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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기업 ‘육면초가’…최악 2∼3년 경기 ‘빨간불’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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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기업 ‘육면초가’…최악 2∼3년 경기 ‘빨간불’ 경고

日, 수출 제한으로 반도체 등 타격 불가피
韓, 교역 1·2위인 중미 교역전쟁도 진행형
中, 사드보복 회생요원…대기업, 中서 철수
주요국 회복세 더뎌…신흥국 성장률 저하
政 무대책 기업 발목…“경제침체, 정부 탓”

우리나라 기업들이 육면초가에 빠졌다. 부산컨테이너항구 전경. 사진=정수남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우리나라 기업들이 육면초가에 빠졌다. 부산컨테이너항구 전경. 사진=정수남 기자
국내 주요기업이 '육면초가(六面楚歌)'에 빠졌다. 일본의 수출 규제를 비롯해 우리나라와 각각 교역 1, 2위 국가인 중국과 미국의 무역전쟁, 국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설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 , 유럽연합(EU) 등 주요 선진국 경기 회복 둔화, 이에 따른 신흥국 성장률 저하 등이 겹쳤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정부의 반기업·반시장·친노동 등 실효성 없는 경제정책이 더해져 국내 기업들은 육면초가의 늪에 빠져 성장엔진이 식어가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육면초가의 파도가 들이닥치고 있지만 정부에는 이를 해결할 만한 마땅한 해법이 없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짧게는 올해 하반기, 길게는 현 정부 임기인 2∼3년간 국내 경제가 극심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일제 강점기 당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을 일본 측에 최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일본은 한국을 상대로 이달 초부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 필요한 폴리이미드, 포토 리지스트(감광액), 고순도 불화수소(에칭 가스) 등 화학소재 수출을 금지하는 철퇴를 내렸다. 이른바 ‘경제보복’ 조치가 이뤄진 것이다.

◇‘육면초가 ’에 빠진 韓 기업...향후 2~3년 ‘어두운 터널’

메모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 SK, LG 등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절대적이지만 3개 화학소재를 수입하지 못할 경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반도체 여파가 자동차 등 관련 산업으로 확산되면서 사태는 심각해지고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자동차를 비롯해 스마트폰과 컴퓨터, TV, 의료기기 등에 사용되는 등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본의 수출 규제가 장기화 될 경우 삼성을 비롯해 현대자동차, SK, LG 등 국내 ‘빅4’ 기업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들 기업에 대한 충격파는 고스란히 국내 경기에 전해지기 마련이다. 우리나라 경제 구조가 수출과 대기업 의존도가 크기 때문이다.

중·미 무역전쟁도 현재 진행형으로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 미국과 중국이 지난해 하반기 무역전쟁에 돌입하면서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의 대(對) 중미 무역수지는 182억1000만 달러(21조5000억 원)로 지난해 상반기(327억 달러)에 비해 44.3% 급감했다. 이로 인해 같은 기간 전체 산업의 무역 수지도 37.1%(310억9000만 달러→195억5000만 달러) 급감했다.
한국이 중국과 미국으로부터 수입은 모두 증가했지만, 중국 수출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나라는 중국에 올해 상반기 658억 달러 어치를 수출해 전년 동기(792억 달러)보다 16.9% 수출이 줄었다.

중국이 2017년 3월 우리나라의 사드 설치에 대한 경제 보복 여파가 지속되고 있는 점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중국의 조치로 롯데 등 우리 기업들은 같은 해 중국에서 대거 철수했으며 현지에서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현대기아차는 판매가 36.1% 역성장했다. 현대기아차의 지난해 판매는 기저효과 등으로 3.2% 늘었지만, 이는 예년 성장세의 절반 수준에 머무는 성적표다.

◇ 中·美 무역전쟁에 설상가상 中 사드 보복도 현재 진행형


중국과 미국을 비롯해 각국이 보호무역정책을 강화하고 있어, 수출이 경제 버팀목인 우리나라의 어려움이 지속될 전망이다.

아울러 2010년대 초 일부 국가가 재정 위기를 겪은 EU가 경제회복의 길을 걷지 못하고 있는 데다, 2008년 금융 위기를 겪은 후 최근 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인 미국도 올해 더블딥(double dip: 경기침체 후 회복기에 접어들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이중침체 현상)에 빠지면서 우리경제를 어렵게 하고 있다.

미국과 함께 세계경제 양대 축인 중국도 경제성장이 조정기에 접어들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6% 초반에 머물 것으로 점쳐졌다. 중국이 2000년대 중반부터 미국을 제치고 우리나라의 교역 1위로 부상한 점을 고려하면 우리 경제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이와 함께 우리 경제의 효자 역할을 한 신흥국도 최근 성장이 주춤해지면서 우리 경제 앞길을 어둡게 하고 있다.

한국은 2013년 교역에서 400억 달러 흑자를 달성했다. 신흥국과의 교역에서 750억 달러 흑자를 내면서 선진국과의 교역 적자(350억 달러)를 극복했기 때문이다. 이어 한국은 2015년 무역수지 905억 달러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지만,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 신흥국의 흑자는 감소했다. 반면 미국과 EU 등의 수출 증가로 이 같은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의 교역 흑자액은 195억5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310억9000만 달러)보다 37.1% 급감했다. 같은 기간 흑자액은 對 중국이 117억1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273억 달러)보다 133% 크게 줄었다. 독립국가연합(185.4%), 베트남(7.1%), 중동(5.6%), 아세안(1.1%) 등 대부분 신흥 국가의 흑자액 역시 감소했다.

이 기간 무역수지 흑자는 선진국과의 교역이 크게 개선된 데서 비롯됐다. 미국과 교역 흑자액은 65억 달러로 20.3%(11억달러) 급증했으며, 일본과의 교역 적자액 역시 개선(-128억3000만 달러→100억1000만 달러)세가 뚜렷했다. 우리나라는 EU와 무역수지에서는 4000만 달러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 문재인 대통령 등, 주요 그룹총수 회동특단 해법 없어

문제는 우리 정부에 이들 문제를 극복할 특단의 타개책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7일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국내 대기첩 총수들을 만났다. 이 자리는 일본의 수출 제한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이들은 양국 정부의 입장만을 확인하는데 그쳤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에는 30대 그룹 총수를 청와대로 초청할 예정이지만 특단의 대책을 찾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만만치 않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주요국의 보호무역과 경제보복을 극복할 대책 등을 찾기 위해 총수와 만남을 추진한다면 모르지만 신세 한탄을 위한 자리는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중국의 사드보복, 일본의 경제보복 등은 우리 정부가 자초한 것으로, 우리 경제의 침체 가속은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 학과 교수는 “일본의 경제보복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반도체 장비, 철강 원자재, 자동차 분야까지 다양한 분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 경제 침체는 현 정부 임기가 끝나는 2022년까지 지속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수남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ere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