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 "업종별 차등적용 논의 필요"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앞두고 5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2020년 최저임금 심의 관련 공청회'가 열렸지만, 노사 입장을 대변하는 발표자들이 기존 주장만 되풀이해 '접점 찾기'가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이날 최저임금 공청회에는 노동자 대표와 사용자 대표 똑같이 3명씩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노동자 대표로 참석한 청년유니온의 한 조합원은 "노동 강도에 비해 임금이 적다고 얘기하는 아르바이트생이 많다"며 "특히, 자취하는 사람들은 아끼고 아껴야 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도 "50만명 마트 노동자 가운데 노동조합이 없는 35만명의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실질임금 인상 없이 오히려 인력감축에 따른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빠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최저임금 인상 당위성을 강조했다.

사용자 대표로 참석한 전국편의점가맹협회 관계자는 "최저임금을 2~3% 올리는 것은 700만 자영업자에게 '사약'을 내리는 것과 같다"며 "업종별 지불능력, 지역별 경제상황, 노동강도 등 중요한 문제를 빼고 논의하는 최저임금제도는 결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임금 변동) 취약업종에는 한시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동결하고 업종별로 차등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최저임금 차등적용 문제와 관련해 "공청회 이후에 논의 필요성을 검토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공청회를 지켜본 한 학계 관계자는 "서로 자신의 입장만 주장하고 끝내는 공청회를 몇 차례 더 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비판하며 "오히려 최저임금위가 산업 현장을 방문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오는 10일 광주, 14일 대구에서 추가로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5일 "현재 중소기업계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며 "조만간 업계 목소리를 모아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4월 전국 300인 미만 중소기업 6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의견조사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는 응답이 69%를 차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계 목소리를 외면하기 어려울 것인 만큼 '속도조절론'을 넘어 '동결론'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동결론은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산업현장 노동계와 아르바이트 비정규 비중이 높은 대학생과 젊은층에서 올해 물가 상승률이 예년보다 높았다는 점 등을 들면서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