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논의 곳곳에 장애물 '가시밭길' 예고

8월5일 확정 고시 앞두고 개편안 국회 표류로 정부 "현행체계로 심의 결정"
공익위원 전원사퇴로 교체 불가피, 새 위원 성향 놓고 노사 양측 촉각 세워
정부 속도조절론 움직임 속 인상 수준 놓고 "과다 vs. 미흡" 여론전 선점 치열

기사입력 : 2019-05-16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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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1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위촉과 주52시간제 현장안착 등에 대해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오는 8월 5일까지 확정 고시해야 하는 2020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사회적 논의가 최저임금위원회, 정치권, 노사 등 여러 주체간의 변수들로 일정 진행이 차질을 빚고 있다.

더욱이 이해당사자인 노동계와 경영계는 최저임금 논의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한치의 양보 없는 여론전을 펼치고 있어 향후 최저임금 논의 앞에 험난한 가시밭길을 예고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요 고용노동정책 현안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 현행체계를 적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올해 초 제출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이 국회에서 표류 중이고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이 전원 사표를 제출한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데에 정부 입장을 밝힌 것이다.

정부는 지난 2월 현행 최저임금위원회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 둘로 나누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 등 국회의 파행으로 지난 5월 7일 끝난 임시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는 기존 방식대로 할 수밖에 없게 됐다.

여기에 최저임금위원회 류장수 위원장과 공익위원 8명이 지난 9일 공식적으로 전원 사퇴의사를 밝혔다. 정부가 기존 위원회를 개편하기로 함에 따라 계속 자리를 지키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자체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류 위원장과 공익위원들이 이미 3월 중순부터 사퇴의사를 밝혀온 만큼 정부는 이미 새 공익위원 후보 선임을 위한 물밑작업을 벌여온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공익위원 물갈이 작업은 신속하게 이루어질 전망이다. 이 장관 역시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공익위원 위촉절차를 이달 중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정부와 최저임금위의 움직임에 노동계와 경영계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폭에 촉각을 세우면서도 서로 미묘하게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공익위원은 노사 양쪽으로부터 한쪽으로 치우친다는 평을 받지 않도록 선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측 위원 9명, 사용자측 위원 9명, 정부가 임명하는 공익위원 9명(정부측 당연직 1명 포함) 등 총 27명의 위원들의 심의·의결을 통해 결정된다.
따라서 정부가 어떤 성향의 공익위원을 위촉하느냐에 따라 사실상 최저임금의 향방이 좌우된다.

업계에서는 이번에는 지난 2년과 같은 큰 폭의 인상률은 유지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중론이다.

청와대와 정부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경제에 일부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비판을 수용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고 이러한 분위기가 새로운 공익위원 위촉에 반영될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2주년 한 방송사 대담 프로그램에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겠다는 공약에 얽매여 무조건 그 속도대로 인상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조절론을 내비쳤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지난해 12월 부총리 인사청문회에서 속도조절을 언급한 바 있었다.

경영계 한 관계자는 "비록 추정치이지만 우리나라 최저임금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상위권인 것은 맞다"며 "아직 공익위원이 선임되기 전이라 말하기 이르지만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되기를 바란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취임 2주년 대담에서 경영계의 어려움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다행이다"면서 그런 인식이 최저임금 결정에 실질적으로 반영되기를 희망했다.

한 자영업자는 "여력이 있는 대기업과 그렇지 못한 영세 자영업에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한 뒤 "최저임금을 내리거나 동결할 수 없다면 차등 적용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노동계의 반응은 다소 강경하다.

민주노총은 13일 성명서를 통해 "문 대통령이 취임 2주년 대담에서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에게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한 셈"이라며 "이재갑 장관도 공익위원들이 사퇴의사를 밝히자마자 새로운 공익위원 위촉 일정부터 밝힌 것은 정부가 재벌의 압박에 한몫 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청와대와 정부의 변화된 기류를 비판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새롭게 위촉되는 공익위원은 정부지침에 따르는 거수기로 전락할 것이고, 그에 따른 모든 사태와 우려의 일차 책임은 대통령과 정부에 있다"며 노동계의 반발 대응을 예고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노동계 전문가는 "자영업자에게 가장 큰 부담은 인건비가 아니라 과도하게 높은 임대료와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에 따른 과당경쟁"이라며 "재벌 눈치를 보며 말바꾸기를 하는 정부에게 소득주도성장을 밀어부칠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힐난했다.

앞서 노동계와 경영계는 최저임금 주도권을 놓고 서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재계를 대변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3일 "1인당 국민총소득(GNI) 대비 최저임금으로 보면 한국은 OECD 27개국 중 7위"라며 "여기에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최저임금은 1만 30원으로 OECD 국가 중 1위"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노동문제 전문 비영리연구기관인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나서 6일 "최저임금과 무관한 자영업자 소득과 기업이윤 등이 포함되는 GNI를 기준으로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며 "GNI가 아닌 평균임금 대비로 보면 한국은 OECD 29개국 중 15위, 중위값 기준으로 보면 13위"라며 재계의 '최저임금 OECD 1위' 주장을 정면반박했다.

그러자 친기업 인사노무 입장을 개진해온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13일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중위값 대비로는 OECD 28개국 중 6위, 평균임금 대비로는 4위"라며 전경련을 측면지원했다.

논란이 빚어지자 이재갑 장관이 직접 나서 "(노사) 모두 OECD 발표자료도 아니고 국가간 비교에는 한계가 있는 자료"라고 지적한 뒤 "OECD 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7년 기준 중위임금 대비 27개국 중 11위, 평균임금 대비 13위로 중위권"이라며 교통정리를 했다.

이 장관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업계의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화 요구에는 "최저임금위원회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불개입 원칙을 표명하면서도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 실무적 어려움이 있다"며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혀 관련업계의 대응이 주목된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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