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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공기업 해외진출 '자원개발→건설수주' 전략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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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공기업 해외진출 '자원개발→건설수주' 전략선회?

한전·한수원 원전 추가수주, 발전5사 LNG·석탄 발전소플랜트 참여

한국동서발전이 투자한 인도네시아 칼셀 석탄화력 발전소의 모습. 사진=인도네시아 로우저스틱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한국동서발전이 투자한 인도네시아 칼셀 석탄화력 발전소의 모습. 사진=인도네시아 로우저스틱 캡처
[글로벌이코노믹 김철훈 기자] 에너지 공기업들이 지난 정부의 '자원 외교' 후유증을 딛고 해외 에너지 프로젝트 수주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과거와 같이 해외자원 개발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방식보다는 글로벌 수준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 에너지 플랜트 건설사업을 수주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는 모양새다.

한전·한수원, 사우디·동유럽 등지서 제2 원전 수주 추진


한국전력공사(한전)는 우리나라 원전 수출 1호인 아랍에미리트(UAE) 바카라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의 성공적인 진행에 힘입어 제2의 원전 수주를 추진하고 있다.

김종갑 한전 사장은 취임 이후 3개월에 1번 꼴로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하며 알 술탄 왕립원자력·신재생에너지원 원장을 비롯한 사우디 주요인사를 면담하고 사우디전력공사와 '전력산업 워크숍'을 개최하는 등 사우디에서의 원전 수주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 1월 22일 사우디를 방문했다.

사우디는 2030년까지 총 2.8기가와트(GW) 규모의 원전 2기를 건설할 계획으로 현재 입찰 2단계 과정을 진행 중이다. 총 20조원 규모이며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가 예비협상자에 선정돼 최종 수주전을 펼치고 있다.

김 사장은 알 술탄 원장 등 현지 주요 인사들에게 한전의 입찰 2단계 준비 현황을 설명하고 원자력을 비롯한 신재생, 전력신기술 분야 등에서의 협력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김 사장은 "사우디와 유사한 환경에서 원전을 건설해 본 회사는 한전이 유일하다"며 "사우디 원전사업 수주를 위해 민관이 함께 입체적 수주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의 표현대로 사우디와 유사한 환경인 사막 지대에 원전을 건설해 본 회사는 전 세계에서 한전이 유일하다. 한전은 중동 지역 최초의 원전인 UAE 바카라 원자력발전소를 평균 91% 이상의 공정률을 보이며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바카라 원전은 1.4GW 규모의 원전 4기로 구성되어 있다. 24일 UAE 현지 매체에 따르면 1호기는 완공 후 가동을 준비 중이고 2호기는 95%, 3호기 87%, 4호기 79% 이상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총 5.6GW 규모의 바카라 원전은 UAE 전체 전력 수요량의 25%를 공급할 수 있다.

바카라 원전 사업은 한전이 2009년 UAE원자력공사(ENEC)로부터 총 200억달러(약 21조원)에 수주했다. 특히 3세대 원전으로 불리는 한국형 원전 'APR1400'을 채택하고 세계 최초로 열악한 사막 환경에 원전을 건설해 우리 기술력을 세계에 과시하는 계기가 됐다.

한전의 발전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동유럽과 이집트에 원전 수출을 추진한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지난 1월 루마니아와 이집트를 방문해 원전 수출 방안 등을 논의했다. 정 사장은 이집트 원자력청을 방문해 신규원전 담당 부청장 등 고위관계자에게 팀코리아의 우수성을 설명했고 루마니아에서는 제1야당 대표 등 유력인사들과 면담하고 루마니아 중수로 발전설비 개선사업을 위해 미국 엔지니어링업체 사전트앤룬디(S&L)와 협력 협약을 맺었다.

또한 한수원은 불가리아 북부 벨레네 원자력발전소 건설 수주도 추진하고 있다. 벨레네 원전 프로젝트는 불가리아 북부 다뉴브 강변에 위치한 작은 도시 벨레네에 1000㎿ 규모 원자로 2기로 구성된 발전소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이밖에 정 사장은 지난해 9월 폴란드를 방문해 ‘한국-폴란드 원전 포럼’ 개최 등 폴란드 신규 원전사업 진출을 위한 사전활동을 벌이기도 했고, 지난해 11월 체코에서 현지 터빈 제작사인 스코다파워와 신규 원전사업 개발 및 기술연구개발(R&D)분야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발전 5사, 해외 플랜트 사업 수주 활발


발전 5사 중 한국남부발전은 미국 LNG 발전사업에 참여한다.

