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G-장수기업] 빔 인수 5년 만에 매출 2배로 키운 日산토리는 어떤 회사?

공유
4

[G-장수기업] 빔 인수 5년 만에 매출 2배로 키운 日산토리는 어떤 회사?

120년 역사의 일본 주류 회사...2030년 신흥시장 매출 30억달러 목표

120년 역사의 일본의 대표 주류 회사 산토리홀딩스가 미국의 위스키 회사 빔을 인수한 지 5년 만에 매출 2배의 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순부채도 150억달러에서 100억달러로 크게 줄였다. 일본과 미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신흥시장 매출 확대를 노리고 있지만 디아지오 등 강력한 경쟁자들이 버티고 있어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토리이 신지로 산토리홀딩스 창업주 동상. 사진=산토리닷컴
토리이 신지로 산토리홀딩스 창업주 동상. 사진=산토리닷컴


영국의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1일(현지시각) ‘주류 그룹 빔산토리(Beam Suntory) 산토리와 빔이 매출이 두 배로 늘어 환호했다'는 기사에서 한 평가다.한국에서는 고급위스키 소비가 갈수록 줄고 있어 주류업체들의 경영이 위협을 받고 있는데 빔산토리는 매출증가와 부채감소를 두 마리 토끼 잡이에 성공했다.

토리이 신지로 일본 산토리홀딩스 창업주.사진=산토리닷컴이미지 확대보기
토리이 신지로 일본 산토리홀딩스 창업주.사진=산토리닷컴

야마자키'와 '하쿠슈'위스키로 유명한 일본 주류기업이 창업 120년 만에 위스키의 본고장 미국에서 대 성공을 거둔 것이다. 산토리홀딩스는 창업주 토리이 신지로가 메이지 시대 일본의 근대화가 급속하게 이뤄지던 1899년 일본산 와인의 제조 판매를 위해 토리이 상회를 설립한 게 출발점이었다. '산토리' 라는 이름은 당시 판매한 포도주 '아카다마 포트 와인(赤玉ポートワイン)'의 상표명에서 '태양 SUN'을 착안하고, 창업자 '토리이'의 성을 합쳐 지었다. 그는 1923년 물이 좋고 기후가 좋은 도쿄 근교 야마자키에 일본 최초의 몰트위스키 양조장을 세웠다.

일본 최초의 국산 위스키 산토리위스키.사진=산토리닷컴
일본 최초의 국산 위스키 산토리위스키.사진=산토리닷컴

2009년 지주 회사 산토리 홀딩스 체제로 전환하고 주요 사업 분야를 각각의 자회사로 분산시켰다. 2013년 6월까지는 일본 4대 메이저 주류회사 중 유일하게 비상장 회사로 남았다. 미국 위스키의 대표 브랜드인 빔을 인수해 짐빔과 메이커스 마커를 비롯한 다수의 브랜드를 산하에 뒀다. 산토리 증류주 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의 대외적인 기업명도 '빔 산토리 그룹 (Beam Suntory Group)으로 변경했다. 2014년 5월 매출 기준으로 세계 3위 업체로 올라섰다.

FT에 따르면, 산토리가 2014년 1월 160억 달러에 미국 위스키 회사 빔을 인수한 이후 5년 만에 매출액은 두 배인 40억 달러로 늘어났고 순 부채는 150억 달러에서 100억 달러로 감소했다. 전세계 고급위스키 수요 증가에다 미국 자회사의 성장 덕분이다.

다케시 산토리 산토리홀딩스 회장.사진=재팬타임스이미지 확대보기
다케시 산토리 산토리홀딩스 회장.사진=재팬타임스

타케시 니나미 산토리홀딩스 회장은 지난 3월 초 일본의 블렌딩 기술을 사용해 만든 신제품 버번 위스키 '리젠트'를 공개하면서 두 회사의 통합은 완료됐다고 선언한 것도 이 같은 성과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 10년간 빔을 이끌어온 맷 샤톡(Matt Shattock)도 두 회사 통합을 성공리에 마무리하고 빔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샤톡은 "우리 성공을 재는 잣대는 지속가능한 장기 성장을 내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지난 5년간 우리는 매출과 이익목표를 초과 달성했다"고 자평했다.
빔산토리는 그렇지만 지난 5년간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산토리가 빔을 인수할 당시 주류 시장의 반응은 우려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과 미국의 기업 문화와 전략 차이가 워낙 커 다투기도 했다. 더욱이 빔의 핵심 간부들이 회사를 떠나면서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많았지만 결국 이를 극복했다.

타케시 니나미 산토리홀딩스 회장은 미국과 일본 내에서 주류 판매를 확대하면서 차근차근 매출과 이익 목표를 달성했다. 빔은 디아지오 등 다른 경쟁사들과 마찬가지로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고급 위스키 브랜드의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데 주력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알콜 소비보다는 음주 경험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해 어떤 고급화 경로를 선택할 것이냐를 놓고 빔과 산토리의 견해는 달랐다.

니나미 회장은 2015년 빔의 본사를 미국 일리노이주 교외 디어필드에서 시카고 도심으로 이전하는 선택을 했다. 본사를 술집과 식당이 밀집한 시카고 시내로 이전함으로써 소비자 동향을 더 잘 파악할 수 있다고 여긴 데 따른 것이다.일부 직원들은 본사 이전이 많은 비용이 들고 통근하지 못하거나 주택을 구입하지 못하는 직원이 나갈 것이라며 반대해 갈등은 2017년 여름까지 이어졌다. 그럼에도 니나미 회장은 굴하지 않았다.니나미 회장은 "이는 내가 빔의 주도권을 완전히 쥐는 전환점이 됐다"고 자평했다.

니나미 회장은 미국 시장을 겨냥한 연령제한이 없는 일본 위스키 '토키'와 일본의 크래프트 진 '로큐'를 출시했다.

산토리의 앞날이 평탄한 것만은 아니다. 우선 연매출의 70%를 일본(58%)과 미국(14%)에 의존하는 과도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그래서 2030년까지 신흥 시장에서 30억 달러 판매를 목표로 삼고 있다. 주로 중국과 인도 시장이다. 그런데 신흥 시장에선 영국의 디아지오, 프랑스의 페르노 리카드 등 강력한 경쟁자들이 버티고 있었다.

부채축소도 숙제다. 일본 지역의 인건비와 물류 비용 증가 등은 일본 국내 주류사업의 성장과 이를 활용한 부채 감축을 막을 요인이 될 수 있다.

북미 지역의 대마 합법화 추세도 극복해야할 과제다. 세계 유수의 소비재 생산회사들이 대마 관련 제품 생산에 뛰어들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휴식용 대마의 합법적인 시장 규모가 2018년 120억 달러에서 2025년에는 1660억 달러로 13.6배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취하지 않고도 취한 듯한 느낌이 나는 상품이 있는 데 굳이 술을 마실 필요가 없다는 뜻이 된다. 이는 곧 빔산토리의 술 소비가 감소될 것임을 예고한다.

박희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cklond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