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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엇박자' 정책에 속 타들어가는 '면세점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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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엇박자' 정책에 속 타들어가는 '면세점업계'

오락가락 행정에 업계 의견은 무시

정부의 '엇박자' 정책에 면세점업계가 시름에 빠졌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DB이미지 확대보기
정부의 '엇박자' 정책에 면세점업계가 시름에 빠졌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DB
면세점업계가 정부의 '엇박자' 정책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먼저 면세점에서 제품을 구입한 후 이를 국내 시장에 재판매하는 행태에 대한 정부부처 간의 정책이 오락가락 하고 있다.
소비자가 면세점에서 제품을 구입하면 현장에서 이를 인도받게 된다. 일부 중국 보따리상 등은 이를 악용해 면세점에서 제품을 구매한 후 가격 차익을 노려 국내 시장에 이를 재판매하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다양한 불법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관세청은 최근 이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면세점 제품이 국내 시장에 풀리지 않도록 면세점의 관리 책임을 강화하거나 1인당 구매 한도를 제한하는 것이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관세청은 불법적인 사례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보따리상을 제한하는 방안을 고심하는 상황이다.

중요한 문제는 이 정책이 기획재정부의 면세점 구매 한도 상향조정과 엇갈린 행보라는 점이다. 기재부는 현재 면세점 구매 한도를 상향조정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면세점 구매 한도는 해외 제품에 대한 과도한 소비 제한을 위해 1979년 500달러로 최초 도입됐다.

현재 내국인 1인당 구매 한도는 3600달러다. 기재부는 해외 사례와 국민 감정 등을 고려해 이달 안에 상향조정 폭을 결정, 발표할 예정이다. 게다가 해외 여행자의 한도도 600달러에서 추가 상향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정책이 추진되면 중국 보따리상이 구입할 수 있는 제품 수가 늘어나게 되며 이는 자연스럽게 국내 재판매 확대로 이어지게 된다. 게다가 이들은 물론 내국인이 직접 면세점 제품을 구매해 재판매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포털 커뮤니티 등으로 재판매가 용이한 국내 시장을 고려하면 면세점 제품 재판매가 만연할 수 있는 셈이다.

이와 함께 정부의 소비와 관광산업 활성화 정책은 면세점업계의 의견을 배제한 탁상행정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정부는 지난달 서울에 3곳 등 전국에 시내면세점 5곳을 새로 허용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특허 신청 공고를 낸 후 심사를 거쳐 오는 11월 최종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면세점업계에서는 정부의 이런 정책이 출혈경쟁만을 더욱 부추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5곳이 추가되면 전국의 시내면세점은 30개가 넘게 된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사업자가 늘어나면서 불필요한 경쟁만 가중될 것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국내 면세점이 늘어나면서 명품 브랜드들은 후발 면세점 입점을 꺼리는 눈치라 신규 면세점의 흥행 역시 보장할 수 없다.

증권가에서도 정부의 이런 정책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난 2015년 '면세점 대전(大戰)' 후 후발 면세점이 고전하는 것을 지켜보고도 면세점 확대에 나서는 점을 꼬집었다. 또 매장만 늘린다고 전체 면세점 매출이 늘어나거나 소비·관광이 활성화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기재부는 면세점업계의 의견을 무시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시장 포화라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기업들이 신규 면세점을 신청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 "정부가 시내면세점 특허를 늘리려고 하지만 큰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정책을 추진하기 전 관련 업계의 의견 수렴 등 적절한 소통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토로했다.


황재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oul3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