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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한국경제, 현장에서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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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한국경제, 현장에서 듣다

밀양 삼흥열처리 주보원 회장 “중기 줄도산 우려, 제조업 경쟁력 제고 절실”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로 세계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졌으나,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이 늪에서 빠져 나왔다. 우리 경제가 제조업 중심의 구조를 갖고 있고,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펀더멘털(경제기초)이 다소 튼튼해 졌기 때문이다.
로 인해 우리나라는 2011년 세계에서 9번째로 교역 1조 달러를 달성했다. 우리나라는 이를 2014년까지 유지했지만, 중국 등 신흥국의 경제성장이 주춤하고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의 더딘 경기회복으로 이후 2년간은 교역 1조 달러를 달성하지 못했다.
그러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 중심의 경제성장과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정책을 내세우면서 2017년과 지난해 다시 교역 1조 달러 클럽에 재입성했다.
다만, 올 들어 대내외 경제가 더블딥(이중경기침체)에 빠지면서, 기업들 상황이 녹록치 않다. 이중에서 99-88(국내 기업 99%, 고용창출 88% 비중)인 중소기업의 상황이 더 어렵다.

주보원 삼흥열처리 회장 겸 열처리조합 이사장이 최근 고용노동부 장관과가진 간담회에서 중기 업계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사진=정수남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주보원 삼흥열처리 회장 겸 열처리조합 이사장이 최근 고용노동부 장관과가진 간담회에서 중기 업계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사진=정수남 기자
글로벌 이코노믹은 앞으로 현장에서 우리 경제의 답을 찾을 계획이다. 첫번째로 경남 밀양의 삼흥열처리를 찾아 주보원 회장을 최근 만났다.

“너무 어렵습니다.”

기자를 만나자마자 주보원 회장은 이같이 일갈했다. 최근 경영환경이 악화됐다는 뜻이다.

주 회장은 “2017년 초만 해도 당사 무기술 1년차 직원의 세후 연봉이 3800만 원 정도 됐지만, 최저 임금이 크게 올라 부담이 가중됐다”고 말했다.

올해 최저 시급이 8350원이지만, 생산직 직원의 시급이 시간대 별로 다른 점(하루 4단계)을 고려하면, 이미 국내 생산직 근로자의 최저 임금은 1만원을 넘었다는 게 주 회장 분석이다.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R&D)은 차지하더라도 직원 복지나, 향후 운전자금을 위한 자금 축적은 전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주 회장은 “앞으로 중소기업이 주 52시간 근무제도 영향권 안에 들어갈 경우 더욱 어려울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현재 생산직 사원의 임금은 1만원을 넘어섰다. 여기에 내년 직원이 50인 이상인 중소기업이 근무 시간 단축에 포함될 경우 심각한 인력난이 예상된다. 삼흥열처리 생산라인. 사진=정수남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
최저임금 인상으로 현재 생산직 사원의 임금은 1만원을 넘어섰다. 여기에 내년 직원이 50인 이상인 중소기업이 근무 시간 단축에 포함될 경우 심각한 인력난이 예상된다. 삼흥열처리 생산라인. 사진=정수남 기자
지난해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 우선 이 제도가 적용됐지만, 내년 1월(50인∼299인 사업장)부터는 삼흥열처리도 해당되기 때문이다.

열처리업 특성상 365일, 24시간 공장을 가동해야 한다. 현재 삼흥열처리의 경우 120명의 직원이 주야 2교대로 공장을 돌리고 있으나, 2020년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 사업장이 되면삼흥열처리는 최소 60명의 직원이 더 필요하다.

주 회장은 “제조업에는 근로자가 아예 오지 않는다. 생산직 사원 모집 공고를 내면 6개월이 지나도 지원자가 한 명도 없다”고 토로했다.

반면, 사무직이나 R&D직 사원 선발 공고에는 하루만 지나도 지원자가 대거 몰리고 있다는 게 주 회장 설명이다.

정부가 최저 임금 인상과 근무 시간 단축 등에 대해 업종별 상황을 고려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게 주 회장 분석이다.

