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하락세는 미 주간 석유재고가 예상을 웃돌며 급증세를 기록했다는 발표로 촉발됐지만 무역전쟁이 경제성장을 둔화시키고, 이에 따라 석유수요 역시 예상보다 더딘 증가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합친 데 따른 것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주 미국 원유재고가 680만 배럴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4월 26일로 끝난 주간에 990만 배럴 증가한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다.
이제 관심은 글로벌 원유시장의 기준유인 브렌트유의 향배로 몰리고 있다. 브렌트유도 약세장 진입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 5일 영국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는 전날에 비해 2.2%(1.34달러) 하락한 배럴당 60.6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4월 고점 대비 19% 하락했다. 브렌트유도 배럴당 59.65달러 아래로 떨어지면 20% 선을 넘기면서 WTI와 함께 공식으로 약세장에 진입한다.
이란 원유금수 조치 등 유가에 호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수요 감소가 브렌트유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5% 둔화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은 브렌트유의 미래를 암울하게 하는 예고일 뿐이다.
미국은 지난달 중국제품 2500억 달러어치에 물리는 관세율을 10%에서 25%로 높이고 나머지 제품에 대해서도 25%로 올리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중국은 이에 대한 보복조치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세계 초강대국의 무역전쟁으로 국제금융시장은 잔뜩 위축됐고 이것이 각국의 투자와 소비를 위축시키면서 원유 수요, 원유 소비 감퇴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대단히 크다.
이미 세계 제조업 경기 둔화 움직임은 가시화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이 지난 3일 발표한 5월 글로벌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8로 전달에 비해 0.6포인트 하락했다. 유럽채무위기가 계속되던 2012년 10월 이래 6년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PMI는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 50을 넘지 못하면 경기 위축의 징후로 해석한다.
이에 따라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브렌트유는 조만간 배럴당 60달러 밑으로 내려가 약세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오는 25일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각료회의에서 추가 감산을 결정하면 시장 흐름이 일시라도 바뀔 가능성이 예상되는 게 그나마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국제유가 하락은 휘발유 소비자 가격 하락을 가져올 수 있지만 동시에 정유사들의 정제마진 하락 등 기업 채산성 악화에 산유국들의 재정수입 감소에 따른 투자감소, 유조선을 비롯한 각종 발주 감소로 이어지면서 한국을 비롯한 조선, 철강 산업국가에겐 치명타를 날리는 만큼 좋게만 볼 일은 아니다.
박희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cklond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