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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분석]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인수 가시밭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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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분석]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인수 가시밭길

물적 분할 후 자산유출· 부채증가 우려...구조조정 전망 속 노조반발 거세

현대중공업지주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중간 지주인 한국조선해양과 신설법인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 계기로 현대글로비스 경영 승계를 들이밀어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로 경영 승계 기반을 마련한 것처럼 대우조선해양인수가 경영권 승계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의 빅피처는 최대 규모의 조선해양기업이 아니라 현대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해소와 경영 승계에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물적 분할 추진에 나선 시점에 미리 현대글로벌서비스가 대우조선 A/S 부문을 담당하는 등 그룹 내 A/S를 통합시키고, 여기에 인수 이후 조선기자재 공급 회사인 현대힘스를 현대중공업지주의 직접 자회사로 편입시켜 기자재 공급도 통합시키는 등 움직임이 더 큰 궁금증을 갖게 하는 요소다.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최대 주주의 최대 이익으로 귀결된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현대중공업 회사의 법인분할 즉 물적 분할에 반대해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노조는 "이번 대우조선 매각은 재벌에게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에 경제 구조의 왜곡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오는 31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회사의 물적 분할을 승인할 예정이다. 물적분할은 대우조선해양의 현대중공업그룹 편입을 위한 중간지주회사를 설립하기 위한 것이다. 물적 분할 후 현대중공업 자산은 유출되고 부채는 늘어난다. 이런 상황에서 유동성 위기가 올 경우 구조조정도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인수를 놓고 노조의 반발이 거센 이유다.

노조는 물적분할 이후 자산은 신설되는 중간지주회사에, 부채는 신설 현대중공업에 몰려 구조조정 위험, 근로관계 악화, 노조 활동 위축 등이 우려된다며 회사측에 고용 안정과 단체협약 승계를 요구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주식회사(KOREA SHIPBUILDING & OFFSHORE ENGINEERING CO. LTD)와 신설 사업회사인 현대중공업으로 분할된다.
금속노조 측은 지난 22일 물적분할(법인분할) 중단, 인수합병 철회를 요구하며 투쟁 집회를 열었다. 이유는 부채를 떠안고 제작회사로 전락해 껍데기만 남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기준 신설 사업회사 현대중공업의 부채총액은 7조576억원에 이른다.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 부채총액인 1639억원과 비교하면 97.7% 부채가 이관된 셈이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지난 26일 “노동자의 피와 땀으로 성장한 현대중공업이 막중한 사회적 책임을 망각하고 재벌 경영 승계 작업에만 몰두하는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물적 분할 후 막대한 부채를 안게 되는 울산공장에서 아무리 이익을 많이 낸다 해도 부채를 상계하게 되면 상당 기간 적자를 면할 수가 없어 7조500억원에 달하는 부채가 신설 자회사인 현대중공업에 남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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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기업평가

현대중공업, 물적분할 리스크 '산적'


물적 분할 후 유동성 악화 가능성도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유동자산 중 가장 중요한 현금을 신설 사업회사인 현대중공업보다 더 많이 가져갈 계획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기준 현대중공업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조4970억원이었다. 분할 과정에서 현금유동성 유출로 신설 사업회사인 현대중공업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조5327억원으로 분할 전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크게 감소한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유상증자와 자금지원을 위해서 현금이 필요 없는 한국조선해양이 필요 이상의 현금을 가져가는 것이다.지난해 9월 말 기준 한국조선해양으로 유출되는 현금은 9649억원으로 현대중공업 보유 현금의 38.6%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한국조선해양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자금 조달은 유상증자 1조2500억원에 국한되어 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투입해야 할 금액은 총 1조5000억원이다. 결국, 한국조선해양은 물적분할 과정에서 최소 2500억원 이상의 현금 자산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광훈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한국조선해양이 지주로서의 향후 역할 등을 생각 해볼 때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분할 규모는 그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신설 사업회사 현대중공업의 재무구조가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으로 분할될 수밖에 없다는 반증이다”고 설명했다.

송덕용 회계사는 “한국조선해양과 최상위 지배회사인 현대중공업 지주는 이익을 직접 가져가는 구조”라며 “신설 사업 현대중공업의 영업이익이 떨어질 경우 노동자의 성과급과 하청노동자의 고용에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은행에 발행하는 우선주의 경우 5년의 거치 기간과 50% 한도의 전환요구권을 확보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인수대금의 성격임을 고려하면 상환 시기가 이연되었을 뿐 재무적 부담임은 틀림없다.

신설 사업회사 현대중공업 입장에서 투자자산의 분할도 재무적 융통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혔다. 비영업자산의 경우 유사시 매각, 담보 차입 등을 통해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 연구원은 “이번 물적 분할의 경우, 투자 자산 대부분이 삼호와 미포 계열사 지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존에도 활용도가 제한적”이라면서도 “지분 8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삼호중공업이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추가적인 재무 개선의 기회 요인이 한국조선해양으로 이전되는 측면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갈등은 동등한 지배구조에도 사업 규모와 질적 특성 등에 기반해 여전히 계열사 간 중요도나 역할의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는 점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초 현대중공업의 회사분할 결정 이후 본점의 서울 이전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물적 분할 반대 입장을 주장해왔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최근 한국산업은행을 방문해 한국조선해양의 본점을 서울특별시에서 울산광역시로 변경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은행이 한국조선해양의 신주를 배정받는 주요주주가 되는 만큼 현대중공업 측에 이 같은 의사를 전달해달라는 요청이다.