그는 아울러 사람이 모이는 제조업을 만들고, 근본적으로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헤서는 정부 차원의 특단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 회장은 “정부가 산업체 근무를 군복무로 대체하고 있지만, 의무 복무기간이 끝나면 대부분 퇴사하고 사무직 등으로 이직한다”며 “제조업체 근무자에게 주택 청약시 가점을 주거나 금융권 융자시 저리 혜택 등 다양한 방안으로 제조업 안주를 적극 도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제조업을 비롯해 중소기업의 취업난을 감안해 외국인 근로자 할당제를 확대하거나, 아예 없애야 한다는 게 주 회장 요구이다.

주 회장은 사람이 모이는 제조업을 만들고, 근본적으로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헤서는 정부 차원의 특단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불경기에도 일감이 밀리고 있는 삼흥열처리 제품 야적장. 사진=정수남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
주 회장은 사람이 모이는 제조업을 만들고, 근본적으로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헤서는 정부 차원의 특단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불경기에도 일감이 밀리고 있는 삼흥열처리 제품 야적장. 사진=정수남 기자
주 회장은 산업용 전력 요금에 대한 개선도 주문했다.

주 회장은 “현재 전력당국은 6월부터 8월, 11월부터 2월까지 산업용 전기요금에 할증을 부과하고 있다. 이 기간 중소기업 등이 계약요금보다 전력을 더 소모하면 소모한 전력에 대해 할증을 부과하는 것으로, 성수기 부족한 전력을 메우기 위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중 6월과 11월, 2월은 봄·가을 전력 사용량과 크게 차이가 없어 전력이 부족하지 않다. 3개월을 할증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게 주 회장 주장이다. 여기에 2010년대 중반 들어 국내 전력 공급능력이 크게 개선된 점도 주 회장 주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실제 지난해 2월과 6월, 11월 최대 전력사용량은 각각 8824만㎾(6일), 7661만㎾(25일), 7591만㎾(29일)로 전력예비율은 14.8%, 13.9%, 23.1%로 모두 정상이었다. 같은 해 5월 17일(7317만㎾, 12.1%), 10월 30일(7033만㎾, 20,6%)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주 회장은 “열처리 업황 특성상 365일, 24시간 설비를 가동해야 한다”면서 “6월, 11월, 2월은 국내 전력 부족 사태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할증 기간에서 제외해 중소기업의 부담을 해소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지난해 삼흥열처리의 연간 전기요금은 전년보다 2.9% 증가한 67억4000만 원으로, 매출의 30.8%를 차지했으며, 지난해 7개월 간 할증 전기요금은 전기요금 전체에서 16.9%인 14억4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주 회장은 “2011년부터 최근까지 산업용 전기요금은 두 배 이상 올랐다. 국내 열처리 업계의 전기요금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30∼35%”라며 “전기요금과 인건비 등 원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했지만, 납품단가는 역으로 내려 매우 힘들다. 산업용 전기요금 조정이 열처리 등 중소기업의 줄도산을 막는 희망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소기업에 적용하는 산업용 고압A의 토요일 요금 조정도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전력 당국은 주 5일제 등으로 국내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에 대한 우려가 사라졌는데도 중소기업에 토요일 중부하요금을 적용하고 있다.

주 회장은 “정부가 2015년 중반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주말 전기요금을 경부하요금으로 했다. 당시 경영에 큰 도움이 됐다”며 “앞으로 주말 요금은 상시 경부하요금을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전력이 순이익 가운데 1조원을 중소기업의 전기요금 지원금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게 주 회장의 다른 대안이다.

주보원 회장 겸 이사장은?


주 회장은 중기중앙회, 열처리조합 관련 공무가 없으면, 자사의 공장이나 R&D실에서 현장 경영에 주력한다. 주 회장이 열처리를 마친 제품을 살피고 있다. 사진=정수남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주 회장은 중기중앙회, 열처리조합 관련 공무가 없으면, 자사의 공장이나 R&D실에서 현장 경영에 주력한다. 주 회장이 열처리를 마친 제품을 살피고 있다. 사진=정수남 기자
1953년생인 주 회장은 31세의 나이로 부산에서 삼흥열처리를 설립했다. 이는 6대 뿌리산업(열처리, 주조, 단조, 금형, 표면처리, 용접)이 향후 제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산업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선제적인 시각에서의 창업이었다.

