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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의 꿈' 매진…"美 군사 우위 무너뜨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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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의 꿈' 매진…"美 군사 우위 무너뜨려라"

근대화 성과 발판 강경 전략 선회…200만명 병사 세계 최대 전투 조직

시진핑 국가주석은 근대화의 성과를 발판으로 삼아, 덩샤오핑과는 크게 다른 강경 전략으로 자신이 그리는 '중국의 꿈(中国夢)'에 매진하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시진핑 국가주석은 근대화의 성과를 발판으로 삼아, 덩샤오핑과는 크게 다른 강경 전략으로 자신이 그리는 '중국의 꿈(中国夢)'에 매진하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중국의 근대화에 개혁·개방 정책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던 당대 최고의 지도자 덩샤오핑은 '도광양회(韜光養晦, 재능을 감추고 힘을 축적)'를 시정의 기본으로 채택해, 국제 사회에서의 돌출을 피하면서 중국의 경제력 확대에 주력했다. 그러나 지금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근대화의 성과를 발판으로 삼아, 덩샤오핑과는 크게 다른 강경 전략으로 자신이 그리는 '중국의 꿈(中国夢)'에 매진하고 있다.

"더이상 대기의 시간은 끝났다" 시 주석은 덩샤오핑의 기본 방침을 근본적으로 무너뜨려 공세로 돌아섰으며, 현대판 실크로드라고 하는 '일대일로' 구상과 하이테크 산업 육성 정책 '중국제조 2025' 등 대담한 국가 전략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그중 특히 주목해야 할 야심찬 구상은 200만명의 병사를 거느린 세계 최대의 전투 조직 인민해방군의 대개조에 의한 중국의 군사력 강화라 할 수 있다.
시 주석의 지휘에 의한 인민해방군의 개혁은 1949년 중국 건국 이후 최대 규모로 알려져 있다. 충실하고 부패없는 강력한 군대를 만들기 위해, 통치 초기부터 시 주석은 마오쩌둥 시대부터 계속되어 왔던, 거대한 군 관료기구를 해체하고, 자신이 중앙군사위원회의 주석이 되어 군 조직에 대한 권한을 강화시켰다.

"정권은 총구에서 나온다" 이는 항일 전쟁이 한창이던 1938년에 마오쩌둥이 남긴 말로, 시 주석은 이를 좌우명으로 깊이 가슴에 새기고 있다. 만족할 줄 모르는 시진핑의 강군 전략은 향후 어떻게 진행될 것이며, 아시아에서 미국의 군사적 우위를 어떻게 무너뜨릴 것인가에 대해 중국과 미국, 대만, 호주의 현역 및 퇴역 군인, 그리고 시 주석과 그의 가족을 오래전부터 알고 왔던 중국 정부의 고위 관료들의 취재와 중국 정부의 공식 자료 등을 바탕으로 급속히 파괴적으로 강화되는 중국의 군사력을 검증했다.

■ 흐트러진 군기를 하나로, 부패와의 전쟁


시 주석이 최고 지도자가 되기 전부터 인민해방군은 중국의 권력 구조와는 다른 엄연한 별도의 세력권을 가지고 있었다. 그로 인해 역대 지도자들은 국방 예산을 확대하고, 첨단 무기 등의 장비를 진행해 군사력의 강화를 지속해 왔다. 그러나 그 팽창 과정에서 군기가 흐트러져 조직 내부에는 엄청난 부패가 확산되는 부작용을 남겼다.

시 주석의 전임자였던 장쩌민과 후진타오는 군 간부와의 파이프도 연결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대신 대우나 예산 배분 등의 편의를 도모함으로써, 군부의 충성을 얻어 냈다고 중국과 대만의 전직 정부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후진타오 시대는 군 간부에 의한 예산의 유용이나 돈으로 지위를 사는 비리도 만연했다.

하지만 후진타오 정권하에서 이처럼 '통제 불능 상태'였던 군은 "지금 시 주석이 한 손에 꼭 쥐고 있다"고 싱가포르 국립 대학의 중국군 연구원은 지적한다.

2015년 중반부터 2016년에 걸쳐 시 주석은 대대적인 군사 개혁을 잇달아 내놓았다. 비전투 요원을 중심으로 30만명을 감축한 뒤, 막강한 권한을 쥐고 부패의 온상이 되기도 했던 '4총부(총참모부, 총정치부, 총후근부, 총장비부)'를 해체하고, 중앙군사위원회에 직속된 15개의 새로운 기관으로 옮겼다.

