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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체코 원전 입찰' 한수원, 유리해지나 싶었는데 돌연 '중·러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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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체코 원전 입찰' 한수원, 유리해지나 싶었는데 돌연 '중·러 변수'

체코 신임장관, '중·러 불허' 자문기관 권고 무시하고 "배제 않겠다" 입장 천명

2018년 2월 얀 피세르 전 체코 총리 일행이 울산 신고리 5,6호기 건설현장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이미지 확대보기
2018년 2월 얀 피세르 전 체코 총리 일행이 울산 신고리 5,6호기 건설현장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공들이고 있는 체코 원전사업에 '경쟁국 변수'가 생겨 한국측을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임명된 카렐 하블리체크 신임 체코 산업부 장관이 체코 정부가 추진하는 원전사업에 중국··러시아 등 특정국가의 기업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하블리체크 장관은 장관 임명 직후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원전건설 프로젝트에 중국이나 러시아 기업을 배제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원전사업은 안보가 핵심요소이고 이를 간과할 생각도 없지만, 원전사업의 조건을 논의하는 것은 모든 주요국가들의 참여 하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장관 임명 전날인 지난달 29일에도 하블리체크 장관은 언론에 "원전사업은 모든 요소들을 평가해야 한다. 특정국가의 기업을 사전에 배제하는 것은 사업적 관점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언급한 바 있다.

이같은 체코 원전사업의 주무장관의 발언은 지난해 체코 정부 산하 자문기관에서 안보 문제를 감안해 중국과 러시아의 기업을 원전사업에서 배제할 것을 권고한 것과는 정면 배치한다.

현재 원전 6기를 운영하고 있는 체코는 두코바니와 테밀렌에 각각 1기가와트(GW) 규모의 원전 2기 추가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2기 원전 추가사업은 체코전력공사(CEZ)가 발주했으며, 오는 2025년 착공해 10년 뒤인 2035년 상업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총 사업비는 약 21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 사업에는 한국의 한수원을 비롯해 중국 CGN, 러시아 로사톰, 미국 웨스팅하우스, 프랑스 아레바, 그리고 일본 미쯔비시중공업과 프랑스 EDF그룹의 합작사인 ATMEA 등 총 6개 그룹이 입찰 참여 의향서를 제출한 상태다.

한수원은 한국전력기술, 한전원자력연료, 두산중공업, 대우건설 등과 '팀 코리아'를 구성해 참여하고 있다.

현지 전문가들은 한국과 러시아를 유력 후보로 꼽고 있다. 러시아 로사톰은 체코 원전 6기를 건설한 바 있고, 한국은 아랍에미리트(UAE)에서의 성공적인 원전 건설이 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체코 원전 2기 추가사업의 입찰 일정은 다소 유동적이다. 체코 원전건설은 유럽연합(EU)과 협의가 필수인데 이웃국가인 독일은 유럽에 원자력발전소가 증설되는 것을 반대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EU의 엄격한 공공조달 지침과 파이낸싱 관련 협의도 체코 정부가 넘어야 할 산이다.

이미 체코 원전사업은 지난 2016년 입찰 참여 의향서 제출 마감 이후 3년 동안 진전이 없는 상태다.

당초 원전업계에서는 지난 3월께 입찰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지난 2월 체코 정부는 입찰을 오는 2021년으로 연기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따라서 정부 자문기관의 '중··러 기업 배제' 권고가 한수원에 유리한 국면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하블리체크 장관의 발언과 일정 연기가 맞물리면서 체코 추가원전 수주를 둘러싼 '입찰 전쟁'은 다시 안개 속으로 빠져들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