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Biz 24] 화웨이發 美·中 고래싸움에 등 터지는 한국…일본은 틈새시장 공략 수익창출 '어부지리'

격화하는 미중 무역전쟁 속 갈팡질팡…IT기업 "향후 걱정거리 무수히 산재"

기사입력 : 2019-06-1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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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틈바구니 속에서 한국이 길을 잃고 '갈팡질팡'하는 사이, 한국이 가져야 할 이익은 모두 일본이 차지하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중국의 통신 장비 대기업 화웨이 테크놀로지에 대해 미국이 사실상 금수 조치를 강구한 며칠 후 중국 선전 근교에 있는 화웨이 본사에 한국 정치인과 경제인 등 일행 100여명이 방문했다. 이들의 방문은 오직 화웨이 방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텐센트와 DJI 등을 포함한 중국의 혁신기술 변화를 살펴보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런데 한국 측 방문단의 방중 모습에는 "미국은 어떻게 생각할지", 그리고 "미국에게 한국 방문단의 모습이 어떻게 비쳐질지"가 먼저 엿보였다. 그리고 실제 미국은 그리 험악하게 표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한국 내부에서 지레 겁먹은 모습도 역력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틈바구니 속에서 한국이 길을 잃고 '갈팡질팡'하고 있는 모습이다.

일본 아베 정권은 미중 양측이 충돌하는 틈새를 공략해 적절한 조치를 구사함으로써, 오히려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너무나도 대조적이다. 이러한 열악한 국제 정세를 배경으로 "과연 우리의 문제는 무엇"인지, "어떠한 선택에 의해 어느 정도의 타격이 예상되는지"에 대해 글로벌이코노믹이 분석했다. <편집자 주>

■ 한국 정부와 IT 기업 경영진, 장기적 걱정거리 무수히 산재

한국 정부 당국자와 IT 기업 경영진들은 "장기적으로 걱정거리가 무수히 많다"고 호소하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은 한국 최대의 무역국이었으며, 향후에도 이러한 위치는 바뀔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2018년 한국 전체 수출에서 중국은 26.8%를 차지해 최대의 무역 상대국임을 과시했다. 미국은 그 절반도 못 미치는 12%에 그쳤다. 물론 미국은 무역뿐 아니라 정치 및 군사 문제에서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중요성으로 또 다른 방향으로 기울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한국 경제와 국민들에게 과연 어떤 선택이 중요한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화웨이 1개사가 107억 달러(약 12조6849억 원)에 달하는 한국 제품을 지난해 구입했는데, 이는 중국으로 수출되는 한국산 IT 부품의 17%를 차지하는 수치다.

한달 전 방중한 삼성전자 등의 경제사절단은 화웨이의 차세대 고속통신 규격 5G 기기를 이용한 고속 로보틱스 데모와 스마트 시티의 시뮬레이션을 견학했다. 그리고 당시 견학에는 아시아 4위의 경제를 자랑하는 한국과 중국의 기술 연계 강화를 목적으로 한 이벤트의 일환으로 한국 정부도 지원했다.

하지만 개최 직전인 5월 중순 미국 정부가 자국의 IT 및 통신 기업에 대해서 화웨이와의 거래 금지를 결정하고, 전 세계 기업에게도 뒤따르도록 재촉하는 바람에 이벤트 시작 전부터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기 시작했다. 가장 중요한 동맹국인 미국과 최대의 무역 상대국인 중국과의 틈바구니에 빠진 것 때문이다.

게다가 세계적인 주요 IT 기업들이 속속 화웨이에 대한 부품이나 소프트웨어의 제공을 취소하고, 여러 통신 사업자들이 화웨이제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를 보류하고 나섰지만, 한국의 업계 관계자 및 정치인들은 중국과 지금까지와 동일한 비즈니스를 계속해야 하는 것 외에 선택사항은 없다고 이야기한다. 당연히 미국과의 결별은 아예 거론조차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물론 미국의 화웨이 봉쇄, 그리고 그 배경에 있는 미중 무역전쟁은 수출 의존국인 한국을 다시 곤경에 몰아넣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몸을 사리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너무 과도한 걱정 때문에, 미국과 중국 어느 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어떠한 냉정한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바로 한국이 안고 있는 최대의 문제다.

