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Biz 24] 세계 석유 메이저, '화석연료 종말' 대비 선제 대응

천연가스·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조심스러운 발걸음

기사입력 : 2019-04-25 06:00 (최종수정 2019-04-25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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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석유 메이저들이 석유 생산 및 정제에서 천연가스와 재생 가능 에너지에 의한 발전으로 축을 옮기는 조심스러운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전 세계 석유 기업들이 언젠가 발생할 사업 존속의 위협에 대한 대응을 시작했다. 전기자동차(EV)의 출현과 기후 변화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청정에너지를 요구하는 투자자와 소비자 수요에 대응해 최근 주요 석유 메이저들은 석유 생산 및 정제에서 천연가스와 재생 가능 에너지에 의한 발전으로 축을 옮기려는 조심스러운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석유 개발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타 사업을 압도하고 있다. 하지만 오랜 세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천연가스와 함께, 새롭게 대두해 급격히 세력을 넓히고 있는 신재생 에너지 관련 사업의 통합 의지는 점점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결국 석유 메이저들을 '발전'과 '전력 유통' 등 연관 사업으로 유도한 것이다. 게다가 석유 메이저들은 기업의 인수가 목표 달성의 지름길이라는 사실도 간파한 것으로 보인다.

■ 저탄소화, 석유 수요 세기에 '종지부'


전 세계적으로 가속화되는 '저탄소화'는 전력에 대한 수요를 급격히 늘리고 있으며, 그동안 지속 증가해 왔던 석유 수요를 점차 잠식해 나가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세기에 석유 수요가 종지부를 찍을 수도 있다"는 업계 전문가들의 견해가 대두됐다.

실제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전력 수요가 높은 중산층 인구가 확대되는 가운데,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점차 규제가 변경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력 수요가 석유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국제 에너지기구는 예측하고 있다.

그리고 석유 업계에서도, 석유 수요는 2020∼2040년 사이에 절정을 맞은 이후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를 대체하는 분야는 당연히 전력으로, 현재 상대적으로 소규모이기는 하지만 전력 부문에 대한 투자는 이미 석탄 화력 발전을 능가해 빠르고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는 깨끗한 에너지를 가정과 기업에 제공하고, 계열 주유소에 EV 충전 기능을 부여해 환경친화적인 느낌을 줌으로써 에너지 전환에 대응하겠다는 의도라 할 수 있다. 동시에 전력 공급으로의 길을 찾는 것으로 사업의 '미래 보장'을 요구하는 주주들의 요구에도 부응하기 쉬워진다.

물론 석유 및 천연가스 업계의 비즈니스 다각화에 대한 움직임이 드문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에는 특이하게도 투자한 만큼의 실적을 거두지 못하고 아무리 봐도 형편없는 수준에 그쳤다. 그동안 석유 메이저는 석탄 생산, 주택 청소, 애완동물 먹이, 영양 식품, 새우 무역, 기저귀 제조, 호텔, 철강 등의 산업에 투자해 왔지만 대부분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심지어 연관 산업이라 할 수 있는 전력 부문에 진출해서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이 같은 결과 때문에, 비즈니스 전환으로는 "석유와 천연가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수준의 이익을 얻을 수 없다"는 냉엄한 견해까지 나았다. 그리고 투자자들 또한 그동안 받아온 안정적인 고액의 배당금을 유지하는 데 급급해 "사업 전환 따위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견해를 주장해 왔다.

대표적인 사례로, 영국 석유 대기업 'BP'는 20년 전 "BP 브랜드는 'Beyond Petroleum(석유를 넘어)'이다"고 재정의 하고, 최초로 재생 가능 에너지 분야에 진출했다. 하지만 큰 손실만을 남긴 채, 태양광 발전 시스템의 제조 부문을 2011년에 폐쇄했으며, 이후 풍력 발전소도 명목만 유지해 왔다. 다만 최근 들어 "더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청정에너지 모델이 있다"며, 새롭게 비즈니스를 다질 각오를 내비치고 있다.

■ 시장 세분화 및 수익성이 최대 과제

급속도로 세분화 되어 가는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에 직면하면서, 신재생 가능 에너지와 가스 화력 발전소를 전력 공급 사업과 연계시켜 나가는데 있어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바로 수익성이다. 그리고 이러한 수익성에 가장 먼저 반응한 기업이 BP다.

BP는 2017년 영국의 태양광 발전 사업자 '라이트소스(Lightsource)'에 2억달러(약 2조3867억원)를 투자해 태양광 사업에 복귀했다. 또한 같은 해, '퓨어 플래닛(Pure Planet)'의 주식 25%를 매수하여 영국 내에서의 전력 소매 사업에도 진출했다. 퓨어 플래닛은 재생 가능 에너지로 약 10만 건의 고객에게 전력을 공급하고 있는 소규모 신규 스타트업 사업자다.

