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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칼럼] 청정 연천에 산업폐기물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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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칼럼] 청정 연천에 산업폐기물이라니

김석표 연천군 문화재팀 팀장
김석표 연천군 문화재팀 팀장
한국전쟁 이후 연천군은 접경지역으로 전 지역이 군사시설보호구역이었다. 군민생활과 관련한 모든 것들이 군부대의 협의 대상이었으며, 1982년부터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이 제정되면서 수도권으로서의 중첩규제로 인해 산업화에 따른 변화는 일체 생각할 수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군인을 상대로 가게를 운영하거나 1차 산업인 농업에 종사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이 제정되는 해에 연천군 인구는 6만8000명에 달했는데 36년이 지난 2018년 현재 인구는 4만4600명으로 2만3400명이 감소했다. 지역경제는 날로 어려워져 일자리를 찾아 청년들은 고향을 떠나고 있고 반대로 노인인구 비율이 높아져 초고령사회를 이루고 있는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은 그동안 중첩규제로 인해 우리 군의 자연 생태계가 고스란히 보존되어 관광 인프라를 활용한 미래를 꿈꿀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전곡읍 고능리 102번지 일대(전 노스폴 골프장)에 ㈜북서울이 한강유역환경청에 경기지역 사업장폐기물처리를 위한 폐기물처리시설 허가를 신청하여 진행 중에 있다. 우리지역은 과거 80년대 초 한탄강 유원지 방문객이 주말에 20만 명이 찾아올 정도로 깨끗하고 맑은 강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인근 시의 가죽공장 등 무단폐수 방류로 신천은 하천으로서의 기능이 상실됨은 물론 한탄강마저 죽음의 강으로 변하여 1984년 이후 한탄강을 찾는 방문객은 급격히 줄어 지역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입기도 하였다. 그리고 죽은 강을 다시 살리는 데 많은 시간과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아직도 회복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우리 군은 우리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타 지역과 차별화된 장점을 찾아 군민들이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미래 산업을 발굴해 내야만 하는 중요한 시점에 와있다. 그렇다면 우리 군에 적합한 산업은 무엇일까? 물론 위에서 언급했듯이 중첩규제로 훼손되지 않은 DMZ와 생태, 문화, 첨단농업 등을 활용한 관광특구를 조성, 군의 미래를 계획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발표한 '한국의 지방소멸보고서 2018'에 228개 시·군·구중 39%인 소멸대상 89개 시·군·구에 포함되어 있는 우리군은 30년 안에 사라지는 군이 되고 말 것이다. 따라서 산업폐기물처리시설이 우리 군에 설치되는 순간 우리 군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충북 제천시 왕암동 폐기물 매립장의 경우 당초 지방 산업단지 내에서 발생하는 산업폐기물을 매립하는 용도였으나 전국 각지의 폐기물을 무분별하게 수용한 탓에 조기 포화되어 2010년 영업을 중단했다.

매립형식은 관리형 매립시설(㈜북서울이 우리 군에 설치하고자 하는 형식과 같다)로 2006년 에어돔이 폭설에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고, 2012년에도 같은 결과를 초래해 유입된 빗물이 침출수가 되면서 인근 하천생태계를 위협하기도 했다. 한국환경공단은 2013년 재난위험시설 E등급(중점관리대상)으로 지정하고, 관리업체에 폐기물관리법 제50조 제1항에 의거 폐쇄 신고토록 권고하였으나 이를 이행치 않아 결국 한국환경공단과 제천시에서 떠안게 되어 98억 원이라는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여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북서울이 설치하고자 하는 시설이 제천시와 같은 결과를 초래하지 말라는 법이라도 있는가? 제천시의 경우는 산업단지 내 시설이지만 우리 군의 경우는 계곡에 설치하려는 것이어서 국지성 폭우로 인하여 폐기물이 유실될 위험성은 더 높으면 높았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폐기물관리법 제1조(목적)는 폐기물의 발생을 최대한 억제하고 발생한 폐기물을 환경적으로 처리함으로써 환경보전과 국민생활의 질적 향상에 이바지하는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고, 헌법 제35조에도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 군은 접경지역에 집중 지원한 독일과 달리 변변치 않은 지원 없이 버텨오고 있기는 하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은 별로 밝지 않다. 그럼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은 관광 인프라를 활용하여 미래를 꿈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산업폐기물처리시설이 고능리에 들어서게 된다면 불 보듯 뻔한 암울한 미래가 펼쳐질 것이다.
우리 군은 지난 75년 동안 접경지역이며, 수도권으로서 많은 불편과 희생을 감수하며 살아왔다. 인간의 천부적 권한이 아니더라도 이젠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우리 군민들도 누리며 살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무엇보다 우리 군민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산업폐기물로 인한 피해는 누구에게나 자유로울 수 없다. 인간과 자연에 주는 폐해는 실로 엄청날 뿐만 아니라 회복하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 또한 막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필자가 판단하기로는 제도적 측면에서 벌칙이 너무 약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정부는 훼손된 환경을 되돌리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감안한다면 산업폐기물 처리업체에 대한 자격과 매립형식 등 제도적인 보완을 강구하여 다시는 산업폐기물로 인한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다.


김석표 연천군 문화재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