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지난주 LG유플러스에 자사가 보유한 CJ헬로비전 주식 지분 8.6%를 인수하라고 서면 요청했다. 두 회사 모두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문제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주식 처분을 둘러싼 두 회사의 이해득실 관계다. 특히 SK텔레콤이 머리 아플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조금더 들어가 보면 SK텔레콤의 복잡한 속내가 읽힌다.
그도 그럴 것이 무엇보다도 SK텔레콤은 3년 전 CJ헬로를 인수하려다 실패한 아픈 기억이 있는 회사다. 그래서 LG유플러스가 이를 사 간(‘50%+1주’로 경영권확보) 것만으로도 속쓰릴 수 밖에 없다. 그런데 CJ헬로비전이 ‘신포도’가 되기 전 확보한 약간의 CJ헬로비전 주가까지 쑥쑥 빠졌다. SK텔레콤은 지난 2015년 CJ인수를 꾀하면서 주당 1만2000원대에 CJ헬로비전 지분 8.6%를 확보해 놨는데 최근 거의 30%나 폭락한 80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게다가 SK텔레콤으로선 인수를 확정한 유료방송 채널 티브로드를 ‘합병’해도 ‘LG유플러스+CJ헬로’ 점유율에 밀려 시장 3위에 랭크되는 것도 속아프다. 그런데도 적군의 지분까지 떠안고 있어야 한다면?
이 같은 배경을 안고 있는 SK텔레콤의 속은 쓰릴 수 밖에 없다.
SK텔레콤 관계자는 CJ헬로비전 지분을 버리려 하는 배경에 대해 “더 이상 CJ헬로비전에 비전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속내도 감추지 않는다.
SK텔레콤은 “LG유플러스는 CJ헬로비전을 합병하지 않았다지만 독자적으로 끌고 가는 것보다 IPTV쪽으로 전환해 가면서 유료방송에서의 영향력을 높이는 동시에 알뜰폰 가입자까지 끌고가는 수단으로 삼으려는 게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결국 헬로비전이 껍데기만 남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여러이유에 더해 비전도 보이지 않는 회사의 주식을 매각하려 한다는 설명인 셈이다.
LG유플러스로선 CJ헬로비전을 ‘합병’하지 않은 이상 법적으로 SK텔레콤과 여타 주주들의 주식을 굳이 인수해 줘야 할 의무는 없다.
LG유플러스는 “'정부의 인수 심사가 진행되고 있어서' 현시점에서 주식처리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하고 있다. SK텔레콤 등이 요청한 공식 매각 요청 서한에 대해서도 아직 답하지 않았다.
이같은 미묘한 두 회사의 갈등 상황은 지난 2007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SK텔레콤은 현재 자회사로 두고 있는 SK브로드밴드(구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했을 때 SK텔레콤의 보유 지분 3%가량을 매입하지 않았고 LG유플러스는 이를 "시장에 내다 팔았다"고 밝히고 있다. 12년 만에 비슷한 상황이 되풀이 되고 있다.
16일 종가 기준 헬로비전 주가는 주당 8250원, SK텔레콤의 주가는 25만8000원이었다.
이재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k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