송덕용 회계사는 “회사는 지방세 감소분에 대해 취득세를 추가로 내기 때문에 괜찮다고 얘기하지만, 취득세는 일회성 세금이다”라며 “과거 현대중공업을 네 개 회사로 쪼개 본사를 울산 밖으로 이전할 때 울산은 큰 타격을 받았다. 이번 주주총회 안이 통과하면 울산 처지에서는 큰 손실을 볼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기업결합심사 과정에서 심사가 지연되면서 사업적 제약을 받거나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글로벌 1~2위 간의 통합으로 민감한 경쟁 관계에 있는 해외 시장에서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기업결함심사를 지연하거나 불허하는 경우 직·간접적으로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

지 연구원은 “국내 조선산업의 국가경제적 파급력과 정부의 지원의지 등을 감안하면 국내 공정거래법상 결합심사는 상대적으로 이견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중국이나 미국, EU등 보수적 보호무역주의 경향이 확대되고 있는 해외 시장에서의 결합심사는 그 결과나 발생 변수의 예측 자체가 어려워 모니터링할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지주 대우조선해양 일지
자료=한국기업평가 이미지 확대보기
자료=한국기업평가

지난 1월 산업은행은 보유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지분 55.7% 전량을 현대중공업에 현물출자전환(금전(이자)를 받는 대신 금전이외의 재산 (배당)을 받는 것)하는 방식으로 지분가치는 약 2조 1000억원 수준이다.

현대중공업은 조선부문을 물적 분할 (분할 대가를 분할 법인에게 속하게 하는 유형) 중간지주형태로 한국조선해양을 설립하고 산업은행은 한국조선해양이 발행한 상환우선주1조2500억원과 보통주 6,009,570주를 취득하는 방식이다.

상환 우선주는 연 1%의 배당을 수령하고, 5년을 기점으로 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 상환가액은 발행가 주당 137,088원과 동일하다.

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지주 등을 대상으로 하는 공모 유상증자를 통해 1조25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해 대우해양조선의 제 3자 유상증자에 참여하게 된다.

한편, 전환요구권은 양측이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 조선합작법인은 보통주 가격이 우선주 전환가액 이상인 경우, 물량의 50%까지 전환을 요구할 수 있다.

◇투자지표... 안정성. 수익성 소폭 상승
현대중공업의 성장성 지표 자료=에프엔가이드
현대중공업의 성장성 지표 자료=에프엔가이드

현대중공업의 올해 3월 연결실적 기준으로 재무비율을 살펴보면 성장성, 안정성 수익성 비율이 소폭 회복되는 추세다.

기업의 레버리지(부채) 비율의 척도인 유동비율은 평균 이하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지불능력을 판단하는 지표인 유동비율(이하 연결기준)은 올해 3월 기준 140.3%이다.

유동비율은 유동자산을 유동부채로 나눈 수치다. 올해 3월 기준으로 유동자산은 12조1905억원, 유동부채는 8조6948억원이다.

부채총액을 총자본으로 나눈 부채비율은 86.8%로, 부채비율이 200% 아래면 재무안정성이 보통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올해 3월 기준으로 현대중공업의 부채는 11조4050억원이며 자본총계는 13조1374억원이다. 수익성 비율인 매출액 증가율은 올해 3월 8.9%로 지난해 15.2% 감소했을 때 보다 늘었다.

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증가율은 흑자로 전환했다. 주당순이익(EPS)증가율은 적자로 전환했다. 수익성은 소폭 상승했다.

총자산에서 당기순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인 총자산이익률(ROA)은 0.3%다. 총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했는지 알려주는 지표다. 지배주주 순이익(연율화)을 지배주주지분(평균)으로 나눈 수치인 ROE는 0.1%다.
현대중공업의 매출액, 영업이익, 세전이익 추이 자료=에프엔가이드
현대중공업의 매출액, 영업이익, 세전이익 추이 자료=에프엔가이드

◇현대중공업 기업개요


현대중공업 그룹은 조선업을 중심으로 정유·화학, 전력기계, 건설기계 등의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그룹에서 조선 사업 부문은 계열전체 매출의 50% 이상으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그룹 실적은 특정 산업에 대한 높은 매출의존도 때문에 조선업 경기변동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최근의 조선업 업황 부진으로 그룹의 매출은 크게 타격받았다. 그룹 외형은 조선해양 부문을 중심으로 2015년부터 추세적인 하락 기조를 보이는 상황이다.

2016년에는 현대종합상사가 계열 분리되고, 주력 사업인 조선업의 시황악화로 매출이 감소했다.

반면, 정유·화학 부문은 유가 상승과 현대케미칼의 MX 가동으로 2017년부터 매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조선 부문 매출 감소분을 상쇄하고 있으며 그룹 내 중요도가 높아졌다

현재 조선·해양 자회사는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과 산하 국내외 자회사들이 있다. 조선·해양 사업 부문은 다양한 크기의 도크를 보유해 선형과 선종에 걸친 건조능력(2017년 생산량 기준 14,922천 DWT, 세계시장 점유율 15.1%)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내 최고 수준의 인지도와 지배력을 나타내고 있다

선박 엔진을 자체 제작하고 있고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기자재 조달능력도 경쟁사 대비 차별화하고 있다.


한현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an0912@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