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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못 먹어도 고!”… 트럼프 vs 시진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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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못 먹어도 고!”… 트럼프 vs 시진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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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隋)나라를 세운 양견(楊堅)은 원래 북주(北周)의 관리였다. 양견은 출세를 노리고 선제(宣帝)에게 자기 딸 여화(麗華)를 바쳤다. 그렇지만 선제는 황제자리에 관심이 없었다. 오로지 노는 데에만 정신을 팔았다. 불과 9살인 태자 정제(靜帝)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자신은 상황(上皇)으로 물러앉았다.

양견은 애지중지 키운 딸만 잃는 것 아닌가 싶었다. 그러나 따져보니 자신이 졸지에 황제의 외할아버지가 되어 있었다. 양견은 어린 황제의 외척으로 실권을 장악하게 되자 생각이 달라졌다. 자리를 강탈하고 스스로 수나라의 문제(文帝)가 되었다.

양견이 황제자리를 빼앗기 위해 동분서주할 때 그의 아내가 충고했다. 나중에 독고(獨孤) 황후가 되는 아내다.

“지금 당신은 호랑이 등에 타고 있는 ‘기호지세’의 형국입니다. 호랑이 등에 탄 사람은 도중에 내릴 수 없습니다(騎虎之勢 不得下虎). 끝까지 밀고 나가야 합니다.”

독고 황후는 남편을 꼼짝 못하게 만드는 여자였다. 절대로 바람을 피우지 않는다는 각서를 받고 나서야 양견과 결혼했을 정도였다. 양견이 몰래 후궁과 관계하면 찾아내서 없애버리기도 했다.

양견은 그런 독고 황후에게 반발, 20리나 떨어진 산 속으로 잠적하기도 했다. 대국의 황제가 ‘마누라’ 때문에 가출을 한 것이다.

신하들이 찾아와서 돌아가자고 했지만 “천자인 나에게는 어째서 자유가 없나” 하면서 한숨만 쉬었다고 한다. 무서운 황후에 덜떨어진 황제였다.

그래서 세상에서는 나라 안에 천자가 2명이 있다고 했다. 황제가 독고 황후라는 ‘호랑이의 등에서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쑥덕거렸다. 양견 때문에 ‘기호지세(騎虎之勢)’라는 말이 두 번이나 나온 것이다.

지금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마치 ‘기호지세’다. 호랑이 등에 올라탔지만 내릴 수도 없는 입장이다. 내리는 순간 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호랑이가 달려가는 대로 두면 어디로 가는지조차 헷갈릴 수밖에 없다.

트럼프는 시진핑을 굴복시키기 위해 관세폭탄에 환율, ‘대만 카드’까지 동원하고 있다. “내 두 번째 임기 때의 무역협상은 중국에 훨씬 더 나쁠 수 있다”며 “중국은 지금 행동하는 게 현명할 것”이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며 압박하고 있다. 재선을 장담하면서 빨리 항복하라고 큰소리를 치고 있다.

하지만 시진핑도 호랑이 등에서 내려갈 수가 없다. 패배를 스스로 인정하는 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복관세와 희토류 무기화∙블랙리스트 기업제도 도입∙미국 유학 경계령∙미국산 농산물 수입 축소에 발해(渤海)만에서 미사일 발사 시험까지 하고 있다. 미국이 화웨이(華爲)를 압박하자, 페덱스 조사로 맞불을 놓고 있다.

마찰이 심해지면서 불똥도 크게 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중 무역 전쟁으로 내년 글로벌 총생산 4천500억 달러 줄어들고, 세계성장률을 0.5% 떨어뜨릴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전 세계가 유탄을 맞고 있다.

그 와중에 우리에게도 화가 미치고 있다.

물론, 자기나라에게도 ‘마이너스’다. 관세폭탄 때문에 미국의 물가가 오르고 이는 결국 미국 소비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자료가 벌써 여럿이다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나란히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렇더라도 질 수는 없다. 우리 식으로 ‘못 먹어도 고’다.

해결책은 딱 하나뿐이다. 둘이 한 발짝씩만 양보하는 것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