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르포] 5만원권 발행 10년, 조폐공사 경산화폐본부를 찾아서

공유
0

[르포] 5만원권 발행 10년, 조폐공사 경산화폐본부를 찾아서

위조지폐 100만 장 당 0.12장... ‘위조지폐 청정국’ 위상

경상북도 경산시의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사진=한국조폐공사)이미지 확대보기
경상북도 경산시의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사진=한국조폐공사)
18일 경상북도 경산시의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를 찾았다. 경산조폐창으로도 불리는 이곳은 쉽게 말해 돈 공장으로 지폐 생산시설은 약 7000㎡ 크기의 실내 공장에 2개의 생산라인이 구축돼 있었다. 2009년 이후 시중에 유통된 19억여 장의 5만 원권은 모두 이곳에서 만들어졌다.

◆5만원권 나이 올해로 10 살
한국은행은 2009년 6월 23일부터 5만원권을 발행했다. 1973년 만원권 발행 이후의 경제 규모와 물가 상승을 고려해 은행권 최고권을 상향 조정한 것이다.

현재 시중에 유통중인 은행권 중 5만원권은 금액으로는 98조3000억 원, 장수로는 19억7000장으로 금액, 장수 모두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5만원권 어떻게 만들어 질까...“완벽한 품질로 대(對) 국민 서비스 질 높인다”

은행권(지폐), 동전(주화), 전자여권, 수표 등 보안제품을 생산하는 국내 유일의 제조 공기업 한국조폐공사의 경북 경산 화폐본부엔 ‘100 - 1 = 0’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상징물이 설치돼 있다.

100개의 제품 중 고객이 99개에 만족하더라도 1개의 제품에 불만족하면 고객 만족은 0이라는 뜻이다.

조용만 조폐공사 사장은 “‘100 - 1 = 0’ 슬로건은 ‘품질’은 조폐공사의 핵심가치로, 고객에게 단 1개의 부적합 제품도 공급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연중 동일한 습도와 온도를 유지하는 공장 내부에 들어서자 부여 제지공장에서 넘어온 흰색 종이가 보였다. 이 종이가 시중에 유통될 수 있는 화폐로 만들어지는 데는 약 한 달이 걸린다.

5만원권 요판인쇄 단계. (사진=한국조폐공사)이미지 확대보기
5만원권 요판인쇄 단계. (사진=한국조폐공사)

돈을 만드는 과정은 7단계 제조공정을 거친다. 지문(바탕)인쇄단계를 거치면 스크린인쇄와 홀로그램 부착를 한다. 이후 요판인쇄를 거쳐 전지검사를 한 후 활판인쇄에 들어간다. 마직막으로 포장과 검사을 하면 된다.

각 제조공정 단계에서 빠짐없이 들어가는 게 위변조방지기술이다. 한국 조폐공사는 현재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 은행권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뛰어난 위변조 방지기술을 보유했다.

은선(隱線, 숨은 실선)이 포함된 화폐 용지는 5만원 은행권을 상하·좌우로 기울였을 때 은선 속 태극무늬가 좌우·상하 방향으로 움직인다.

띠형 홀로그램은 보는 각도에 따라 우리나라 지도, 태극, 4괘 무늬가 같은 위치에 나타나며, 그 사이에 50000이라는 숫자가 세로로 쓰여 있다.

인쇄상태 1차 점검 후 지폐 상단에 고유번호 11자리가 찍히는 활판 공정이 이어진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활자가 미세하게 커지는 ‘가로확대형’ 보안기술이 적용된다.

이미지 확대보기
신기술 적용은 생산 품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제조 초기 용지 굴곡 문제와 이로 인한 인쇄 불량, 띠형 홀로그램 부착 문제 등 생산이 불안정한 상태였다. 이에 산하 기술연구원을 통한 용지, 인쇄판, 잉크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 및 품질 개선을 통해 고품위 은행권을 안정적으로 생산 가능한 체계를 갖추게 됐다.

유환신 인쇄처장은 “제품설계부터 원재료, 생산, 출하 등 각 단계에서 ‘품질 무결점’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영원칙 아래 전 공정 완전품질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위조지폐는 2018년 기준으로 고액권인 5만원권(49장)보다 만원권(271장)과 5천원권(268장)이 더 많다. 화폐본부 김기동 본부장은 “5만원권의 위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의미”라며 “일본과 함께 ‘위조지폐 청정국’이라는 데서 조폐공사의 세계적인 위변조방지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지 확대보기


◆5만원권 어디에 사용하나

많은 국민들이 5만원권을 소비지출, 경조금 등에 일상적으로 사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경제주체별 현금사용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들은 거래용 현금의 43.5%, 예비용 현금의 79.4%를 5만원권으로 보유했다. 5만원권의 용도로는 소비지출에 43.9%, 경조금에 24.6%를 사용했다.

발행 초기에는 5만원권 사용 부작용도 있었다. 5천원권과 색상이 혼동돼 구별이 어렵다는 민원이 다수 있었다. 환수율도 낮았다.

하지만 최근 국민들이 점차 익숙해지면서 구별이 어렵다는 민원은 거의 사라졌다. 5월말 기준 연간 환수율이 60%대 후반이고 누적 환수율도 50%를 넘었다.

아직까지 정밀 위조사례도 거의 없었다. 5만원권 위폐 발견 장수는 10년 동안 총 4447장으로 같은 기간중 전체 위폐 발견 장수의 9.2%에 불과했다.

우리나라의 위조지폐 발생 사례는 2018년 기준으로 100만 장 당 0.12장이다. 영국(129.1장), 유로존(34.0장), 호주(19.7장), 캐나다(11.0장) (이상 2017년 기준)보다 월등히 적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한현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an091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