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기업' 발목잡는 '징벌적 상속세'

조양호 회장 별세 상속세 논란…다시 수면위로
최대세율 65% 적용 돼 경영권 방어도 쉽지 않아
일부 오너 일가, 상속세 폭탄에 회사 매각 ‘줄이어’
경제계, ‘가혹한 상속세에 백년기업은 꿈도 못 꿔’

기사입력 : 2019-04-17 06:00 (최종수정 2019-04-17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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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 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빈소. 사진=한진그룹 제공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를 계기로 상속세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동안 재계는 과도한 상속세 세율 완화를 요구해왔다. 무려 65%에 달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징벌적 상속세에 가업 승계와 경영권 방어는 커녕 가업(家業)으로 일궈낸 회사를 매각하는 후계자들이 속출하는 모습이다. 가혹한 상속세에 ‘100년기업’은 뜬 구름에 불과한 게 현실이다.

◇국적항공사 대한항공, 과도한 상속세에 향후 경영 ' 안개속'

조 회장 장남 조원태(44) 대한항공 사장도 상속세 폭탄으로 경영권 방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조 사장은 조 회장 지분(17.84%)을 물려받아 ‘3세 경영’에 나설 예정이지만 무려 1700억원에 이르는 상속세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 세율은 50%다. 여기에 최대주주 주식할증 30%가 적용되면 실질적인 상속세 부담은 65%에 이른다. 이는 주요 선진국인 미국(40%), 영국(40%), 독일(30%) 등 보다 월등히 높다. 최대주주의 주식 할증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가운데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결국 최고세율 65%에 이르는 상속세가 한진그룹 승계를 좌우하게 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재계가 상속세율을 낮춰 투자 유도와 고용 창출 등 선순환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목소리를 놓여왔지만 그동안 정부와 정치권은 상속세 완화가 '부(富)의 대물림'이라는 부정적 여론만을 의식한 채 논의를 확대시키지 못했다.

물론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삐뚤어진 ‘일탈’과 ‘갑질’ 행위에 대한 비난과 과도한 상속세는 달리 봐야 한다는 게 경제계 안팎의 시각도 만만치 않다.

◇'징벌적 상속세'에 유망기업 앞다퉈 회사 매각

그러나 단편적인 잣대에 정상적인 경영에 나서는 오너 일가마저 높은 상속세 문턱을 넘지 못하고 최대주주 지위를 박탈당하거나 경영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국내 콘돔 제조사 유니더스는 경영권을 사모펀드에 매각했다. 창업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은 김성훈 대표는 50억원 규모 상속세 납부에 부담을 느껴 결국 경영권 매각을 선택했다.

까사미아도 예외는 아니다. 중견 가구업체 까사미아는 과도한 상속세로 가업승계 대신 대기업 신세계에 회사를 매각했다.

국내 대표 태양광업체 OCI는 고(故)이수영 회장이 별세하면서 경영권을 넘겨받은 이우현 부회장이 결국 최대주주에서 물러났다. 2000억원대의 상속세 부담을 위해 상속 지분을 매각했기 때문이다. 세계 1위 손톱깎이 업체 ‘쓰리세븐’은 150억원의 상속세 부담에 결국 지분을 중외홀딩스에 매각하기도 했다.

물론 자산 규모 5000억원 이하 또는 연 매출 3000억원 이하 중견·중소기업은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가업상속공제는 정부가 매출액 3000억원 미만 중견기업에 한해 최대 500억원까지 상속세를 공제해주는 제도다. 그런데 이 제도는 유지 조건이 너무 까다롭다. 지분유지 10년, 업종유지 10년에 직원수도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 등 기업 자율성을 훼손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창업 10년 이상 된 5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 가업승계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58.0%만이 가업 승계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7년보다 9.8%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승계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기업도 2017년 32.0%에서 지난해 40.4%로 크게 늘었다.

◇상속세, 해외 선진국에서는 앞다퉈 폐지...'100년 기업' 싹 자르는 폐해 언제까지

해외에서는 상속세가 폐지되는 분위기다.

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11개국은 상속세 운영하다 폐지했다. 벨기에(80%), 프랑스(60%) 등은 최고 명목세율이 우리나라보다 높아 단순히 부(富)를 물려주는 것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지만 기업을 이어가는 목적에는 큰 폭의 공제혜택을 주고 있다. 영국과 스페인은 가업상속에 대한 공제 요건도 기업 규모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독일의 경우 상속세 명목 최고 세율이 50%이지만 직계비속 상속시 실제 상속세 최고 세율 30%이다. 이 가운데 가업 상속 공제 혜택을 적용하면 실제 부담은 4.5%로 크게 줄어든다.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은 최근 “상속세 최고세율이 65%인데 이래서야 100년 장수기업이 생겨날 수 있겠냐”면서 상속세 완화를 강력히 주장했다.


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c0716@g-enews.com 민철 기자가 쓴 기사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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