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탑승자 35명 중 한국인 7명 구조, 19명 실종, 7명 사망
관광객 등 한국인 33명이 탑승한 유람선(35명 탑승)이 한국시간으로 30일 새벽 4시15분쯤 헝가리 다뉴브강 선착장에 정박하던 도중 대형 크루즈선에 뒷 부분을 들이받혀 침몰했다. 전체 탑승자 35명 중 한국인 7명은 구조됐지만, 19명이 실종됐다. 7명은 사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침몰사고와 관련해 청와대에서 긴급대책회의를 소집했다.
문 대통령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정경두 국방부 장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이 참석한 긴급대책회의에서 “실종자에 대한 구조와 수색 작업이 신속히 이루어지도록 가용 외교 채널을 총동원해 헝가리 당국과 협력해 주길 바란다”며 “구조 인원이나 장비가 부족한 상황이라면 주변국과 협의해서 구조 전문가와 장비를 긴급히 추가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해 달라”고 말했다.
사고는 현지시간으로 29일 오후 9시15분쯤 발생했다. 외신들은 사고 선박인 유람선 ‘허블레아니’(최대 승선 인원 60명)호가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선착장을 1시간 전쯤 출항했다가 야경투어를 마치고 정박장으로 돌아오던 중 사고를 당했다고 보도했다.
허블레아니는 헝가리어로 ‘인어’라는 뜻이다. 사고는 인근을 지나던 스위스 선적 크루즈 ‘바이킹 시긴’이 유람선의 뒷 부분을 추돌한 것이다. 이 유람선의 탑승자는 대부분 한국인 관광객이었다.
이들 다수는 50∼60대였으며, 6세 여자아이도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행을 주관한 서울 중구 소재 ‘참좋은여행사’ 관계자는 “지난 25일 출국해 동유럽 4개국 등 6개국을 여행한 뒤, 6월2일 귀국하려던 일정을 소화하던 도중 사고를 당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날 사고 당시 부다페스트 현지엔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고 있었다. 최근 며칠 동안 폭우로 인해 다뉴브강 수위는 5m까지 상승했다. 사고 당시 탑승객들은 대부분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애초에 구명조끼를 지급받지 않았거나, 정박 직전이어서 하선 준비를 하려고 구명조끼를 벗었을 가능성이 있다.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크루즈의 추돌에다가 폭우로 인한 기상악화, 야간 상황, 안전장비 미흡 등으로 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많은 비가 내리면서 다뉴브강의 유속이 빨라지면서 사고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 피해를 높인 요인은 고스란히 구조작업의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헝가리 현지시간으로 30일 오후 1시(한국시간 30일 오후 8시)까지 추가 구조가 확인되지 않으면서 실종자 구조에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강경화 장관을 재외국민보호 대책본부 본부장으로 정했다. 강경화 장관은 사고 현장 지휘를 위해 헝가리로 파견했다.
최규식 헝가리 주재 한국대사는 “(헝가리 당국이) 오늘 중으로 물속에 잠긴 사고 유람선을 인양하겠다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 소방청 구조대 2개 팀 12명을 포함한 18명을 1차 신속대응팀으로 꾸려 급파하기로 했다. 헝가리에서는 이번 유람선 침몰 사고가 명백한 인재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임레 호르배트 헝가리 항해협회 사무총장은 30일 헝가리 M1 방송과의인터뷰에서 “유람선과 충돌한 대형 크루즈가 다른 배와의 거리를 4m로 유지하도록 배의 위치와 움직임을 결정하는 위성항법장치를 갖추고 있다”며 “사고가 일어난 29일 밤 다뉴브강의 시야가 나쁘지 않았으며, 다른 배들의 움직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유명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hyo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