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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설계사 "4대보험 가입 의무화하면 설자리 줄어들까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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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설계사 "4대보험 가입 의무화하면 설자리 줄어들까 걱정"

[글로벌이코노믹 이보라 기자]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직에 대한 고용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부가 이들에 대한 4대보험 가입 의무화를 추진 중이지만 정작 보험설계사들은 이를 반기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소득 감소와 인력감축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0대 국회 출범 이후 특수직종사자의 고용보험 가입을 의무화한 고용보험법 개정안 등 특수직종사자 보호 관련 법안이 발의돼 심의 중이다.
그러나 사회보험 적용으로 지출해야 하는 비용 부담이 커지면 보험사들이 실적이 저조한 설계사를 해촉할 유인이 커질 수 있다.

현재 보험사들은 2022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라 자본확충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IFRS17에 대비, 재무건전성 확보 차원에서 점포 감축과 구조조정 등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인슈어테크, 인공지능(AI) 등이 떠오르면서 설계사의 설자리가 줄어들는 상황에서 4대보험 가입까지 현실화되면 설계사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13년 6월 15만3674명에 달했던 생보사 설계사 수는 이미 지난해 9만9886명까지 줄었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고용보험만 의무 도입하더라도 보험사들이 월 173억7000만 원을 추가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4대 사회보험이 의무 도입되면 추가 비용부담은 월 1075억 원으로 급증한다.
생명보험사 전속설계사 김모 씨는 “보험설계사 중에서는 회사에 등록만 해놓고 일을 안 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 사람까지 4대보험 적용을 해주다보면 회사 입장에서는 인원을 감축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고 말했다.

김씨는 “두 달 동안 실적이 한 건도 없으면 보통 해촉되나 이런 경우에도 현재는 연장서류를 내면 해촉을 면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해촉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연장서류를 받지 않고 바로 해촉하겠다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설계사는 “보험설계사는 월급을 받는 일반 직장인 개념이 아니라 대부분 일한 만큼 돈을 받는 것으로 고소득을 생각하고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4대 보험을 떼면 소득이 줄어 이를 반기지 않는 보험설계사가 많다”고 밝혔다.

실제 2017년 보험연구원이 생명보험회사의 전속설계사 800명을 대상으로 ‘특수고용직의 고용보험 가입의사’를 조사한 결과 반대가 38%에 달했다. 찬성은 16.5%에 불과했으며 선택권을 줘야한다는 의견이 45.5%였다.


이보라 기자 lbr0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