한국 테크놀로지 최대 기업인 삼성에 있어서도, 미국 정부에 동참한 화웨이 배제에서 받는 혜택보다도, 중국과의 비즈니스 상실에 의한 타격이 더 클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따른다. 지난 방문에서 중국 사업장을 둘러보던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양사는 경쟁 관계에 있지만, 중요한 파트너이기도 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 화웨이는 삼성제 메모리 반도체의 최대 고객에 포함된다. 또한, 한국 기업들은 중국에 다수의 생산 기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그곳에서 다수의 고객에게 제품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 기업에게 있어 화웨이와의 거래를 대신할 다른 선택사항은 없다는 뜻이다.

■ SK하이닉스 최대 고객 화웨이, LGU+ 화웨이 5G 기술 채용
삼성에 이어, 세계 2위 메모리 반도체 공급 업체인 한국 SK하이닉스의 최대 고객도 화웨이다. 이 때문에, 태크놀로지 무역 전쟁이 격화하는 상황을 배경으로,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 사이에서 "한국이 균형을 취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지적하는 전문가가 많다.

"한국은 미국 또는 중국을 선택해야 하는 고비를 맞고 있다"고 연세대의 중국학 교수이자 상하이 총영사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한석희(韓碩熙) 박사는 지적했다. 이어 그는 "만약 미국이 화웨이 제품의 사용 중지뿐만 아니라, 한국산 반도체를 중국에 수출하지 말 것을 요청해 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정부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미국 정부는 일본과 유럽연합(EU)을 비롯한 동맹국들에 대해 5G 통신망 도입에 있어서 화웨이 기술을 채용하면 기밀 정보의 공유를 중단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그런데 청와대는 여전히 미국과의 협의에 대해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가 간단히 해결책을 내놓기 힘들며, 이는 "우리가 미국과 동일한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이 중국에 하는 일을 그대로 할 수 없는 노릇이다"라는 지적만 늘어놓고 있다. 해결책은 누구도 섣불리 거론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한국의 통신 사업자 중 유일하게 화웨이의 5G 기술을 채택하고 있는 LG유플러스도 상황은 급박해졌지만 조용히 이를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물론 결론을 서두를 이유는 없다는 견해도 많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만 늘어나는 상황에서 일본과 같이 양다리를 걸쳐야 하는 상황도 고려해야만 할 것이다.

그런데 화웨이 측은 5월 30일 한국과의 협력 관계에 대한 결속을 다지기 위한 목적으로 한국에 5G연구소를 개설했다. 화웨이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책임자인 톈펑(田峰)은 당시 이벤트에서 "(화웨이는) 한국에서 한국의 진보를 위하여"라는 이념을 내세웠다고 행사에 참석했던 한국 정부 당국자는 밝힌 바 있다.

한국 측이 손실이 있다면 당연히 중국. 특히 화웨이도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 측의 우려도 깊다. 이 때문에 화웨이도 한국 기업과의 협력을 누구보다 중요하게 여기고 있으며, 이러한 심경이 5G연구소를 통해 우리에게 전달된 셈이다.

그런데, 이번 상황을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의 상관관계를 통해 풀이해 보면, 한국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수요자(중국)가 먼저 손을 뻗혀 왔는데도 불구하고, 공급자(한국)가 머무르는 형태가 연출됐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의 강요에 의해 한국 측이 이러한 관계를 깬다면, 이를 두고 "떠먹여줘도 못먹는다"는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 미중 무역전쟁의 틈새에서 돋보인 일본의 탁월한 '선택'


일본 정부는 5월 27일 안전 보장상의 이유를 달아, 외국 투자자의 국내 기업에 대한 투자를 규제하는 대상으로 IT 및 통신 관련 20개 업종을 추가 확충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중국을 직접 겨냥하지는 않았지만, 누가 보더라도 중국을 타깃으로 삼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일본의 일련의 조치는 트럼프 미 행정부의 강경 자세에 보조를 맞추는 것일 뿐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대서특필했다. 미국의 강압에 의한 것임을 강조해 중국의 심기를 풀려는 의도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28일), 중국 사회과학원 일본연구소, 전국 일본경제학회, 사회과학원 문헌출판사는 공동으로 '일본 경제 청서 : 일본 경제와 중일 경제·무역 관계 연구 보고서(2019)'를 베이징에서 발표했다. 청서는 중일 경제·무역 관계의 동향은 주로 세계 경제, 중국 경제, 일본 경제, 중일 관계 등 4가지 주요 요소의 변화에 의해 결정된다고 지적했다. 미국을 교묘하게 거론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세계 경제를 미국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에 대한 배려도 포함시켰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어 내용 곳곳에서 안정적이고 전진 흐름을 유지하는 중국 경제에 대한 찬사와 함께, 일본과 중국의 협력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무한 반복됐다. 중국과 중국인들에게 일본이 결코 등을 돌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부지불식(不知不識)중에 강조하기 위한 전술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전술을 펼치는데 주변의 따가운 눈초리와 조롱 따위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태세다.

