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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필리핀 최악의 물 부족 사태…인프라 정비 지연이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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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필리핀 최악의 물 부족 사태…인프라 정비 지연이 원인

말만 번지르한 당국과 기업 태도가 사태악화 부추겨

필리핀 수도 마닐라의 물 부족 사태가 수요 증가에 비해 인프라 정비가 지연된 시스템 오류에 따른 인재가 원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필리핀 수도 마닐라의 물 부족 사태가 수요 증가에 비해 인프라 정비가 지연된 시스템 오류에 따른 인재가 원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지난 10년 내 최악의 물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필리핀 수도 마닐라의 위기가 수요 증가에 비해 인프라 정비가 지연된 시스템 오류에 따른 인재가 원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복합기업 아얄라 산하의 공익회사로 마닐라 동쪽 절반 지역을 관할하는 '마닐라워터(Manila Water)'는 "도시 성장에 따른 수요 증가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수자원 인프라의 정비 지연으로 댐 저수량이 줄어들었다"며 이번 물 부족 사태의 책임을 인정했다.
또 지난 며칠간 상황은 완화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장기화 국면을 보이며 실상은 더욱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필리핀 정부와 기업들이 여전히 빠르고 장기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그 원인과 영향에 대해 파악했다.

■ 물 부족 원인 : 공급시설 공사 지연과 수원 확보 간과


마닐라워터의 관할 지역에서 시작된 단수는 3월 초에 수십개 마을에서 시작해 지난주에는 도시 전역으로 확대됐다. 그리고 물이 공급되지 않는 상태가 며칠 동안 계속된 지역도 있어 부족분은 하루에 1억4000만 리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라 메사(La Mesa)댐'의 수위가 69m 아래로 떨어지게 되면 마닐라워터의 처리 시설에는 아예 물이 흐르지 않게 되어 사태의 심각성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당초 마닐라워터는 라구나호수(Laguna Lake)에서 매일 1억 리터의 물을 공급하기 위한 프로젝트인 카르도나(Cardona) 처리 시설을 건설 중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부터 전면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었던 카르도나 처리 시설은 3월 15일 시점에서도 완공이 되지 않고, 가동되고 있는 것은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업체의 공사 지연이 1차적인 물 부족 사태를 초래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마닐라 수도권 상하수도 공급 공사와 인가를 받은 기업은 인프라를 확장함과 동시에, 새로운 수원의 확보도 병행해 두었어야 했는데, 당국과 기업 모두 이를 간과하고 있었다는 지적도 따른다.

지난주 단수 시 마닐라 전역에는 양동이를 든 수천명의 시민들이 급수 펌프와 소화전 앞에 줄지었으며, 일부 이동하는 소방차를 뒤쫓는 사람도 있었다. 소매점에서는 플라스틱 용기가 매진되었고, 일부 레스토랑은 음료 제공을 중단했다. 또한 공립 병원은 중환자 이외의 환자에 대해 수용을 취소했으며, 쇼핑몰 화장실은 일부 폐쇄되기에 이르렀다. 마카티 시티에 위치한 페닌슐라 마닐라호텔의 분수도 멈췄다.

■ 말만 번지르한 당국과 기업의 태도가 사태 악화 부추겨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주 앙갓(Angat)댐에서 150일 분량에 상당하는 약 6000억 리터의 물을 즉시 방출해 공급을 늘리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인프라의 미비로 하루 40억 리터 이상을 끌어들일 수 없는 현실에 이마저도 해결책이 되기에는 미흡했다. 심지어 수도 당국은 오래전 폐쇄된 우물을 재개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8일 페르디난드 델라 크루즈(Ferdinand Dela Cruz) 마닐라워터 사장은 영향을 받은 고객 중 90%에 대해 공급이 복구될 것이며, 5월 말까지 완전 복구를 약속했다. 하지만 1주일이 지났으나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고 있으며, 결국 델라 크루즈 사장은 물 부족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할 준비가 되었다고 밝힌 상태다.

이 때문에 5월 말까지 제시했던 약속마저 신뢰성을 잃으면서, 상반기를 넘어 하반기로 피해가 이어질 우려마저 점쳐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차라리 이러한 달콤한 약속 대신, 시민들에게 장기적인 사태의 심각성을 알렸다면 오히려 사태를 이 정도까지 악화시키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따른다. 섣부른 판단으로 사태를 부추긴 셈이다.

엘니뇨가 필리핀을 강타했던 2010년에도 마닐라 시민은 하루 몇 시간씩 지속되는 단수 사태를 겪었다. 당시 정부는 정기적으로 인공 강우 작업을 실시했으며, 급수차를 출동시켜 각 가정에 물을 배포하기도 했다. 그런데 9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마닐라의 물 부족 사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은 "사태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한 지휘체계의 무능함이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