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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전자기업, ‘부품산업’ 두고 패권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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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전자기업, ‘부품산업’ 두고 패권경쟁

“미래 먹거리 ‘이미지센서‧車 전장’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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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부품 부문에서 선단공정 기반의 차별화된 제품과 품질 우위를 유지해 시장 우위를 유지할 계획이다. ”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은 지난 3월 20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열린 ‘제5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올해 삼성전자는 전자부품 영역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이 같이 밝혔다.
◇12조원 이미지센서 시장, ‘선두’ 소니‧‘뒤쫒는’ 삼성

최근 4차산업혁명 등으로 융‧복합사업의 폭이 넓어지고 각종 전자제품의 기술 고도화가 이뤄지면서 전자부품산업에 대한 중요성이 커진 가운데 부품산업을 둘러싸고 한국과 일본 기업 간 대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28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일본 전자업체 소니는 지난 21일(현지시간) 도쿄 본사에서 경영방침 설명회를 열고 ‘내년까지 기존 1조 엔(약 10조8000억 원)으로 잡혀 있던 이미지센서 설비 투자 규모를 1조1000억~1조1200억 엔(약 11조9000억~12조1000억 원)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미지센서는 카메라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을 전기적 디지털 신호로 바꿔주는 역할을 하는 반도체다. 최근 일안반사식(DSLR) 같은 전문가용 디지털 카메라급 초화소급을 요구하는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늘면서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진 시스템반도체 분야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요시다 겐이치로(吉田憲一郞) 소니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스마트폰 한 대당 탑재되는 카메라가 늘어나고 있어 (이미지센서) 잠재수요는 더욱 커질 것”이라며 “소니 기술력을 살려 업계 최고 자리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 9일 서울 태평로빌딩에서 세계 최초로 6400만 화소급 초고화소 이미지센서 신제품 ‘아이소셀’ 시리즈 공개행사를 열고 “오는 2030년까지 소니를 제치고 이미지센서 분야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자율주행차 등장에 전장사업 힘 쏟는 韓‧日

한국과 일본 전자업계는 최근 자율주행차량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차량용 전장부품 사업에도 적극 뛰어들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세계 자동차 전장부품 시장 규모는 2015년 2390억 달러(283조3345억 원)에서 2020년 3033억 달러(359조5622억 원)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자동차에서 전장부품이 차지하는 원가비중도 2002년 12% 수준에서 오는 2030년이면 50%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전장분야에서는 일본이 한국 기업들보다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글로벌 자동차 부품 시장에서 매출액 기준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의 대표 전장기업 ‘덴소’가 있다.

덴소는 1949년 '닛폰 덴소'라는 회사로 출범한 후 토요타자동차의 주요 부품 회사로 크게 성장했다. 그리고 지난 2017년 매출액이 407억8000만 달러(48조3447억 원)로 475억 달러(56조3113억 원)를 기록한 독일 보쉬 다음으로 가장 많은 매출액을 달성했다.

덴소는 지난 2017년 10월 ‘오는 2025년까지 매출액 7조 엔(75조6973억 원), 영업이익률 10% 달성’이라는 경영 목표를 발표했다.

그리고 이 목표는 레이저 레이더(LiDAR)와 자동차용 컴퓨터 양산을 통해 달성하겠다는 전략이다. 레이저 레이더와 자동차용 컴퓨터는 자율주행차량의 등장으로 전장부품 중 가장 성장성이 두드러진 분야로 평가받는다. 이를 위해 덴소는 최근 반도체 핵심 기술과 반도체 IP의 개발 설계를 위한 새로운 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LG전자로 대표되는 국내 기업 역시 최근 전장산업을 미래성장동력으로 정하고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삼성전자는 전장부품 육성의지를 밝히며 세계 1위 전장업체 미국 하만(Harman)을 전격 인수했다.

하만 인수로 단숨에 세계 자동차 전장 업체 순위 8위로 뛰어오른 삼성전자는 오는 2025년까지 자동차 부품 사업의 연간 매출을 현재보다 300% 늘어난 200억 달러(23조7100억 원)까지 늘리겠다는 야심 찬 경영목표를 제시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하만 인수 영향으로 삼성전자의 지난해 매출은 243조7700억원을 기록해 하만 인수 직전인 2016년(201조 8700억원)보다 매출이 20.7% 늘어났다.

투자업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4대 미래 성장사업의 하나로 자동차 전장사업을 꼽았던 만큼 삼성전자 전장산업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G전자 역시 지난 2013년 ‘전장사업본부’를 신설하고 자동차 전장 사업을 키우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12월 미국 차량용 센서 업체 `에이아이`에 44억9500만원을 투자한 데 이어 한 달 전인 같은해 11월에는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있는 자율주행 솔루션 업체 `바야비전`에 5억5900만원을 투자했다. 또 같은 달 자율주행 등 자동차 분야에서 유망한 중국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차이나 모빌리티 펀드`에 10억1900만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LG전자는 지난해 오스트리아 전장업체 ZKW를 약 1조원에 인수했으며 올 1월에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러한 집중 투자를 바탕으로 LG전자 전장사업본부는 양적 성장을 계속해 오다 지난해 3분기에 처음으로 분기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섰다. LG전자는 또 지난해 전체 매출액 역시 4조2879억원을 기록해 2017년에 비해 28.4% 성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오만학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h3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