이에 반해 우리를 잠시 뒤돌아보면, 한국의 업계 관계자 및 정치인들은 매우 무력하다는 결론밖에 내릴 수 없다. 이들은 "중국과 지금까지와 동일한 비즈니스를 지속해야 하는 것 외에 선택사항은 없다"고 이야기하면서도, "미국과의 관계도 동일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말밖에 내뱉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결책 따위는 아예 안중에도 없으며, 해결책을 내놓겠다는 이들의 말에 귀 기울이려는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바로 이 점이 자존심과 알량한 정의감, 그리고 당파싸움으로 얼룩진 한국과 일본의 차이점이다. 그리고 한국이 길을 잃고 '갈팡질팡'하는 사이 한국이 가져야 할 이익은 모두 일본이 차지한다는 사실을 가장 큰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5년 전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으로 몰려오던 크루즈 관광객은 모두 일본으로 몰려갔으며, 한반도 사드 배치를 통한 반한 감정이 고조되었을 때 일본은 틈새시장을 공략해 막대한 우리의 이익을 빼앗아 갔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도 "우리가 일본에 과연 빼앗긴 것일까" 아니면 "일본의 이익을 우리가 스스로 챙겨준 것일까" 두 관점을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비교할 필요가 있다. 이 사실을 간파하지 않고서는 우리의 문제점을 도출조차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어, 국가와 국민들에게 이로운 현명한 판단을 내려, 실천에 옮겨야 할 시기가 바로 지금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우리의 최대 과제임을 직시해야 한다.

■ 중국의 보복 한국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일으킬까?


2016년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미국의 신형 요격 미사일 '사드(THAAD)'의 국내 배치를 결정했을 때, 분노한 중국은 비공식적으로 한국의 단체 여행을 금지하고 롯데그룹의 중국 현지 거점에 타격을 가하고 건설 프로젝트를 금지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

그 결과, 2017년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최고 인기 메이커였던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2016년 대비 반감했으며, 현대자동차의 매출도 사드 사태의 여파로 3분의 1이나 감소했다. 게다가, 어렵게 확보한 시장 점유율은 중국 로컬 자동차 기업의 성장에 고스란히 보탰다. 그리고 한국의 손실에 대한 최대 수혜자는 자동차와 관광 산업에서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인 일본이었다.

당시 이러한 사태를 지켜보던 한국 기업인들은 "한국 정부는 중국의 공세에 무기력하며, 불공정한 보조금과 무역 관습으로 보이는 중국 측의 조치에도 아무런 대책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심지어 한국의 대형 액정 메이커 간부는 로이터통신에 익명을 조건으로 "중국 정부가 자국의 기술 산업을 지원하고 전 세계로 뻗어나가도록 총력을 기울일 때, 우리는 정부의 아무런 지원도 없이 생존을 걸고 싸워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느끼고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실만으로도 미국을 선택했을 경우 중국의 보복은 당연한 결과이며, 우리에게 얼마나 큰 타격을 줄 수 있을까를 예측할 수 있다.

그리고 실제 이러한 상황과 관점을 국내에서 기업과 대중에게 우선 밝히지 않은 것만으로도 1차적인 타격은 이미 입은 상태다. 이는 당국이 무능함을 감추기 위해 사태를 가리는 데만 급급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향후 정부의 결심이 늦어질수록 타격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2년 전 한반도 사드 배치를 둘러싼 대립 사태가 발생했을 때, 어떤 사전 조치도 강구하지 않았던 정부의 무능에 의해 사회·경제적인 혼란은 더욱 가중됐으며, 그로 인해 한국 기업과 국민은 중국에서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엄청난 피를 흘려 왔다. "이번에야말로 정부가 앞장서 기업과 국민을 지키는 명확한 비전을 세워 주었으면 하는 것"이 대한민국을 가슴에 새기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바람이다.


김길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skim@g-enews.com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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