또한 중국 전역을 7개 지역으로 나누어 주둔해 있던 해방군 '군구'를 5개의 '전구'로 재편하고, 각 전구에는 미군과 유사한 작전 사령부를 두어 실전의 지휘권을 부여했다. 이어 군종에 대해서도 전통적인 육군 중심의 체계를 바꾸어 육지와 바다, 하늘, 로켓, 전략 지원 부대(사이버 공격 등 담당)가 병렬하는 조직으로 변경함과 동시에, 해전 능력 강화에도 중점을 두었다.

그리고 2017년 10월 제19차 당대회에서 군에 대한 시 주석의 권력은 더욱 강화되었다.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을 11명에서 7명으로 줄이고, 일찍이 임원으로 근무한 지역(푸젠성과 저장성)과 고향인 산시성, 그리고 '태자당(공산당 고급 간부의 자제)' 출신의 관계있는 충실한 인재를 기용했다.

한편, 시 주석은 궈보슝 전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등 100명 이상의 장교를 비리와 부패 등 군기 위반으로 엮어 투옥시켰다. 인민해방군의 개혁을 대대적으로 다룬 중국 관영 중앙TV(CCTV)의 다큐멘터리 '강군'에서는 법정의 피고인석에 앉혀져 반성문을 읽는 궈보슝의 모습도 담겨있다. "내 죄를 고백하고 그 책임을 져야한다"고 궈보슝은 외쳤고, 실제 무기 징역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군 관계자에 대한 연설에서 시 주석은 종종 자신을 군인 출신의 관료라고 어필하며, 군사 퍼레이드에서는 인민해방군의 위장 전투복 모습으로 참석한다. 2017년과 2018년 4월의 대규모 해군 훈련과 열병식에 참석한 시 주석은 미사일 구축함 '창사(長沙)'에 승선해 남중국해에서 전개하는 48척의 함대를 사열했다. 당시 중국 국영 TV는 해군 사령관 선진룽(沈金龍)과 해군 정치위원 친셩상(秦生祥)이 직립 부동으로 시 주석에 보고하고 경례하는 모습을 비춤으로써, 시 주석이 지닌 군권의 막강함을 과시했다.

또한 2017년 7월, 네이멍구 훈련장에서 열린 인민해방군 건군 90주년 기념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에서도 위장복을 걸친 시 주석의 모습이 보였다. 당시 사열 대장이던 한웨이궈(韩卫国) 장군은 시 주석이 푸젠성에 있던 시절 함께 근무했던 경력으로 이 퍼레이드 후 곧장 육군 사령관으로 고속 승진했다.

이처럼 군사 퍼레이드에 충실한 시 주석의 행보에 대해 "그는 자신의 실력을 과시할 수 있는 장소를 선호하고 있다"고 중국 정부와 군 인사에 대해 오랜 세월 모니터링해 왔던 홍콩 중문대학의 린허리(林和立) 교수는 지적했다.

■ 남중국해 광대한 포진, '해상만리장성' 구축


국가주석으로서 시 주석은 과거의 어떤 지도자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강군 전략을 펼치고 있다. 2013년 중국은 필리핀, 말레이시아, 대만, 베트남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의 난샤군도(스프래틀리 군도)에서 인공섬 조성 등을 통한 영유권 점령 사업을 시작했는데, 이는 모두 시 주석의 지시하에 이루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대만을 사정거리 내에 둔 미사일을 배치하고, 대만 해협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실시하는 등 남중국해의 광대한 해역에 포진해 있는 인민해방군은 필요하다면 대만을 무력으로 '쟁취(점령)'할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전 대만 국방장관은 이러한 중국의 공세에 대해 "중국은 대만을 위협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또 "중국은 이제 미국과의 전쟁 이외의 모든 시나리오에서 남중국해를 지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필립 데이비슨 미국·인도 태평양군 사령관(해군 대장)은 사령관에 임명되기 전부터 의회위원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편, 중국 공산당 간부 양성 기관인 중공중앙당학교의 기관지 '학습시보(学習時報)'는 난샤군도에서의 전개는 시 주석의 지시를 받고 있다며, 이는 "바다에 만리장성을 쌓는 것과 같다"고 논평했다.

