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Biz 24] 트럼프 행정부의 화웨이 전방위 압박 국내업체에 득일까 실일까?

공유
1

[글로벌-Biz 24] 트럼프 행정부의 화웨이 전방위 압박 국내업체에 득일까 실일까?

삼성전자 LG전자 SK하이닉스 속내 복잡…"주도권 기회" vs "최대 수요처 상실"

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이 중국의 세계적인 정보기술 (IT)업체 화웨이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받을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중 간 화웨이를 둘러싼 하이테크 전쟁이 국내 글로벌 IT업체들에 긍정적인 효과도, 부정적인 영향도 줄 것이라는 다소 혼란스런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는 자체적으로 미중 통상전쟁과 화웨이 사태에 따른 경영실적 영향 분석과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이 한국 측에도 화웨이에 대한 제재 동참을 요구하면서 해당 기업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는 관측이다.

미국의 압박을 받아들여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할 경우 직접적인 실적 감소는 물론 화웨이와 무관한 다른 사업 및 현지 생산·판매 법인 운영 등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삼성은 화웨이가 궁지에 몰리는 상황을 보면서 속내가 복잡한 기업들 가운데 하나다.

화웨이가 서버나 모바일용 메모리 반도체의 주요 고객사이면서도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강력한 경쟁업체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사업보고서에서 "당사의 주요 매출처는 애플, AT&T, 도이치텔레콤, 화웨이, 버라이즌(알파벳 순)으로 이들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전체의 15% 수준"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전체 매출(243조7700억 원) 가운데 17.7%(43조2100억 원)를 중국에서 거뒀다. 이는 전년(16.0%)보다 늘어난 비율로 중국 IT업체의 반도체 수요가 증가한 덕분이다.

화웨이와는 3년간 특허 분쟁 후 지난 2월 말 '상호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면서 지식재산권 부문에서도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반면 스마트폰 사업에선 미국의 화웨이에 대한 압박이 삼성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주고 있다는 분석들이 나온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26일(현지 시간) 삼성전자가 미중 무역분쟁으로 생긴 혼란에 힘입어 스마트폰 시장에서 구조적으로 약해지던 입지를 강화할 기회를 잡았다고 진단했다.

화웨이가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계를 사용할 수 없게 되면 중국 이외 지역에서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데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고 이는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에 이롭게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피치에 따르면 제품 수요가 약해지고 선진 시장이 포화상태에 달한 점, 교체 주기가 길어진 점을 고려할 때 올해에도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힘들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가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린 것은 주요 업체 중 유일하게 성장 가도에 있던 화웨이에 제동을 거는 것인 만큼 시장을 뒤흔들 변수라는 게 피치의 분석이다.

피치는 "안드로이드 운영체계에 익숙한 사용자들은 화웨이 대신 다른 브랜드를 찾을 가능성이 크다"며 "삼성은 특히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와 유럽, 남미에서 시장 점유율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화웨이는 지난해 말 기준 중국 외 지역에서 전체 수익의 49%를 거뒀으며 아시아와 남미, 유럽에서 대부분의 매출을 올렸다.

피치는 이와 함께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가 삼성전자에는 5세대(5G) 이동통신 시장에서도 초기 주도권을 확보할 기회를 줬다"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는 득보다 실이 뚜렷하게 커 보인다. 올 1분기 매출(6조7700억 원) 가운데 중국이 절반 가까운 47%(3조1600억 원)를 차지했다. 지난해 1분기의 37%에 비해 10%포인트나 오른 것이다.

SK하이닉스는 또 우시와 충칭에 현지 생산라인을 운영하고 있고 현지 자회사만 13개에 달한다. 지난해엔 파운드리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가 우시에 현지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LG의 경우 5G 이동통신망 구축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고 있는 LG유플러스가 난감한 입장이지만 대표 계열사인 LG전자는 화웨이를 포함한 중국 내 매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편이다.


김환용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khy031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