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리뷰] 안중근 장군 일대기 그린 걸작…이미숙 안무의 창작무용극 '불멸의 영웅, 안중근'

기사입력 : 2019-05-22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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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안무, 윤우영 연출의 '불멸의 영웅, 안중근'.
“장부는 비록 죽을지라도 그 마음은 쇠와 같다. 뿌리 없는 나무가 어디에서 날 것이며, 나라 없는 백성이 어디서 살 것인가? 눈앞의 사사로운 이익보다는 의로움을 먼저 생각하고 조국이 위기에 처하거든 목숨을 바쳐야 한다.”(안중근 대한의군참모중장)

3・1운동 100주년기념 의정부시립무용단(단장: 이미숙)의 제35회 정기공연 이미숙 안무, 윤우영 연출의 <불멸의 영웅, 안중근> 공연이 지난 4월 26일 오후 7시 30분 의정부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있었다. 서울의 동북에 자리 잡은 의정부시립무용단은 인화와 단결, 부단한 연습으로써 저비용・고효율의 명작을 생산해내는 국내 최고의 무용단으로 잘 알려져 있다.

시의적절한 레퍼토리 선정과 자신들이 보유한 재능을 최대한으로 보여주려는 노력은 이 무용단의 공연을 학수고대하는 고정 팬들을 만들어왔고, 중독성 있는 공연은 믿고 보는 공연으로써의 대중적 가치와 예술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이미숙(무형문화재 전문위원) 단장의 안무력과 리더십을 바탕으로 직조된 춤은 늘 관객들을 흡족케 하는 지역 문화상품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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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안무, 윤우영 연출의 '불멸의 영웅, 안중근'.

도마 안중근(安重根)은 1879년 9월 2일 해주 출생이다. 비밀결사대원 우덕순과 조도선, 유동하와 함께 거사를 도모하고,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역에서 초대 한국통감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체포되어, 1910년 3월 26일 관동주 뤼순 형무소에서 처형되었다. 북한의 <애국열사 안중근>(1958)공연 이후 남한의 <불멸의 영웅, 안중근>(2017) 공연은 의미가 지대하다.

2년을 숙성시킨 <불멸의 영웅, 안중근>(2019)은 프롤로그(하얼빈Ⅰ), 1장: 결혼식, 2장: 이토 히로부미의 출정식, 3장: 격동의 시대(명성황후시해, 을사조약, 삼흥학교), 4장: 러시아 연해주로, 5장: 동의단지회-단지동맹, 6장: 장부가 세상에 나가니, 7장: 동양의 평화를 위해(하얼빈Ⅱ), 8장: 순백의 수의, 푸르른 청년, 에필로그(불멸의 영웅)에 걸친 전 8장으로 구성된다.

뮤지컬・연극・무용 같은 공연예술이나 영화에서 인물 중심의 작품화는 위험 요소가 많다. 안무가 이미숙은 <환생 최승희>, <귀천>, <불멸의 영웅, 안중근>에서 이 점을 말끔히 해소하고 작품의 완성도와 품위를 격상시키는 놀라운 능력을 입증시켰다. 춤과 전통악기 연주에 능수능란한 단원들의 재능을 최대한 활용하고, 노래, 극적 연기, 놀이, 무술 등은 협연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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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안무, 윤우영 연출의 '불멸의 영웅, 안중근'.

이번 공연은 무용극의 핵심 부분인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사건을 서막에 배치시킨 것 말고는 연대기적으로 전개된다. 그날의 하얼빈 역에서의 거사 분위기가 샤막을 두고 영상에 뜨면서 이후의 영상은 장(場)을 가르는 인서트가 된다. 평화(나약한 조선)와 전쟁(호전적 일본)에 걸친 선 굵은 이분법적 구성은 침탈되어가는 역사 속 조선, 안중근의 의거를 이해케 한다.

무용수(김진원)와 연극 연기자(윤이준)가 안중근 이미지를 배가시킨다. 안중근의 의연함과 장군의 어머니 조마리아(배우 임은연)의 단호함을 대변하는 주옥같은 대사(어록)가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다. 호전적인 이토 히로부미(노재경), 조선 여인의 상징 안중근의 처 김아려(안현선)의 춤은 김진원과 대조・조화로써 강한 인상을 남긴다. 태권도단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내러티브는 명료하고, 주제에 밀착하는 방법은 복선을 깔지 않고 직선적이다. 프롤로그를 벗어나 컷 백 되면 1894년 만 열다섯 살의 안중근의 결혼식으로 연결된다. 잔치를 축하하는 군무와 안중근과 김아려 부부의 사랑의 이인무가 펼쳐진다. 안무가의 익숙한 춤 공식 중의 하나, 노련한 비유적 세관(稅關)을 타고 시각적 비주얼이 처음부터 관객을 사로잡는다.