이후 주 회장은 2002년 초 김해로 사업장을 옮기고 삼흥열처리 2기를 시작했으나, 회사가 기술과 매출 등 단일 규모로는 세계 1위 기업으로 올라서면서 김해 공장이 비좁아 2013년 말 밀양 사포일반산업단지 1만평 대지에 공장을 새로 짓고 3기 시대를 열었다.

삼흥열처리는 15기의 열처리 라인에서 하루 최대 550톤의 열처리 물량을 소화하고 있으며, 국내 단조 업계의 연간 생산 물량 60∼70%의 열처리를 담당하고 있다.

정부는 2016년 삼흥열처리를 뿌리기술전문기업으로 지정했으며, 삼흥열처리는 국내 열처리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현대기아자동차의 1차 협력사이다. 여기에 세계 ‘빅3’ 자동차 회사인 독일의 폭스바겐, 일본의 도요타,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를 비롯해 캐터필러 등 18개 다국적 기업을 협력사로 확보했다.

이로 인해 완성차 업계에서는 “열처리는 ‘삼흥’에서 해야한다”는 말이 정설처럼 굳어 있다.

지난해 국내 대기업을 비롯해 주요 뿌리기업들의 실적이 줄었지만, 삼흥열처리는 220억원으로 전년보다 8.4%(17억원) 오히려 매출이 늘었다.

주 회장이 평소 품질경영과 이를 위한 연구개발(R&D) 등을 강화한 게 주효한 셈이다. 주 회장은 일과의 대부분 시간을 열처리 현장과 자사의 연구개발실에서 보낸다.

아울러 주 회장은 현재 한국금속열처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으로 8년째 업계 발전과 회원사 이익을 위해 주력하고 있다.

열처리조합은 1997년 외환위기 직후 해체됐다, 2012년 정부가 뿌리산업 활성화 정책을 내놓자 주 회장이 국내 주요 열처리기업 대표들과 함께 조합을 다시 일으켰다.

주 이사장은 2017년 3선에 성공하면서 3대째 회장을 수행하고 있으며, 중소기업중앙회 노동인력위원회 위원장으로 뿌리기업 등 중소기업의 현안 해결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주 이사장의 노력으로 21년만인 지난해 열처리기술경기대회가 열처리조합으로 넘어왔다. 올해 대회 결선은 이달 중순 삼흥열처리에서 펼쳐졌다. 사진=정수남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5년간 주 이사장의 노력으로 21년만인 지난해 열처리기술경기대회가 열처리조합으로 넘어왔다. 올해 대회 결선은 이달 중순 삼흥열처리에서 펼쳐졌다. 사진=정수남 기자
아울러 그동안 열처리공학회가 주최한 열처리기술경기대회를 지난해부터 조합이 추최하고 있다. 1997년 조합 해체 이후 21년만으로, 주 회장이 지난 5년간 민관학연 관계자를 지속적으로 만나 설득한데 따른 것이다. 올해 결선 대회는 이달 중순 삼흥열처리에서 펼쳐졌다.

주 이사장은 업계 발전을 위해 대외적인 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관계부처 장관, 국회의원, 한국전력공사 등과 간담회와 면담에 꾸준히 참석해 업계 발전을 위한 제안과 건의를 하고는 것이다.

주 회장은 지역 사회 발전을 위해서도 열심이다. 그는 매년 열리는 밀양아리랑 축제 등 지역 행사와 체육대회 등을 후원하고, 김장 나누기, 전통시장 소화기와 단독경보기, 성금 기증 등 기업 윤리를 적극 실천하고 있다.

현재 주 회장은 밀양소방서 명예소방서장이기도 하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해 정부는 1997년 산업포장을, 2014년 대통령 표창을 각각 주 회장에게 수여했다.

주 회장의 이 같은 밀양 사랑은 가족이 이곳에 새로운 둥지를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삼흥열처리 관계자는 “365일 24시간 공장이 돌아가고, 서울 조합과 중앙회 업무로 주 회장 역시 1년 365일 24시간 깨어있다”며 “주 회장의 R&D 강화에 따른 신기술 개발과 해외 시장 개척으로 회사가 지속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회사 업무와 공무 등에서 잠시 시간을 내 동호회 회원들과 바이크를 타고 바람을 쐬면서 머리를 식히는 게 주 회장의 유일한 취미이다.


정수남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ere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