중국의 군사 압력은 일본과 인도에도 미치고 있다. 일본에 대해서는 센카쿠 열도 인근에서 영해와 영공을 넘나들고 있는데, 2018년판 일본 방위백서는 "중국은 일본 주변 공역에 있어서의 과격한 행동을 일방적으로 확대시키고 있어, 강하게 우려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위성의 올해 4월 발표에서도, 2018년 중국 군기에 대한 긴급 발진은 전년보다 138회나 증가해 638회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한편, 2017년 여름에는 중국과 부탄이 모두 영유권을 주장하는 도크람(인도명 도카라, 중국명 둥랑)에서 인도까지 가세해 팽팽한 긴장 상태가 발생했다. 발단은 중국 인민해방군이 접경지역 도로 건설을 시작함으로써, 부탄의 반발을 불러왔고, 이에 당시 도크람을 안보상의 중요한 지역으로 자리매김한 인도가 부탄을 지지하면서 중국에 항의했다.

■ 미 군사 우위 '흔들', 미중 충돌 승리 보장도 없어


현역 및 퇴역한 여러 미군 고위 관계자는 중국 주변 해역에서 미국과 중국이 충돌하게 되면 "미국이 반드시 승리할 보장은 없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국방 전략 재검토 초당파 모임에서 공동 의장을 맡은 전 해군 작전부장 게리 러프헤드(Gary Roughead) 대장은 "미국이 질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는 역사의 중대한 전환점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초당파 모임 보고서는 "미국의 군사적 우위는 더이상 보장되지 않고, 미국의 이익과 미국의 안보에 대한 영향은 심각하다"고 결론 지은 뒤, 중국과 러시아의 군비 확장을 통해 "미국은 국가 안보상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거액의 대미 무역 흑자의 삭감을 요구하면서, 고관세를 내세워 압박을 가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무역 분쟁보다 심각한 리스크는, 중국 주변 해역에서 오산이나 사고에 의해 미국과 그 동맹국이 중국과 충돌할 가능성에 대한 시나리오라 할 수 있다.

이미 중국은 미국의 무기에 필적하거나, 오히려 이를 능가하는 재래식 미사일 전력을 구축하고 있다. 중국의 조선소는 동아시아 해역을 지배하는 세계 최대의 해군을 탄생시켰으며, 탄도 미사일 탑재 잠수함의 실전 부대에서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고, 강력한 보복 공격 능력도 확보한 상태다. 그리고 이러한 중국의 변화는 "아시아에서 미국의 절대적인 우위의 시대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 권한 집중과 대담한 정책이 안고 있는 '위협'


그러나 인민해방군 내부에서는 미국 등 군사 대국에 대항할 수 있는지 의문시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군 간부들에 의한 많은 논설에서, 전투 경험의 부족과 기술 측면의 저하, 지휘 통제 등의 문제에 대한 지적이 따른다.

또한, 시 주석에 대한 권한 집중과 대담한 정책은 확실히 시 주석 개인과 공산당, 나아가서는 중국 전체에 있어서 큰 리스크가 된다. 군 조직 내의 부패 단속과 당정 간에 걸친 고위 인사에 대한 숙청은 막후에서 계속되는 권력 투쟁의 일단이라는 추측도 들린다.

2017년 10월의 제19차 당대회에서 이러한 추측을 뒷받침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인 려우셔위(刘士余)가 궈보슝 등 실각한 간부 그룹에 의한 쿠데타 시도를 비난하면서 사건이 수면위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이 쿠데타설에 중국 정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군의 기관지도 증거를 제공하지 않은 채 궈보슝을 규탄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군과 당 간부를 숱하게 처벌해 파벌을 완전히 무너뜨린 상태다. "그로 인해 많은 위험한 적을 만들었다"고 당 지도부와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2017년 7월, 시 주석이 중국 반환 20주년 행사를 위해 홍콩을 방문했을 때, 현지의 치안 당국은 그 경호 태세에 놀랐다고 한다. 당시 인사 방문 지원에 정통한 베테랑 경찰 간부는 "현격한 차이의 삼엄한 경비였다"고 회고했다. 이로써 시 주석의 신변에 대한 위험이 그만큼 커졌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만일의 사태를 상정한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간파할 수 있다.

다만, 신변의 이러한 위험을 의식하면서도 시 주석은 절대 '강군화'의 고삐를 느슨하게 할 기색은 없다. 2017년 10월 광저우 시의 사령부를 시찰한 시 주석은 사령부 간부에게 전쟁과 전투 준비에 집중하도록 지시했던 일화가 알려져 있다.

시 주석의 새로운 경지로의 지향에 대해 "예측이 어려운 수수께끼다", "시 주석은 위험을 감수하는 인물이다", "그가 향후 어떤 움직임에 나설지, 읽을 수가 없다"는 측근들의 말이 따른다. 무섭게 강성해진 중국과 시 주석의 행보를 명확히 모니터링하는 것이 시대의 흐름을 간파하는 지름길이라 할 수 있다.


김길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