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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항공사, 보잉 악재 불구 갈아탈 구매처 없어 침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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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항공사, 보잉 악재 불구 갈아탈 구매처 없어 침통

에어버스 기존 수주 물량 소화에만 6년 걸려…중국 '어부지리' 기대

에어버스의 신형 여객기 A320neo(上)와 라이벌 보잉의 737MAX8(下). 자료=에어버스/보잉이미지 확대보기
에어버스의 신형 여객기 A320neo(上)와 라이벌 보잉의 737MAX8(下). 자료=에어버스/보잉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최근 반년간 두 차례에 걸친 추락 사고를 겪은 보잉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경쟁 업체인 에어버스의 특별한 순풍이나 상승 기류는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사들이 보잉을 떠나 에어버스로 전향하기 힘든 몇 가지 이유 때문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추락 사고를 야기한 '737MAX8'에 대해 항공사들의 주문 취소가 이어지고, 보잉의 라이벌인 유럽의 에어버스에 순풍이 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에어버스의 생산라인은 이미 풀가동 상태에 있으며, 기존 수주 분량도 몇 년분에 이르고 있어 대폭적인 증산은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항공기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장악하고 있는 보잉과 에어버스는 항상 서로의 움직임에 눈을 번득이고 있다. 그 좋은 예가 에어버스의 신형 여객기 'A320neo'를 둘러싼 움직임이다. 좌석 수 200석의 A320neo는 최첨단 엔진 2기를 탑재하여 연비가 15%나 개선됐다. 당연히 비용에 민감해진 항공사들이 앞다투어 A320neo에 덤벼들기 시작했다.

이를 견제한 보잉도 중거리 여객기 737에 같은 엔진을 도입해 대응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737MAX8이다. 737MAX8은 2017년에 상업 이용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최대의 히트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보잉은 4600기에 달하는 수주를 안게 됐다.

그런데 연이은 737MAX8의 추락 사고의 충격은 지난 10일 에티오피아 항공기 추락 시점 이후 보잉의 시가 총액을 230억 달러(약 25조9486억 원)나 축소시켰다. 그리고 지난해 첫 사고를 겪은 항공사 라이언에어는 135기를 구입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사고로 불안을 느낄 경우 구입처를 다른 업체로 전환할 것은 뻔하다. 또 이는 대량의 주문을 걸고 있는 타 항공사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보잉이 737MAX8의 생산을 완전히 중단하지 않더라도 보잉의 역풍은 에어버스에 있어서 순풍인 것은 확실해 보인다.

하지만 에어버스의 주가는 에티오피아 항공기 사고 이후 5% 남짓 상승하는 데 그쳤다. 시가 총액 증가분으로는 50억 유로(약 6조4358억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항공사들이 쉽사리 보잉을 떠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며, 보잉을 떠나도 에어버스를 선택하기에는 너무 먼 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항공사는 항공기의 구입처를 바꾸면 큰 위약금을 지불하게 되며, 설령 이러한 리스크를 안고 갈아탄 항공사가 주문을 해와도 에어버스는 마법처럼 수백기나 되는 새로운 항공기를 제조할 역량이 없다는 결론에서다.

왜냐하면, 현재 A320neo는 수주가 3600대에 달해 이미 생산라인을 풀가동하고 있는 상태다. 매월 50대를 생산하고 있지만, 여전히 기존 수주 분량을 소화하는 데 6년 정도가 소요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항공사들은 쉽사리 에어버스로 전향할 수 없는 것이다.
심지어 생산라인의 확장에 몇 년의 시간과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가정하면, 에어버스는 쉽게 생산라인을 확장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항공사들은 "부족한 공급을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 여기에 주목하고 있는 곳이 바로 중국이다. 추락하는 보잉을 피해 에어버스로의 전향마저 수월하지 않다면, 항공사들은 중국의 중형여객기 'C919'에 러브콜을 보낼 가능성이 높다. 보잉의 추락에도 불구하고 에어버스에 상승기류가 불지 않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