순해(順解), 거대한 일장기가 내려오면서 일본군, 낭인들, 게이샤들이 이토를 중심으로 도열해 있는 가운데 전형적인 출정식이 펼쳐진다. 샤막에 이토의 대사가 투사되고, 이토의 독무에 이어 일본군과 무사들의 군무가 따른다. 동양정복의 야욕을 드러낸 일본, 궁중무가 추어지는 가운데 군대를 앞세운 낭인들이 난입하여 긴장한 궁녀들과 국모 명성황후를 무참히 도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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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안무, 윤우영 연출의 '불멸의 영웅, 안중근'.

데코럼(decorun)을 위한 과정의 핏빛 을사조약 체결 영상, 안중근은 쓰러져 있는 궁녀들과 무희들을 바라보며, 독무를 춘다. 궁녀들의 군무를 뒤로하고 안중근은 평양 진남포로 이주하여 삼흥학교, 돈의학교를 세우고 민족의식을 고취시키며 교육에 몰두한다. 안중근은 블라디보스톡, 연추로 도피하는 신세가 된다. 안중근 부부가 석별의 2인무를 춘다.

긴장감이 이는 무대에 대형 태극기와 혈서 태극기가 자리 잡는다. 일본군의 출정식과 대비되는 반전을 위한 동의단지회의 단지동맹은 1909년 2월 7일, 연추 근처 하리의 한 여관에서 안중근 포함한 열 두 명이 왼손 무명지를 잘라 혈서로 ‘대한독립'이라 쓰고 독립운동에의 헌신과 원흉 암살을 맹세한 사실(史實)이다. 의식이 끝나면 독립을 위한 출정과 결의의 춤을 춘다.

‘장부가 세상에 나가니’ 죽음이 두렵지 않다. 이토 히로부미 처단 당일, 몸단장을 하고, 새 옷을 입은 안중근은 우덕순, 유동하 동지와 함께 사진 촬영을 한다. 거사일 출정을 알리는 남성 4인무. 춤이 끝나고 거사 장소로 떠난다. 이를 격려하듯 여성군무가 뒤따른다. 영원이 될지도 모를 남편과 아버지를 만나지 못한 슬픔이 김아려의 독무로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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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안무, 윤우영 연출의 '불멸의 영웅, 안중근'.

샤막이 내려오면 바로 하얼빈 역이 오버랩 된다. 하얼빈 역. 프롤로그 장면과 동일하다. 동양의 평화를 위해 가슴에서 총을 꺼내들고 안중근은 이토를 저격하기 위해 달려간다. 안중근은 태극기를 꺼내고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친다. 안중근과 이토의 2인무가 많은 생각을 도출해낸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안중근 장군이 군인의 신분으로 행한 행위는 의로운 행위였다.

‘순백의 수의, 푸르른 청년’은 형무소 취조실 내의 분위기와 검찰의 심문과정을 묘사한다. 안중근에 대해 물고문과 채찍질을 하는 일경 4인무, 검찰이 이토를 죽인 이유를 추궁하자 안중근은 그 이유 열다섯 가지를 당당하게 말하다가 쓰러진다. 장군의 의연한 죽음을 받아들이는 가족, 정적 속에서 어머니의 흐릿한 모습과 목소리가 들리고 아내도 수의를 들고 있다.

“네가 만약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는 것을 불효라 생각한다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너의 한 사람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것은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짓이다. 네가 나라를 위해 이에 이른즉 딴 맘먹지 말고 죽으라. 옳은 일을 하고 받은 형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하지 말고 대의에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이다.”(어머니 조마리아의 편지 중)

녹초가 된 안중근은 서서히 일어나서 당당히 사형장으로 걸어간다. 교수형 밧줄이 내려온다. 밧줄을 목에 걸자 사형이 집행된다. 손도장 현수막이 앞쪽으로 떨어지면서 안중근의 모습이 사라진다. 에필로그는 불멸의 영웅 안중근을 기리며 손도장과 유언이 영상으로 뜨고, 흰색 미사보에 흰 옷을 입은 여자무용수들이 장군의 애국충절을 기리는 군무로 하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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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안무, 윤우영 연출의 '불멸의 영웅, 안중근'.

대중선호적 기법으로 임한 안무와 연출은 주인공 안중근의 종교적 신념을 부각시키면서 분주한 일상을 살면서 잊혀져가는 애국자를 조명하는데 성공하였다. 이미숙은 타고난 감성적 기질을 바탕으로 하여 창작춤이나 전통춤 사위와 디딤 구사에 필요한 만큼의 절제와 이에 상응하는 적절한 수사로써 대중성과 예술성을 확보하는 탁월한 능력을 소지하고 있다.

우리춤의 가치를 격상시켜 온 이미숙의 최근 십여 년 동안의 작품들이 그녀의 안무력을 입증한다. 열악한 지역환경 속에서도 그녀의 춤 메쏘드는 관객을 열광시키는 이로운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 그녀는 공연을 가라앉히거나 부채질 하지 않고, 작품의 진정성에 접근하는 지식체의 한 부분으로 기능한다. <불멸의 영웅, 안중근>은 2년 전의 부족분을 완성시킨 명작이었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장석용 기자가 쓴 기사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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