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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소주성’…국산車 붕괴 앞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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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소주성’…국산車 붕괴 앞당긴다.

최저임금 급등·단축근무제發, 車부품사 줄도산우려…만도, 임원진 대거 명퇴 등 첫 구조조정
대내외 경제 악화, 국산차 판매 지속 하락…원청-하청 수직 계열화로 1·2·3차 협력사 직격탄
“최저임금 7% 인하와 업종·지역별 차등 적용해야”…“車업계, 이중고로 경쟁력약화 고사직전”

2017년 상반기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소득 주도의 경제성장’을 최우선 경제정책으로 내세우면서 국내 산업계가 무너지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가 최근 2년간 최저임금을 큰 폭으로 올리면서 업계 부담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국내 최저임금은 2018년 16.4% 오른 7530원, 올해는 10.9% 오른 8350원으로 각각 책정됐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 최저 임금을 올해보다 5% 인상한 8770원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완성차 업체를 비롯해 중소협력사의 신음 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요국의 경제 회복이 더디고, 신흥국의 경제성장도 조정 국면을 맞으면서 판매가 지속적으로 줄로 있어서 이다. 여기에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과 단축 근무제 시행도 산업계의 신음 소리를 키우고 있다.

완성차 내수 판매가 줄면서, 각 업체 대리점들의 밀어내기 차량들이 경기도의 한 주차장에 들어차 있다. 사진=정수남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
완성차 내수 판매가 줄면서, 각 업체 대리점들의 밀어내기 차량들이 경기도의 한 주차장에 들어차 있다. 사진=정수남 기자
실제 올 상반기 국산차 7사 판매는 1%대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전년 역성장세를 극복한 것이지만, 예년 10%에 육박하는 성장세에는 크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다만, 수출에서 회복세를 보인 현대기아차와 내수에서 쌍용차가 선전했지만, 나머지 4사는 내수와 수출은 모두 줄었다.

이 같은 실적 악화의 영향은 부품업체들에 먼저 나타나고 있다. 완성차 업체의 부품 수요가 급감한데다 최저임금이 급등한 탓이다. 제조업의 경우 하루를 4단계로 나눠 임금을 책정하고 있어, 현재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최저임금 1만원을 넘었다는 게 업계 이구동성이다. 휴일 근무의 경우 제조업 근로자는 최저임금의 3배의 급료를 받는다.

이로 인해 전장부품업체 만도는 실적 악화로 창사 이후 처음으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만도는 이달 초에 임원 규모를 20% 줄이겠다고 발표한데 이어, 이달 희망퇴직도 실시키로 했다. 공동 대표이사이던 송범석 부사장 등 임원들이 최근 대거 사퇴한 이유이다.

전장부품업체 만도는 이달 임원진들이 대거 퇴사한데 이어, 이달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한다. 만도 폴란드 공장. 사진=만도  이미지 확대보기
전장부품업체 만도는 이달 임원진들이 대거 퇴사한데 이어, 이달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한다. 만도 폴란드 공장. 사진=만도
한국GM의 2차 부품사인 K사는 지난해 매출 48억원으로 전년(70억원)보다 30%가 감소한데 이어, 올해 1분기 매출은 30%가 또 줄었다. 지난해 한국GM 군산공장 폐쇄와 함께 국내 자동차 판매가 감소한데 따른 것이다.
반면, 최저 임금 인상으로 인건비는 크게 올라, 2014년 247만원이던 이 회사(100인 이하) 직원 월급이 지난해 309만원으로 25% 급등했다.

자동차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완성차 1차 부품사(800여개)의 매출은 2014년 78조원에서 지난해 71조원으로 7조원이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같은 기간 3.4%에서 1.9%로 반토막이 났다. 이로 인해 2013년 898개였던 1차 부품사는 지난해 831개로 67사가 문을 닫았다.

완성차 업체들의 판매 부진이 길어지면서 부품 협력사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셈이다.

향후 이 같은 자동차 업계 구조 조정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게 더 큰 문제이다. 국내 업계 1위인 현대기아차의 해외 판매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어서 이다.

이중에서도 세계 1위 완성차 시장인 중국에서의 판매가 크게 줄었다. 올해 1월∼5월까지 현대차는 중국에서 21만7136대를 팔아 전년 동기보다 25.9% 판매가 급감했다. 현대차의 5월 현지 판매도 전년 동월보다 40.4% 크게 줄었다.

완성차 판매가 줄고,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부품 협력사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현대기아차 협력사인 안산 D사. 이미지 확대보기
완성차 판매가 줄고,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부품 협력사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현대기아차 협력사인 안산 D사.
현대기아차의 판매 감소는 유럽 시장에서도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미국 판매가 한자릿수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게 현대기아차에는 위안이다.

마이너 5사의 상황은 더 가관이다.

쌍용차는 내수에서 선방하고 있지만, 수출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수출은 20.7% 감소했다. 내수 판매가 8.6% 성장하면서 쌍용차의 상반기 전체 판매는 1.9% 소폭 증가로 마감했다.

업계 3위와 4위인 한국GM과 르노삼성은 더 어렵다. 이들 기업은 내수와 수출이 모두 감소해 상반기에 각각 23만2569대, 8만5844대를 팔아, 전년동기보다 5.5%, 31.9% 판매가 줄었다.

상용차 업체인 대우버스와 타타대우도 같은 기간 판매가 13.7%, 5.9% 각각 하락한 996대와 2993대 판매에 그쳤다.

경남 밀양 사포산업단지에 자리한 삼흥열처리 주보원 회장은 “대내외 경영 환경 악화로 단지 내 중소기업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최저 임금 급등으로 운전 자금이나 연구개발비용, 직원 복지 개선을 위한 투자금 확보에 애로가 많다”고 말했다.

삼흥열처리는 현대기아차 1차 협력사이면서, 단일 규모로는 세계 최대의 열처리 능력을 구비했다.

상반기 완성차 수출이 늘면서 국산차 전체 판매가 소폭 증가했지만, 업체별로 희비가 갈렸다. 현대차 울산 선적부두. 사진=현대차이미지 확대보기
상반기 완성차 수출이 늘면서 국산차 전체 판매가 소폭 증가했지만, 업체별로 희비가 갈렸다. 현대차 울산 선적부두. 사진=현대차
이와 관련, 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완성차 협력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최근 3년간 40~50% 감소했다. 대내외 경기 악화에 인건비 부담까지 겹쳐 부품업계의 경영난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최저임금을 7% 인하하고 업종별, 지역별로 차등 적용해 부품업체들의 경영에 숨통을 트워야 한다”며 “현재 완성차 업계는 최저임금 상승과 노동시간 단축 등으로 경쟁력이 약화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완성차 부품사 한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의 판매 부진과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국내 부품업계가 고사 직전에 있다”며 “이 같은 어려움은 완성차업체가 1~3차 협력사를 아래에 두고 부품을 적시에 공급하는 체계인 수직계열화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완성차 업체가 호황일 때 부품사 역시 호황이지만, 침체기에 들어서면 먼저 쓰러진다는 것이다.


정수남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ere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