면 결국 망가지더라"면서 "내가 세상에서 무슨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그대로 정진하면 돈과 성공은 저절로 따라온다고 믿는다"라고 한 대목도 나온다. 라움아트센터도 그가 지었다. 두 개의 기사가 너무 상반되지 않는가. 설마 했는데 같은 사람이었다.

무슨 곡절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누가 보더라도 근저당권 설정은 부당이득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오풍연 주필 poongye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