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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향기] 이 봄이 가기 전에 꼭 만나야 할 미선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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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향기] 이 봄이 가기 전에 꼭 만나야 할 미선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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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훈 시인
봄은 짧다.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는 꽃들의 아우성에 어디에 눈길을 주어야 할지 몰라 허둥대다 보면 훌쩍 지나가기 십상이다. 난분분 흩날리는 벚꽃의 산화를 지켜보다 보면 어느새 꽃 진 자리에 새 순이 돋고 숲은 초록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눈 한 번 깜빡이면 지나가버릴 것만 같은 이 짧은 봄날, 못 보고 지나가면 봄을 몽땅 놓쳐버린 것처럼 아쉬운 꽃이 하나 있다. 다름 아닌 초등학교 동창 계집애 이름처럼 정겨운 미선나무 꽃이다.

미선나무는 물푸레나무과에 속하는 낙엽관목으로 우리 땅에서만 자라는 한국 특산의 우리 꽃이다. 그 희귀성으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 중 하나다. 얼핏 보면 꽃이나 잎 모양이 개나리와 흡사하다. 영어 이름도 ‘흰 개나리’(White Forsythia)다. 다른 점은 개나리보다 작고 하얀 꽃이 잎이 피기 전 메마른 가지 가득 꽃을 내어달고 개나리에는 없는 맑고 달콤한 향기를 허공에 풀어놓는다는 점이다. 미선나무는 흰색 꽃을 비롯하여 엷은 분홍색이 감도는 분홍미선과 약간 노란 색을 띄는 상아미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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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선나무

개나리를 닮은 꽃이 왜 미선이란 이름을 지니게 되었을까 의아해 할 수도 있지만 미선이란 이름은 꽃이 아닌 열매에서 왔다.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울 미(美) 부채 선(扇)으로 잘못 알고 있기도 한데 미선나무는 꼬리 미(尾) 자에 부채 선(扇) 자를 쓴다. 실제의 미선(尾扇)은 공작의 꽁지깃을 닮은 부채를 일컫는다. 미선나무 열매 모양이 영락없이 이 부채를 똑 닮았는데 열매 하나에 두 개의 씨앗이 들어 있다.

미선나무는 1917년 당시 수원임업사무소 직원이었던 정태현 박사에 의해 충북 진천군 초평면 용정리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세계적인 희귀종으로 1962년에 천연기념물 제14호로 지정되었지만 무분별한 채취와 관리 부실로 7년 만인 1969년에 천연기념물에서 해제되는 비운을 맞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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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선나무

다행히 이후 충북 괴산의 송덕리, 추점리, 율지리 3곳에서 자생지가 발견되었고 꾸준한 조사를 통해 충북 영동 매천리, 전북 부안에서도 자생지가 발견되어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초의 발견지인 충북 진천에서도 미선나무가 되살아나 옛 명성을 되찾아가고 있다는 소식이다.

미선나무는 추위와 더위에도 강할 뿐 아니라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란다. 종자를 통한 번식뿐만 아니라 영양번식이 가능한 특성상 뿌리목에서 지속적으로 가지를 쳐서 덤불을 이루는 강한 생명력을 지닌 나무라서 도로변이나 제방, 공원 등에 줄지어 심거나 화목으로 정원에 가꾸어도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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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선나무

세계적으로 1속 1종 밖에 없는 우리나라 고유의 특산 희귀식물인 미선나무는 개나리처럼 암술이 수술보다 긴 장주화와 암술이 수술보다 짧은 단주화의 꽃을 피운다. 간혹 이를 잘못 이해하여 암수딴그루로 알고 있는 경우도 있는데 암술의 길이에 따른 구분일 뿐 암꽃, 수꽃을 이르는 말이 아니다. 식물학자도 아닌데 이름만 알면 됐지 그렇게 세세히 알 필요가 있느냐고 따지면 딱히 할 말이 없지만 기왕이면 정확히 아는 게 좋다는 게 내 생각이다.

하루가 다르게 봄이 깊어가고 있다. 이제 곧 꽃의 계절은 끝이 나고 꽃 진 자리의 빈틈을 신록이 메워갈 것이다. 곳곳에서 펼쳐지는 꽃 축제를 찾아가는 것도 좋지만 우리 땅에서만 자라는 진짜 우리 꽃인 미선나무 꽃을 찾아보는 것도 봄을 의미 있게 보내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길을 가다가 우연히 마주친 동창처럼 정겨운 미선나무 꽃을.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