BP의 대체 에너지 부문을 이끄는 뎁 산얄(Dev Sanyal)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오늘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의 대부분은, 우리의 핵심 역량에 링크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통합된 서비스로서 분자와 전자를 연결할 수 있게 되면, 더 큰 이익을 창출하는 사업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어 "신재생 가능 에너지 사업은 지난해 프리캐쉬플로우(잉여현금흐름)가 플러스로 안정되어 있었으며, 지난 3년 동안 긍정적인 궤도에 오르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미 산업계의 고객은 쥐고 있으며, 향후 모든 소매 고객을 얻을 수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향후 BP는 대체 에너지에 의한 발전 능력을 꾸준히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기후 변화 전문 조사 기관으로 주요 기관 투자자와 제휴 관계에 있는 'CDP'는 "BP의 대체 에너지 발전 능력은 석유 메이저 속에서 가장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CDP의 계산에서 따르면, 대규모 수력 발전 시설과 전 세계 천연가스 매장량의 20%를 보유한 러시아 국영 가스 생산 기업 '가즈프롬'이 프랑스 석유 대기업 '토탈(Total)'과 영란 기업 '로열더치셸(Royal Dutch-Shell)' 그룹을 웃돌고 있지만, BP에는 못 미쳐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리테일 부문에서 만큼은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석유 기업이 여전히 BP와 가즈프롬을 앞서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BP의 새로운 수익성에 대한 가능성은 타 석유 메이저를 전력 분야로 이끌게 됐다. 토탈은 지난해 프랑스 전력 소매업체 '디렉트 에너지(Direct Energy)' 인수를 통해 가스 화력 발전소와 재생 에너지 발전소를 손에 넣고, 프랑스 전력 공사 'EDF(Electricite De France)'에 도전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토탈은 2022년까지 프랑스와 벨기에에서 700만 건의 고객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으며, 최근 발표한 투자자를 위한 프레젠테이션에서 "2040년까지 공급 전력의 15~20%를 저탄소 자원에 의해 발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지난 3월 토탈과 함께 해저 가스전 시추에 돌입한 이탈리아의 에너지 대기업 '에니(ENI)'에 따르면, 토탈은 현재 이탈리아 제2위의 발전 사업자로서 자리매김했으며, 6개의 발전소와 대규모 전력 거래 사업, 그리고 200만 건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로열더치셸도 최대 전력 사업자가 되는 것으로 목표로, 지난 1년 동안 브라질의 가스 화력 발전소와 영국의 전력 사업자 등 많은 투자를 진행해 왔다.

지난주에는 투자처인 영국 전력 사업자의 명칭을 '셸 에너지'로 변경하고, 71만 건의 고객 모두를 100% 재생 가능 에너지에 의한 전력으로 전환한다고 공표했으며, 계열 주유소를 사용하는 고객에게 주유나 EV 충전에 대한 할인 서비스 등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셸의 신에너지 부문을 이끄는 마크 게인스보로우(Mark Gainsborough)는 "영국 국내의 리테일(소매) 고객 기반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전력 관련 자산을 둘러싼 석유 메이저의 참가가 늘면서 상호 경쟁 격화를 보여주는 징후도 늘었다.

셸은 지난 몇 달간, 경합하는 영국 에너지 공급 회사 'SSE'의 소매 부문을 인수하기 위해 모색했지만, 국내 에너지 가격의 대부분에 대해 상한 규제를 마련하겠다는 영국 정부의 결정을 둘러싼 우려에 의해, 인수 협상은 거의 진전되지 못했다. 바로 이러한 규제들이 세계 각국의 전력 시장이 직면하는 리스크의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네덜란드의 에너지 기업 '에네코(Eneco)'의 민영화에 대해, 토탈이 셸에 대항하여 입찰에 참가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네코의 평가액은 약 30억유로(약 3조8345억원), 고객 수는 220만 건에 달한다.

셸의 게인스보로우는 "에네코가 전력 사업의 전형적인 모델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이 사업 모델이 목표로 하는 것은, 전력 거래 및 공급의 위치와 고객 기반을 갖춘 통합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기술과 인력, 그리고 의지가 경쟁력

런던에 본사를 둔 BP에 의한 재생 에너지 분야 진출의 첫걸음을 지휘한 존 브라운(John Browne) 전 최고경영책임자(CEO)는 풍력 및 태양광 프로젝트의 발전 코스트(비용)가 큰 폭으로 감소하고, 전력 시장의 미래 성장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 것으로, 상황은 과거와는 크게 달라졌다고 말한다. "문제는 재생 에너지 분야에의 진출을 성공시키기 위한 기술과 인재, 그리고 의지가 있는가 하는 점"이라고 브라운은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그리고 CDP에 따르면, 태양광 및 풍력에 의한 발전 프로젝트의 이익률은 약 5~10% 정도로, 대부분의 석유·천연가스 관련 프로젝트에 비해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또한 청정에너지 기술에 대한 투자액은, 셸과 노르웨이의 최대 석유 대기업 '에쿠노르(Equinor)'가 설비 투자의 5∼6%의 선에서, ENI는 약 4%를 목표로, 토탈과 BP는 약 3% 정도로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최근 이 비율은 가스 화력 발전소에 대한 투자와 수반해 지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결과적으로 그것(전환 사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더라도, 석유 메이저들은 재무면에서 여유가 있기 때문에, 전력 사업을 떼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영국의 법률 사무소 'CMS'에서 청정에너지 부문을 책임지고 있는 무니르 하산(Munir Hassan)은 예측했다.

그는 "전력 사업과 석유·가스 사업과의 수익의 차이는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주주들과 그들의 자녀들 사이에서 볼 수 있는 의식의 변화가 새로운 동기를 낳고 있다"며, "석유 회사 중 일부는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결과가 그들이 기대했던 것보다 더 고통스럽게 느껴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석유 메이저들은 투자 수익을 추구하는 주주와 이노베이션(혁신)의 균형을 고려하는 원칙으로, 연간 투자액의 극히 일부를 저탄소 기술로 돌려왔을 뿐이다. 그러나 지구 환경에 대한 우려와 인류의 보존 의지가 강해지면서, 화석화 에너지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기반들이 뭉쳐, 석유 메이저들의 주력 사업을 천연가스와 재생 에너지 발전 등 청정에너지 분야로 축을 옮기게 한 것으로 파악된다.


김길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skim@g-enews.com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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