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 칼럼] ‘포항제철’이 ‘삼천포제철’ 될 뻔했던 이유

기사입력 : 2019-05-15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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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의 전신인 포항제철은 왜 포항에 건설되었을까.

국내 최초의 제철소 건설 문제가 거론되던 당시, 경제기획원은 항만의 조건이 좋다는 이유로 ‘삼천포’를 최적지라고 제시했다. 조사용역업체인 미국의 코퍼스는 ‘울산’을 추천했다. 그랬으니, ‘포항제철’은 ‘삼천포제철’이나, 또는 ‘울산제철’이 되었을 수도 있었다.

유치 경쟁도 치열했다. 삼천포와 울산은 물론이고, 삼척, 진해, 목포 등이 경쟁을 벌였다. 지역주민들은 서명운동을 벌였다. 청와대와 경제기획원 등에는 탄원서가 잇따랐다.

‘정치논리’까지 개입했다. 자기 지역구에 제철소를 유치하겠다는 국회의원들의 공약이 난무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1967년 5월 11일 월포, 포항, 삼천포, 보성 등을 최종 후보지로 선정, 타당성 검토에 들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포항제철은 결국 포항에 세워졌다. 박태준 회장의 ‘이유 있는 주장’ 덕분이었다. 박태준은 제철소를 포항에 세워야 하는 이유를 4가지로 압축했다.

① 무엇보다 안보상 적지다. ② 항만 안벽의 길이가 적당하다. ③ 조수간만을 따져보니 건설비용이 덜 든다. ④ 공업용수가 풍부하다 등이었다.

박태준은 박정희 대통령에게 이 4가지 이유를 설득했다. ‘안보상 적지’라는 첫 번째 이유를 빼면, ‘기업논리’를 내세운 것이다. 포항제철은 어렵게 포항에 세워질 수 있었다. <우리 친구 박태준, 행림출판>

박태준의 주장은 훗날 타당했던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리고 포항제철은 세계적인 기업, 포스코로 도약할 수 있었다. 포항제철이 포항 아닌 다른 지역에 터를 잡았다면, 오늘날처럼 성장하기는 어려웠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기업의 ‘입지(立地) 선정’은 이렇게 중요하다.

미국 철강업체 ‘US스틸’의 사례가 있다. US스틸은 피츠버그에 터를 잡았다. 피츠버그는 원료인 철광석과 석탄을 충분하게 보급 받을 수 있는 입지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산 코스트가 저렴하게 들어갔다.

그렇지만, 운송이 문제였다. 가까운 항구까지 제품을 옮기기 위해서 무려 1천km를 날라야 했다. 게다가 철강제품은 운송비가 많이 들었다. 막대한 운송비용을 제품가격에 포함시키지 않을 수 없었다. 비싸게 팔았던 것이다.

그래도 시장을 독점하고 있을 때는 별 걱정이 없었다. 그러나 국내외 경쟁업체가 늘어나면서 상황이 어려워졌다. 점점 경쟁력을 잃게 되었다.

그래서 기업이 공장 부지를 고를 때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 성(盛)과 쇠(衰), 흥(興)과 망(亡)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정치논리’가 나오고 있다. 우선 ‘광주형 일자리 공장’이 그렇다. 청와대까지 나서서 군산, 구미, 대구 등을 ‘지명’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기초단체장들과 오찬을 하면서 “어느 지역이든 노∙사∙민∙정 합의하에 광주형 일자리 같은 사업을 추진한다면 그 성공을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힌 적도 있었다.

지난주에는 송철호 울산시장이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사업 부문 중간지주회사로 다음 달 발족하는 한국조선해양 본사를 울산에 두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울산시청에서 ‘담화문’을 발표하고 기자회견도 가졌다고 한다.

그렇더라도 기업의 입지는 기업 몫이다. 입지 잘못 골랐다가 흔들릴 경우, 정부에서 보상해줄 리는 없는 것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

이정선 기자(데스크) js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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