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Biz 24] 미국이 '악화일로' 한일관계를 방관하는 이유는(?)

트럼프 정권, 적극 중재 나선 오바마 정책 답습 거부…한일도 중재역 부탁 안해

기사입력 : 2019-07-15 08:48

  • 인쇄
  • 폰트 크기 작게
  • 폰트 크기 크게
공유 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구글플러스 공유하기




center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한 뒤 행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악화일로의 한일관계를 미국이 현재로서는 방관하는 모양새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한일관계가 장기화하면서 동북아 세력균형에 균열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면 미국도 그냥 지나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재팬 비즈니스 프레스는 13일(현지시간) 한국과 일본, 미국내 동북아관료 및 전문가들의 분석을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반도체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등의 제조에 사용되는 하이테크 관련 소재 3품목에 대한 포괄적 수출 관리제도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하면서 촉발된 한일 갈등은 미국에서는 단순히 ‘일한 무역전쟁’으로 보도되고 있다.

미국 국민들은 아직 한일간 갈등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한일 무역전쟁이 길어지면 한일관계에 무관심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에게도 약간의 영향을 줄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한국과 일본 양측이 모두 동맹국의 관계에 있다. 한일 양국이 갈등을 벌이면 동아시아에 있어서 미국 국익에 반한다. 때문에 중재역을 맡아왔다.

적어도 미국외교정책에 관여해온 미국정부 당국자는 그렇게 판단하고 행동해왔다. 지난 2014년3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박근혜 한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총리 사이를 주선했다.

이같은 사례도 있어 한국정부 내에서는 조만간 미국이 또 한일 대립해소를 위해 본격적으로 개입해줄 것이라는 희망적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미국 국무부 한국과장을 역임했던 조이 야마모토씨는 지난달말 워싱턴에서 열렸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한국국제교류재단이 공동주최한 회의에서 “한국도 일본도 미국으로서는 상당히 중요한 동맹국이다. 한일 상호간의 협력도 또한 상당히 중요하다”면서 “미일한 3국의 동맹관계가 강력하지 않으면 북한과의 (비핵화를 둘러싼) 교섭을 성공시킬 수 없다. 유감스럽게도 현시점에서 한일 양국 관계는 좋지 않으며 이같은 상황을 풀어야 하는데 미국이 할 수 있다면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 재임당시 역사 문제가 재연돼 오바마 정부는 무대 뒤에서 움직여 지난 2014년 헤이그에서 열렸던 국제회의를 이용해 아베 일본총리와 박 대통령을 회동케 했다. 이를 통해 한일 양국 정상에 메시지를 보내 2015년 12월 위안부문제의 최종해결을 위한 합의로 이어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오바마 대통령과는 모든 면에 있어서 다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한 것은 내정이든 외교든 모두 뒤집어버리려고 한다.

미국 국무부 기자와 관계자들은 “동북아시아에 있어서 미국의 안전보장상 국익에서 생각하면 미국이 한일간에 개입해야 하고 국무성 동북아시아정책 실무자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야마모토 한국과장이 사임하기 전에 이같은 견해를 밝힌 것도 실무차원의 총의를 대변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하지만 실무자의 목소리가 국무성 윗선까지 전달되지 않는 상태에 있다”면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북한, 이라크, 중동을 날아다니고 있지만 한일간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동북아시아 정책담당 최고책임자인 국무부차관보(동아시아·태평양담당)는 2017년 이후 공석으로 대행이 맡고 있으며 지난 6월20일 데이비스 스틸웰 예비역 공군 준장이 취임했을 뿐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일관계에 정통한 실무자들의 의견이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전달될 것 같지 않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도달할지는 의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스맨’격인 폼페이오 장관이 한일관계를 대통령에게 진언하는 것은 무리일 것으로 판단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최고책임자 존 볼턴 NSC보좌관은 이란정세에 대응에 쫓기고 있으며 해임설이 나돌고 있지만 백악관은 일절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매튜 포팅어 NSC 아시아 담당 상급부장이 한일문제를 담당하고 있지만 그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일간 중재를 진언할 입장이 아니다.

오바마 대통령 재임당시 국부무 부한담당 특별대표(국무부차관보 겸임)를 지냈던 한국계 미국인 죠셉 윤씨는 트럼프 대통령의 한일관계 입장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이든 동맹간의 관계를 신경쓰지 않는다. 때문에 한일이 갈등을 벌여도 스스로 수면 아래에서 무언가 하리라는 역할을 하지도 않을 뿐더러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이 지금까지 전통적으로 해온 한일간 조정역을 트럼트 대통령은 일절 하지 않기 때문에 사태는 지금까지 악화된 면이 있다”면서 “트럼트 정권이 출범한 이후 한미일 3개국 정상들이 만나 진지하게 문제해결을 위한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윤씨는 “지금은 3국 정상회담의 틀이 기능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전 동아시아 태평양담당 수석국무차관보였던 전 외교관도 윤씨의 분석에 동의했다. 그는 “미 행정부 내외의 동아시아 전문가들은 한일관계의 현상을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 영향은 단순히 통상무역관계에만 그치지 않으며 안전보장문제에로 비화한다. 중국도 최대한의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관계를 평가한다든지, 그 의미에 대해 이해한다든지 관리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용한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NSC멤버를 보아도 모여있는 보좌진은 단독행동주의자와 통상무역 밖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만 가득하다. 그들은 한일관계에 전혀 관심이 없으며 관심이 있어도 그정도로 중시하지 않는 인사들 뿐이다”고 전했다.

트럼프 정권 내부에는 일본 혹은 한국이 미국에 중재역을 부탁해온다면 대통령으로서도 움직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 같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당분간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재역 등을 부탁할 것 같지 않으며 문재인 대통령도 마찬가지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진보세력을 지지기반으로 한 문대통령은 징용병, 위안부문제 등에서 일본에 대해 조금이라도 타협적인 자세를 보이면 지지자의 지지를 잃을 수 있다. 잘못된 판단을 하면 정치생명을 잃을지도 모른 상황에서 나설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한일 갈등이 일견 외교문제같이 보이지만 한국에서는 내정문제이라는 인상을 받는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베 총리로서도 전후 정치의 총결산을 내걸고 있는 마당에 한국으로부터 법외적인 요구를 받아들일 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아베 총리는 여유만만한 상황이며 트럼트 대통령에게 중재역을 부탁할 필요도 없고 트럼프 대통령도 넉살좋게 참견할 리도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한일 갈등이 길어지면 동북아시아의 역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특히 비핵화 교섭은 교착상태가 계속되고 있고 한반도 주변에 있어서 자국의 영향력 확대를 둘러싼 미국, 중국, 러시아간 다툼은 새로운 단계에 돌입했다.

미국으로서는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의 대립격화가 새로운 불안요인이 되고 있다.

조시 W. 부시 대통령시절 NSC에서 일본·한국부장으로 근무했던 캐서린 프레이저 가츠 박사(현재 CSIS근무)는 “설령 미국이 한일간의 조정역을 맡으도 단기적으로 성공을 바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것도 하지 않고 모른 채 해 발생하는 비용은 계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한일 갈등에 방관하면 어부지리를 얻는 것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동아시아에 있어서 패권을 노리는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숨죽이며 앞으로의 향방을 지켜보고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였다.


박경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jcho1017@g-enews.com

박경희 편집위원

오늘의 핫 뉴스

실시간 속보

금융 최신기사

종합 많이 본 기사

가장 많이 공유 된 기사

생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