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제일은행 본점 건물에 신세계 상업사박물관 조성

서울 중구 충무로 옛 제일은행 본점에 ‘신세계 상업사박물관’이 들어선다.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71호인 옛 제일은행 본점은 한국 근대 금융의 주요 무대 중의 한 곳으로 여겨지고 있다.

4일 신세계에 따르면 옛 제일은행 본점에 상업사박물관을 여는 방안이 사실상 확정됐다. 신세계는 이와함께 상업과 유통을 다루는 회사의 성격에 맞게 건물을 활용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물관 개관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다. 본점 건물 전체를 사용할지도 결정되지 않았다. 세부 계획은 추후에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옛 제일은행 본점은 1935년 11월 전신인 조선저축은행 본점으로 문을 열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건물에 있던 일본 미쓰코시(三越)백화점이 이웃해 있었다.

해당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5층으로 이뤄졌다. 네오바로크 양식 건물로, 일본인 건축가 히라바야시 긴코(平林金吾)가 설계했다.

국내에 소재하는 건물 중 처음으로 국제 현상설계를 거쳤다. 철골·철근 구조를 사용한 첫 은행 건물이기도 하다. 건축사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는 이야기다.

건물은 제일은행 사옥으로 사용되다가 2015년 신세계에 매각됐다. 사무실 임대 계약이 최근 종료돼 현재는 비어 있다.

신세계는 한때 이 건물을 명품관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서울 중구와 함께 건물 앞 분수 광장을 대대적으로 손보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구상은 실현되지 않았다. ‘명품광장’ 구상이 맞은편 한국은행 본관(사적 제280호) 경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분수의 문화재 의미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고려했다.

신세계는 분수대와 분수광장은 리뉴얼 설계 중이다. 리뉴얼은 미국 뉴욕 맨해튼 9·11 추모공원을 공동 설계한 피터 워커의 피터워커앤드파트너스(PWP)가 담당하기로 했다.

상업사박물관이 신세계 구상대로 들어서면 의미는 각별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일대가 100년 전 근대 상업의 중심이었기 때문이다.

이곳은 일제강점기 초기에 문을 연 조선은행 본점(현 한국은행 본관)과 경성부청(서울시청 전신)이 자리했다. 경성부청 자리에는 이후 미쓰코시 백화점과 조선저축은행이 개관했다.

주변엔 한국은행 화폐금융박물관, 우리은행 은행사박물관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금융·상업 박물관' 벨트가 형성될 수 있다.


유명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hyo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