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스타 24] 일본 연예기자 블랙핑크 코첼라 공연 르포 “명불허전 월드클래스 면모”

기사입력 : 2019-04-2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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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블랙핑크(BLACKPINK)가 K-POP 걸 그룹 사상 최초로 코첼라 페스티벌 무대에 섰다. 전 세계에서 전달된 이날의 라이브는 외신들로부터도 격찬을 받으면서 ‘BLACKPINK × 코첼라’란 단어가 트위터의 월드와이드 실시간 트렌드 랭킹에서 1등을 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그 역사적 순간을 목격한 일본기자에 의한 현지르포를 생생히 전달한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이브에 개최된 교세라돔 오사카 공연종료 직후 신비롭기까지 한 쇼로서의 완성도의 높이에 감동한 필자는 “이대로 코첼라의 SAHARA무대에 서도 이상하지 않다”라는 트윗을 투고했지만 설마 정말로 실현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블랙핑크가 코첼라의 포스터 두 번째 슬롯에 배치된 것의 대단함.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는 독자에게는 한국영화가 아카데미상에 노미네이트되는 것과 같은 레벨의 쾌거라고 하면 알기 쉬울 것 같다. 어떤 망상마저 현실로 바꿔버리는 이들의 다양한 활약은 ‘FOREVER YOUNG’의 가사에 등장하는 대사를 빌린다면 팝 문화에서의 혁명인지도 모른다.

미국진출의 교두보로서 유니버설뮤직 산하 인터스코프 레코드와 계약하고, 2월에는 CBS의 ‘더 레이트 쇼 위드 스티븐 콜 베어’ 출연으로 TV에 데뷔한 블랙핑크지만, 이날의 무대는 미국 내 첫 번째 풀 퍼포먼스이며, 코첼라에 K-POP의 걸 그룹이 출연하는 것도 사상 처음이다. 또 통상 유튜브 중계 외에 NY 타임스퀘어 전광판에서도 라이브가 생중계됐다. 올해 1월에 리사의 고향 태국 방콕에서 시작한 아시아투어를 4월5일 마치면서 약 10개월 만에 뉴 EP앨범 ‘KILL THIS LOVE’를 발표한 것도 코첼라 무대를 겨냥한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리고 유튜브 사상 가장 빠른 1억 재생돌파가 화제가 된 신곡 ‘Kill This Love’의 MV도 충격적이었다.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할리퀸을 생각하는 리사의 헤어 메이크업과 ‘툼 레이더’의 라라 크로프트를 연상케 하는 제니의 의상 등 포인트가 있었지만 막판 포메이션 댄스는 분명히 지난해 코첼라에서 최대 하이라이트가 된 비욘세의 무대를 의식한 것 같았다. 그 뿌리를 더듬으면 당연히 사회적 불평등과 인종차별에 호소한 재닛 잭슨의 ‘Rhythm Nation’도 있는 것으로 블랙핑크의 전곡을 다루는 프로듀서 TEDDY가 젊은 시절 한국인으로서 어려움을 겪었던 미국 공연계에 도전을 시도한 곡이라고 생각하면 가슴이 뜨거워진다.

과거엔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 부활무대로 선정되는 등 ‘강경파’ 록 페스티벌이라는 인상이 짙었던 코첼라지만 올해 행사는 사상 네 번째 여성 헤드라이너로 발탁된 아리아나 그란데와 함께 블랙핑크의 출연 그 자체가 코첼라의 역사를 뒤엎고 향후 여성 아티스트 약진을 예상케 했다. 그런 예감을 확신으로 바꾸기에는 ‘KILL THIS LOVE’는 충분할 정도로 강렬한 컴백이었다.

페스티벌 당일 18:30분경(블랙핑크의 차례는 20:00) 메인 야외무대 ‘코첼라 스테이지’에서 케이시 머스그레이브스의 포용력 풍부한 목소리를 만끽한 뒤 필자는 뒤 엘라 마이도 포기하고 빠르게 이동해 블랙핑크의 바로 전에 출연한 제이든 스미스가 라이브 중인 ‘SAHARA’에서 대기하기로 했다. 테슬라의 고급차를 천장에 매달아 놓고 스웩 넘치는 랩을 벌이는 제이든의 모습은 흐뭇하기도 했지만 출전 직전의 로제와 제니가 팔짝팔짝 뛰어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무대전환의 타이밍을 타고 무대 위쪽으로 올라갔더니 드럼세트가 보인다. 아시아 투어에서도 방콕과 자카르타 등 일부 도시에서 밴드세트가 소개됐지만 블랙핑크의 백 스테이지를 담당한 것은 소속사 선배 ‘BIGBANG’의 월드투어에도 참가한 ‘The Band Six’라는 능력 있는 집단이다. 키보드 연주자인 길 스미스 II는 그동안 에미넴, 크리스 브라운, 레이디 가가, 브리트니 스피어스, 릴 웨인 등 쟁쟁한 아티스트의 투어나 어워드에서 연주한 경험이 있으며, EDM트랩 이후 ‘생음악 회귀’가 트렌드가 되고 있음을 YG가 간파한 밴드다.

