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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튀는 이름으로 고객마음을 사로잡아라"…식음료업계, '네이밍 마케팅'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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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튀는 이름으로 고객마음을 사로잡아라"…식음료업계, '네이밍 마케팅' 봇물

괄도네넴띤에 대한 관심은 원조 제품인 '비빔면'의 판매 증가로도 이어져

왼쪽부터 '하이트제로 0.00',  '퇴근길 필스너', '주문하신 컵커피'시리즈, '아이돌 인기 샌드위치, '괄도네넴띤' 사진=각사이미지 확대보기
왼쪽부터 '하이트제로 0.00', '퇴근길 필스너', '주문하신 컵커피'시리즈, '아이돌 인기 샌드위치, '괄도네넴띤' 사진=각사
세계화와 함께 국내에서 '네이밍 마케팅(naming marketing)'은 기업들의 경영의 한 줄기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1990년대 이전부터 활발하게 이뤄진 '기업이미지'(CI) 탈바꿈에 버금갈 정도로 네이밍 마케팅이 인기를 끌고 있다,

최적화된 CI나 네이밍 마케팅은 모두 고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 매출 증대를 꾀하겠다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를테면 LG는 1990년대 럭키금성이나 금성으로 불렸던 때에 비해 국내는 물론 세계시장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왔다.
CI가 기업 자체의 이미지를 드러내는 것이라면 네이밍은 특정 상품에 대한 이미지를 겨냥하는 경우가 많다. 신상품 등 제품을 소비자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기려는 것이다.

국내에서 그동안 네이밍 마케팅은 호기심 유발 차원이 주류를 이뤘지만, 이제는 제품의 특징을 간명하게 드러내려는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트렌드는 소비자의 이목을 끌고 있다.

최근 네이밍 마케팅 흐름은 어떠할까. 여전히 각광받는 네이밍 마케팅은 제품에 숫자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하이트진로음료 '하이트제로 0.00'은 숫자 '0'을 반복적으로 사용한다. 국내 최초 무알코올 음료라는 점을 강조하려고 숫자 '0'을 신상품 이름에 반복한 것이다.

이런 네이밍 덕분인지 '하이트제로 0.00'은 수입 제품이 대다수인 국내 무알코올 음료 시장에서 판매량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무알코올 음료를 표방했던 일부 수입 음료들에 알코올이 많게는 0.5% 가까이 함유된 게 알려지면서 '하이트제로 0.00'을 찾는 고객이 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편의점 CU '퇴근길 필스너'의 네이밍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 맥주는 BGF리테일이 국내 수제맥주 1위 회사 플래티넘크래프트맥주와 손잡고 내놓은 수제 맥주이다.

'수고했어 오늘도'라는 문구를 더하여 주요 고객인 20~40대 고객들의 고단했던 하루를 위로하는 감성 맥주를 표방했다. 퇴근길 필스너는 퇴근이라는 시간 개념에다가 독일 최고의 맥주로 평가받는 ‘필스너’를 브랜드에 더해 시장 공략에 성공했다.

젊은 층의 호응을 얻는 B급 감성을 활용한 네이밍으로 활용한 제품도 있다. 배달 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함께 선보인 이색 컵커피 '주문하신 컵커피'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이 제품은 특유의 유머코드로 사랑받는 배달의민족 문구와 디자인을 활용한 자체브랜드(PB)상품이다. 패키지 디자인에 커피 전문점에서 주문한 커피가 나오는 상황에 착안해 만든 문구 '주문하신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를 넣었다. 커피 본연의 맛에 재미를 더한 '주문하신 컵커피' 시리즈는 젊은 층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편의점 GS25 '아이돌 인기 샌드위치'는 제품명 그대로 아이돌 가수에게 인기 있는 '인기가요' 샌드위치를 의미한다. 인기 아이돌 가수가 방송사 매점에서만 판매하는 샌드위치를 팬들에게 선물하면서 소셜미디어(SNS)에서 화제가 되자 이를 상품화한 것이다.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 '아이돌 인기 샌드위치'는 샌드위치의 희소성과 소셜네트워크(SNS)의 영향력과 팬덤 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편의점 업계 히트상품으로 자리잡았다.

1995년 이후 태어난 19세 미만의 청소년인 Z세대에서 시작된 언어유희를 활용해 상품명에 변화를 준 제품도 있다. 비빔면 출시 35주년을 맞아 한정 출시한 팔도 ‘괄도네넴띤’은 SNS 등에서 젊은 층이 많이 사용하는 신조어로 '팔도비빔면'을 의미한다.

멍멍이를 '댕댕이'로 표기하는 것과 같이 기존에 있던 단어를 비슷한 모양의 글자로 변형하는 방식이다. 온라인에서 재미로 사용된 단어와 팔도의 색다른 즐거움이란 슬로건이 부합해 '괄도네넴띤'의 실제 상품화를 추진한 것이다. 기존 비빔면 대비 5배 가량 매운맛과 독특한 네이밍으로 인터넷과 SNS를 중심으로 화제가 된 괄도네넴띤에 대한 관심은 원조 제품인 ‘비빔면’의 판매 증가로도 이어졌다.

하지만 이런 네이밍 마케팅은 회사 측으로서는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매출 증가에 유리하지만, 사회 전체적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 못지 않게 부정적 측면이 적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무엇보다도 시류를 반영한 이름짓기가 반복되면서 우리말을 파괴한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는데만 치우치게 되면 제품 이름이 단명할 수도 있다.

회사 입장에서도 좋지 않을 수 있다. 상품명에 고민과 가치가 반영된 식음료로는 소주 '처음처럼'과 '참이슬' 등이 있다. 이들 제품은 소주 애호가를 포함해 많은 이들로부터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다.

철학과 가치관은 아니더라도 사회의 보편적 인식을 바탕으로 하는 제품 이름을 짓는 것은 그만큼 필요하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유명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hyo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