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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부실 회계' 여파 박삼구 회장 사퇴… 외부서 경영수장 찾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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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부실 회계' 여파 박삼구 회장 사퇴… 외부서 경영수장 찾을 듯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의 빈소를 찾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의 빈소를 찾고 있다. 사진=뉴시스
[글로벌이코노믹 박상후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그룹 계열사 아시아나항공의 부실 회계 여파에 책임을 지고 자진 퇴진하기로 결정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28일 "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의 조기 신뢰회복 차원에서 KDB산업은행에 협조를 구했다"며 "빠른 시일 내에 명망 있는 외부 인사를 그룹 회장으로 영입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삼구 회장, 모든 책임 지고 퇴진 결정

박 회장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의 주주총회(29일)를 하루 앞두고 최근 불거진 아시아나항공 한정 감사보고서 파문 등에 책임을 지겠다며 돌연 사퇴를 결정했다.

박 회장은 28일 임직원들에게 메일을 통해 "오늘 저는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납니다"라며 "아시아나항공의 2018년 감사보고서 관련해 그룹이 어려움을 처하게 된 책임을 통감하고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2일 감사의견 '한정'을 받은 이후 회사채를 상장폐지시킬 위기에 몰렸다. 650억 원 규모의 영구채 2차 발행도 제동이 걸렸으며 회사채 상장 폐지로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회사가 자칫 부도 위기에 몰릴 상황에 처했지만 삼일회계법인에 제출하기를 거부했던 운용리스 항공기 정비 비용 등을 제공한 뒤 '적정' 의견을 받아 상장채권 폐지 사유가 해소됐고 매매도 즉시 재개됐다.

박 회장은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등 2개 계열사 대표이사직과 등기이사직을 내려놓기 전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만나 아시아나항공의 금융시장 조기 신뢰 회복을 위해 KDB산업은행에 협조를 요청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물론 대주주는 어떤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아시아나항공의 조기 경영 정상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양호 회장의 '나비효과'?

일각에서는 이번 박삼구 회장의 자진 사퇴를 두고 대한항공의 상징과도 같았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직 박탈이 불러온 '나비효과'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양호 회장은 지난 27일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 안건 표 대결에서 참석 주주 3분의 2(66.6%) 이상 찬성을 얻지 못해 통과가 불발됐다. 이에 조 회장은 지난 1999년 4월 대한항공 대표직에서 20년 만에 물러나게 됐다.

한진 오너 일가의 논란이 부른 여론 악화로 연임이 불발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가운데 박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심각한 가운데 주주들과 여론의 반발이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자진 사퇴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 연간 매출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의 부실 회계 충격 여파가 전 그룹사로 퍼지게 되면서 박 회장이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원태 부회장 중심 '비상 경영위원회 체제' 돌입… 외부서 전문경영인 영입 추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삼구 회장이 그룹 회장에서 물러남에 따라 조기 경영 정상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쏟을 방침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당분간 이원태 부회장을 중심으로 그룹 비상 경영위원회 체제를 운영해 그룹의 경영공백이 없도록 할 것"이라며 "빠른 시일 내 명망 있는 외부 인사를 그룹 회장으로 영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비상 경영을 이끌게 된 이원태 부회장은 지난 1972년 금호그룹에 입사해 금호타이어, 아시아나항공, 금호고속 등 그룹의 주요 계열사를 거쳤다. 이 부회장은 특히 1993년부터 금호아시아나의 중국사업 전진기지인 베이징 대표처에서 근무하며 그룹의 중국 진출을 이끌기도 했다.

향후 아시아나항공은 전문 경영인을 그룹 회장으로 영입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전망이다.


박상후 기자 psh65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