24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남부발전은 지난 2월 대림에너지 및 미국 현지 발전업체인 인덱과 대주단을 구성하고 미국 미시건주 카스 카운티에 닐스 복합발전소 건설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 복합발전소는 원전 1기에 맞먹는 1.085GW 규모로 이정도 규모의 LNG 복합발전 프로젝트는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들다.

총 사업비는 10억7000만달러(약 1조1880억원)이며 이 중 52%는 채권 등 금융조달로, 48%는 남부발전·대림에너지·인덱이 자기자본으로 투입한다. 이 중 남부발전은 절반인 50%를 투입한다. 금액으로는 2850억원 수준이다.

남부발전이 최대주주로 참여하는 셈인데 이 사업은 발전 5사 중 미국 발전시장에 진출한 첫 사례이기도 하다.

남부발전은 다음달 초 금융사들과 조인식이 마무리되는 대로 이 프로젝트를 공식화하고 오는 7월 착공에 들어갈할 계획이다. 2022년 2월 계획대로 준공 및 상업운전에 들어가면 남부발전은 35년간 이 발전소를 운영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향후 35년간 8~10%의 수익률을 예상하고 있다.

국내 발전사가 미국 현지에서 대규모 LNG 발전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이유는 LNG 발전의 연료가 되는 가스 가격이 ‘셰일 혁명’으로 인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남부발전은 과거 미국 LNG발전 사업이 비싼 연료가격 때문에 수익성을 내기 힘든 구조였지만 현재는 현지 셰일가스 가격이 석탄 가격보다 내려가면서 수익성이 크게 좋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동서발전은 인도네시아에 투자한 석탄화력 발전소 건립이 3월 완공되고, 오는 8월 상업운전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수익창출 첫걸음을 내딛게 됐다.

26일 동서발전과 현지언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최대 석탄기업인 PT아다로 에너지(PT Adaro Energy)와 동서발전이 칼리만탄섬 남부 타발롱지역 탄중(Tanjung)에 진행 중인 칼셀(Kalsel-1) 화력발전소가 7월 시운전에 이어 8월 상업운전에 돌입한다.

발전용량 200메가와트(㎿)급의 칼셀 화력발전소 프로젝트는 안다로 에너지와 동서발전 인도네시아법인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한 사업으로, 총 공사비는 5억 4500만 달러에 이른다.

지난 2010년부터 발전 사업에 많은 관심을 보여온 인도네시아 안다로그룹은 오는 2030년까지 총 400억 달러를 투자해 20기가 와트(GW)급 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어 동서발전의 추가 참여도 기대된다.

동서발전은 지난해 9월 칼셀 발전소 사업을 통한 현지 일자리 창출 등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14회 아시안 파워 어워즈(Asian Power Awards)를 수상하기도 했다.

한국서부발전은 자체 개발한 발전소 정비관리 전용 시스템을 미국에 수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난달 20일 서부발전은 미국의 비영리 연구소인 전력연구소(EPRI) 및 미국 발전사들과 함께 글로벌 발전소 정비관리 플랫폼(Global PM 플랫폼)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공동개발 사업은 미국 발전사들이 서부발전의 자체 정비관리 시스템인 WP-PM의 우수성에 주목하면서 가능해졌다.

WP-PM은 서부발전이 자체 개발한 정비관리 전용 시스템으로 발전설비 단위기기의 중요도와 운전빈도, 운전환경에 따라 8가지 등급으로 분류된 정비기준을 단위기기별로 최적화하여 각각의 점검항목과 점검주기를 자동으로 설계하는 기능이 구현된 서부발전 고유의 예방정비관리 모델이다.

이 기술은 국내 유일의 과학적 정비관리 모델로 아시아 최초로 EPRI Tech Transfer Award를 수상한 바 있다.

EPRI는 서부발전과 함께 WP-PM을 EPRI의 시스템에 연계해 주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Global PM 플랫폼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서부발전은 2022년 이후 Global PM 플랫폼을 국내외 발전사 O&M(운영 및 정비) 사업 지원에 활용하고 자사의 김포 열병합발전소 등 한국형 복합화력 현장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이밖에 한국중부발전은 글로벌 LNG 수급업체인 비톨(Vitol)과 다각적인 LNG산업 발전을 위해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중부발전은 지난달 26일 영국 런던 비톨 본사에서 LNG분야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하고 LNG 생산과 공급, 가스발전 프로젝트까지 LNG산업 전반에 걸친 사업 개발 및 운영에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박형구 중부발전 사장은 “글로벌 LNG 트레이더인 비톨과 양해각서 체결을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면서 “현재 두 회사의 장기계약 관계를 바탕으로 국내외 신규 LNG 프로젝트에서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철훈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