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일자리] ‘이승만 도시락’

기사입력 : 2019-04-16 06:05 (최종수정 2019-04-16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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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고개’라는 말이 생긴 게 벌써 15년이다. 인터넷 사전에는, 2005년 국립국어원 ‘신어’ 자료집에 수록된 단어라고 했다. “지난달 월급은 거의 떨어지고 다음 달 월급은 아직 나올 때가 되지 않아 경제 사정이 어려운 때를 ‘보릿고개’에 빗대어 이르는 말”이다.

한층 진화된 말도 벌써 생겼다. ‘월급 로그아웃’이다. 통장에 월급이 들어오자마자 바로 빠져나가는 ‘로그아웃’이다. 월급고개는 조금 버티고 나서 넘는 고개인 반면, 로그아웃은 월급이 순식간에 꺼져버리는 현상일 것이다.

그나마 월급 자체가 ‘쥐꼬리’인 월급쟁이도 적지 않다. ‘법정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311만 명에 달한다는 한국노동연구원 조사도 있었다. ‘알바생’ 임금을 꿀꺽하는 경우도 잊을 만하면 발생하고 있다. 아예 ‘로그아웃’조차 불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월급쟁이들은 점심값이 껄끄럽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인지 편의점 도시락을 찾는 ‘편도족’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했다.

이들을 겨냥한 제품이 줄줄이 나오면서 편의점 도시락 시장도 커지고 있다. 작년 규모는 3500억 원으로 2017년의 2500억 원보다 ‘엄청’ 성장했다는 보도다. 저렴한 가격에 맛과 영양까지 갖춰서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문을 닫는 음식점과 식당은 여기에 ‘비례’해서 늘어나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

그렇지만, 이른바 ‘도시락 문화’는 문제점이 있을 수 있다. 도시락은 아무래도 혼자서 먹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혼자 끼니를 해결하다 보면, 직장 동료나 선후배들과 함께 점심을 먹을 때보다 대화와 소통이 적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몇 해 전,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오유진 박사가 한 심포지엄에서 지적한 바 있다. 월급쟁이 475명을 대상으로 ‘혼자 식사하는 이유와 문제점’ 등을 설문했더니,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같이 먹을 사람을 찾기 어려워서’ 밥을 혼자 먹고 있다고 응답하고 있었다. 50대 월급쟁이의 경우, 그 비율이 37.9%나 되고 있다. 밥을 혼자 먹으면서 대화를 하고 소통을 할 수는 없을 노릇이었다.

대화와 소통이 단절되면 직장생활이 삭막해질 수 있다. 무슨 현안이 생겨도 풀어나가기가 힘들어질 수 있다. 그런 일이 쌓이면 조직의 발전이 저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도시락 문화’는 또 다른 문제점을 만들고 있다. ‘소통 단절’보다도 훨씬 심각한 ‘소통 분열’이라는 문제점이다.

GS리테일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서 ‘독립운동가 도시락’을 출시하면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선정한 게 시빗거리로 떠올랐다는 소식이다.

어떤 소비자는 “장기 집권한 독재자를 무슨 의도로 만들어서 파느냐”고 꼬집으며 ‘GS25 도시락 불매운동’을 경고하고 있다. 반면 어떤 소비자는 이승만 스티커가 붙은 ‘인증 샷’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소비자들의 선호가 정확하게 갈리고 있는 것이다. ‘편도족’도 정치판을 닮을 참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

이정선 기자 js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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