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2등’ 이미지 벗자…'LG 텃밭' 생활가전에 도전장 낸 삼성전자

공유
0

‘2등’ 이미지 벗자…'LG 텃밭' 생활가전에 도전장 낸 삼성전자

업계 최초 맞춤형 냉장고 공개…‘모방’ 전략 버리고 ‘혁신’ 제품으로 승부

삼성전자 모델이 신개념 맞춤형 냉장고 '비스포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 모델이 신개념 맞춤형 냉장고 '비스포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최근 신개념 냉장고를 선보이며 경쟁사 LG전자' 텃밭'인 생활가전 분야에 정식으로 도전장을 냈다.

스마트폰, 반도체 등으로 세계시장을 호령하는 삼성전자가 ‘생활가전’ 분야에서는 LG전자에 밀려 ‘2등’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미지를 떨쳐버리고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4일 업계 최초로 맞춤형 냉장고 ‘비스포크(BESPOKE)’ 냉장고를 출시했다.

비스포크는 맞춤형 양복이나 주문 제작 제품을 뜻한다.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냉장고를 통해 소비자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개성 있는 제품 조합과 다양한 색상과 재질 등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냉장고 모델을 가족수와 식습관, 라이프스타일, 주방 형태 등에 따라 최적의 모듈로 조합할 수 있도록 1도어에서 4도어까지 총 8개 타입으로 만들었다.

또 도어 전면 패널 소재는 코타 메탈과 새틴 글래스(무광), 글램 글래스(유광) 등 3가지로 이뤄졌으며 색상은 화이트와 그레이, 네이비, 민트, 핑크 등 총 9개를 만들어 선택의 폭을 넓혔다.

삼성전자의 이번 비스포크 냉장고 출시를 두고 업계는 삼성전자가 ‘글로벌 1위’ 자존심을 구기는 생활가전 분야에서 정면 돌파하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평가한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소비자가전(CE) 부문 연간 영업이익이 2조200억 원, 매출액이 42조1100억 원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매출에서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하는 영업이익률은 4.80%를 기록했다.

업계는 삼성전자의 CE 부문이 TV와 생활가전 분야를 합친 것임을 감안하면 생활가전 만의 영업이익률은 이보다 더욱 낮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LG전자의 생활가전 분야를 담당하는 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H&A) 사업부 영업이익률은 7.9%로 집계됐다.

특히 TV사업을 담당하는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부 실적까지 합치면 영업이익률은 8.56%로 더 올라간다.

삼성전자는 생활가전 분야에서 철옹성과 같은 LG전자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이번 비스포크 냉장고 출시에서 그동안 가전사업 전략이었던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를 포기하고 ‘신개념 가전’ 전략으로 방향을 틀었다.

패스트 팔로어 전략은 선두 업체가 신(新)가전을 내놓으면 어느 정도 시장이 형성되기를 기다린 후 발주자로 참여해 혁신기술을 더해 시장점유율을 뒤집는 전략을 말한다. 그동안 생활가전 시장은 LG전자가 ‘의류건조기(트롬 건조기)’, ‘의류관리기(스타일러)’ 등 신개념 가전을 내놓으면 삼성전자가 후발주자로 참여해 LG전자를 추격하는 양상으로 전개돼왔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그동안 생활가전 사업에서 취해왔던 패스트 팔로어 전략이 빛을 못 보자 이번 맞춤형 냉장고 출시를 통해 생활가전 사업 전략 방향의 변화를 시도해본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번 전략이 LG전자 독주를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밝혔다.


오만학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h3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