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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이대로는 안된다] 통신산업 규제족쇄 3종세트 4차산업 근간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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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이대로는 안된다] 통신산업 규제족쇄 3종세트 4차산업 근간 흔들

통신 규제 족쇄 4차산업 근간 ‘흔들’
기업, 4G 20배속 5G에 발빠른 대응
글로벌 공룡 대응 M&A·혁신하려도
정부·기관, 규제냐 육성이냐 하세월

4차산업혁명의 주역이자 5G의 첨병인 통신업체들이 각종 규제에 압박당하고 있다. 기업은 앞서가는데 정부와 법제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모습이다.LG유플러스 직원들이 광주광역시 서구 광천동의 5G 기지국에서 통화품질을 측정하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4차산업혁명의 주역이자 5G의 첨병인 통신업체들이 각종 규제에 압박당하고 있다. 기업은 앞서가는데 정부와 법제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모습이다.LG유플러스 직원들이 광주광역시 서구 광천동의 5G 기지국에서 통화품질을 측정하고 있다.
지난 4월 3일 우리나라에서 세계최초로 시작된 5G(5세대)이동통신은 이전 LTE 통신(4G)에 비해 최고의 20배의 속도로 세상과 소통하게 해주는 신기술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빠른 속도로 지연 속도없이 신뢰성 있게 소통하도록 해 준다. 당장 그 효과는 일반인들에게는 미디어, 즉 게임과 각종 콘텐츠를 내려받는 속도가 빨라진다는 정도로 이해되는 정도다.

하지만 5G의 장점과 잠재력은 그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제조업체들의 공장을 스마트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전자상거래를 포함한 유통업체, 교육, 교통, 원격진료, 스마트시티, 그리고 재난대응 방식에서 심지어 농사짓는 방식(자율주행 이앙기)에 이르기는 수많은 분야를 혁신할 혁명의 주축이다. 말할 것도 없이 그 중심에 5G통신이 자리하고 있다. 5G가 4차산업혁명 인프라로 불리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이 틈이 날 때마다 강조해 온 “범국가적인 4차산업혁명 시대 대응”을 위해 강한 5G산업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우리나라 통신 업체들은 4G에 비해 20배 빠른 이 강력한 IT인프라를 우리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키고 혁신해 나가려 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정책은 4차산업의 총아(寵兒)인 통신업계를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발느린 정책, 규제성 정책 등이 꼽힌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에 불거진 유료방송 합산 규제 문제다.

미디어 콘텐츠는 5G의 대표적 서비스이자 대세다. 이에 발맞춰 국내 통신업체는 IPTV와 함께 케이블TV업체 인수합병(M&A)를 통한 몸집 불리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적 콘텐츠 서비스 공룡 넷플릭스 등에 대항해 자체 콘텐츠 수급·제작 능력까지 갖추기 위해서다. 하지만 유료방송서비스 업체가 33.3%의 시장점유율을 넘지 못하게 한 이른바 ‘합산규제’에 대한 결정이 지난해 6월27일 일몰된 후 ‘제재를 연장할 것이냐, 아니면 규제를 풀어줄 것이냐’에 대한 결정이 1년 가까이 미뤄지는 등 그야말로 '지지부진 하세월'이다. 이러는 가운데 업계 관계자들은 “규제를 하든 안하든 최소한 어떤 결정을 내려줘야 기업이 그 다음 사업 전략과 경영 결정을 내리지 않겠느냐”며 더디기만 한 결정에 속을 태우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논의되고 있는 보편 요금제도 규제성이 강하다. 정부가 통신사들에게 특정 요금제를 출시하도록 하고 기준을 2년마다 재검토해 고시하는 내용이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요금인가제는 통신사가 만든 요금제의 적합성을 심사하는 데 반해 보편요금제는 아예 정부가 요금의 조건을 설계해 지정하는 방식의 규제”라고 지적한다. 그는 이런 이유로 “보편 요금제 규제도입은 지난 20년 간 통신요금에 대한 규제완화 추세를 반전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보편요금제란 선택약정 할인 25% 적용기준으로 음성 통화 200분, 데이터 1GB이상을 제공하는 1만원대 가격 요금제를 말한다. 이에 따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에따른 보편요금제 도입효과, 즉 이통사의 연간 총 피해 매출은 1조 3581억원에 이르는 것을 보고 있다.

이외에 2G와 3G이동통신 원가를 공개토록 한 대법원 판결도 우리사회가 통신산업을 얼마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지를 잘 드러낸 사례로 꼽히고 있다. 통신사업자들이 대가를 지불해 할당받은 주파수를 이용해 사업한 영업 원가를 공개하라는 것은 “임대된 가게의 물건 가격을 건물주가 간섭하는 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통신업계는 5G 사용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정부가 더 빠른 정책결정을 내려주고, 각종 규제가 사라질 때 5G라는 막강한 인프라가 힘을 발휘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 통신업계의 상황은 타계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지난 2006년 그의 저서 ‘부의 미래’에서 주장한 그대로다. 그는 “사회에는 시간에 맞춰 달리는 제도가 필요하다. 경제는 너무나 빠른 속도로 달리는데 사회의 다른 주요 제도들이 한참 뒤로 처진다면 무슨 일이 일어나겠는가?”라고 묻고 있다. 토플러는 기업은 100마일(162km)로 달리는데 ‘소리만 요란한 정부 관료 조직과 규제기관’은 25마일(40km)로 달린다고 꼬집고 있다. 마치 우리 정부를 향해서도 일갈하는 것 같다. 물론 그는 법제도에 대해서도 잊지 않고 언급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늦게 시속 1마일(1.6km)로 달리는 차량이 ‘법제도’라고 묘사하고 있다. 5G시대를 맞은 각 집단이 나름대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각기 다른 속도로 달리고 있어 속도의 충돌을 야기하고 있고 결국 부를 창출하는 잠재력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고 본 그의 혜안은 오늘날, 특히 세계 최초의 5G통신서비스 시대를 연 우리나라에서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이재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k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