반원형으로 밀어낸 거대한 무대 앞에는 코첼라의 머천다이즈 스토어에서도 팔던 공식상품 피코피 해머를 손에 든 BLINK(블랙핑크 팬 애칭)이 대거 올라와 있어 한국어와 영어는 물론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까지 오가는 현장의 글로벌 & 젠더레스한 고객층은 장관이었다. 맨 앞줄을 차지한 니콜이라는 LA거주 여성 팬은 “일본여행 후 페리로 부산에 가서 서울에서 블랙핑크를 본 적이 있어. 하지만 밴드버전은 나도 처음”이라며 흥분한 모습으로 필자에게 들려줬다. ‘Vulture’에 이날 보고서를 기고한 저널리스트 이브 바로우는 “나는 이제 BLINK의 멤버입니다”라고 고백했다.

정각 20:00시를 조금 넘자 장내가 격동하면서 물결치는 파도처럼 매우 화려하다. 고해상도인 LED스크린에 블랙핑크 멤버 4명의 이름이 차례차례로 표시되자 노호 같은 환호와 함께 "지수!" "리사!" "로제!" "제니!"구호가 울린다. 오프닝 곡이 ‘Kill This Love’일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고, 라이브는 단골 레퍼토리인 ‘DU-DU-DU-DU’로 시작됐다. 메인보컬인 지수와 로제는 검은색 계열의 드레스, 래퍼인 리사와 제니는 하얀색 계열의 드레스라는 의상의 콘트라스트도 인상적이었지만, 라이브 밴드가 내보내는 중저음도 안정적이었다.

이번 공연은 대충 나누어 2부로 구성되었으며 백 댄서는 8명이었다. ‘FOREVER YOUNG’에서는 제니의 랩을 한 글자 한마디도 빼먹지 않고 추종하는 팬들에게 압도되었고 아낌없이 과시된 ‘STAY(Remix version)’의 합창도 감동적이었지만 ‘Kiss and Make Up’을 부른 이후 ‘SAHARA’에 모인 대관중에 놀란 로제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있는 거야? 이런 것은 CG임에 틀림없다”라고 멘트를 날리며 그 기쁜 본심을 토로했다. 코첼라의 1주째와 2주 사이에는 현지 라디오방송과 ‘레이트 레이트쇼 위드 제임스 코든’ 등에 출연하던 블랙핑크지만 이번 북미투어에서는 4명 중 가장 영어가 능숙한 로제의 리더십에 감명을 받은 BLINK도 많을 것이다.

리사와 로제가 무대를 끝에서 끝까지 달려가 청중들의 웨이브를 일으키자, 미스 제니 K!를 신호로 제니의 솔로곡이 이어졌다. 솔로코너가 준비된 것은 그녀뿐으로 상당한 긴장이 엿보였지만, 리아나와 테일러 스위프트가 동거한 것 같은 도발적인 모습으로 팬들을 매료시켰다. ‘The Band Six’의 조화롭고 장대한 잼 세션을 겸한 후반전에서는 파이프오르간을 모방한 폰의 영상이 비추어지자 기다렸다는 듯 ‘Kill This Love’의 신곡 3연발이 이어졌다. 특히 로제의 요염한 노랫소리와 지수의 미성 코러스가 경쾌하게 비상해 나가는 EDM곡 ‘Don't Know What to Do’은 (같은 코첼라에 출연하고 있던) 제드의 ‘Clarity’를 커버하고 있는 느낌을 주었으며 계속된 ‘Kick It’은 리틀 믹스의 ‘Shout Out to My Ex’를 방불케 했다. 객석에서 던져진 모자를 제니와 로제가 써 보이는 큐트한 장면도 연출했다.

“한국에서 온 우리는 전혀 다른 문화를 가진 이 나라에서 무엇을 기대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도 오늘 밤 음악이 우리를 하나로 연결해 준다고 배웠다”라는 로제의 MC에 이어 지수가 “오늘이라는 날을 평생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신호로 리사가 “라스트 2곡”이라고 외치며 ‘BOOMBAYAH’와 ‘AS IF IT'S YOUR LAST’가 이어지자 무대는 절정에 이르렀다. 장내를 가득 메운 수만 명의 청중에 의한 ‘BLACKPINK in your area!’의 콜은 믿을 수 없는 소중한 순간이었고, 멤버 4명이 아름다운 생머리를 휘날리며 펼친 일사불란한 싱크로댄스에 BLINK의 절규가 멈추지 않았다.

한편 블랙핑크가 더욱 더 먼 존재가 되어 버렸다고 한탄하는 일본의 BLINK에 낭보가 전해졌다. 12월4일 도쿄 돔을 시작으로 3개 도시 4회 공연에서 20만5,000명을 동원할 예정인 재팬 투어 ‘BLACKPINK 2019-2020 WORLD TOUR IN YOUR AREA in JAPAN’의 개최가 결정된 것이다. 여름에는 ‘서머 소닉 2019’에의 출연도 결정하고 있지만, 북미, 유럽, 호주 투어를 거쳐서 글자 그대로 월드클래스가 된 그녀들의 앞날에는 꽃길만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

김경수 편집위원(데스크) ggs077@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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