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경제 회생 주역 되도록 힘 모아야"

檢 총력수사 앞에 선 삼성…日 수출규제 ‘위기’ 대응력 분산
“이젠 제발 정치가 경제 놓아달라”

기사입력 : 2019-07-17 06:00 (최종수정 2019-07-17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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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3일 일본 출장 복귀 하루 만에 삼성전자 반도체·디스플레이 부문 경영진을 긴급 소집해 일본 수출 규제에 대한 비상계획 마련을 지시했지만 제계에서는 당장 검찰 수사도 대비해야 하는 삼성으로서는 일본 수출 규제 대응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DB
“제가 삼성그룹에 입사한 지 20여년이 넘었지만 회사가 지금처럼 힘든 상황은 처음입니다. 합병과 노조 사건 등으로 제일모직, 삼성물산, 삼성바이오로직스 소속 임직원은 ‘정신적 감옥’에 갇힌 상태입니다. 회사는 개점휴업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일본의 수출규제 마저 불거져 경제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위기입니다. 삼성이 정치 리스크에서 벗어나 경제 회생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합니다. 재계 1위 삼성이 흔들리면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경제에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는 초대형 경제위기)' 이라는 핵폭탄이 떨어진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삼성 계열사 모 임원)

삼성그룹의 전체 매출은 우리나라 GDP(국내총생산)의 약 25% 수준인 400조원에 달한다. 소속 직원 수는 20여만 명에 달하며 협력사 인원까지 합하면 약 250만 명이다. 가구당 평균 4명으로 가정하면 삼성이 생계를 책임지는 국민 숫자는 약 1000만 명에 이른다. 대한민국 국민의 약 5분의 1이 삼성과 관련이 있다는 얘기다.

최근 잇따른 ‘정치 리스크’의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글로벌 초일류 기업 삼성이 일본 수출 규제로 또다시 휘청거리고 있다.

이재용(51)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3일 일본 출장 복귀 하루 만에 삼성전자 반도체·디스플레이 부문 경영진을 긴급 소집해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한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 마련을 지시했다. 사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이에 대해 재계는 이 부회장 열정을 안타까운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수사와 관련한 검찰 압수수색은 지난해 초부터 지금까지 무려 19차례나 이뤄졌으며 이 과정에 삼성 임직원 8명이 구속돼 과잉수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는 ‘당장 검찰 수사도 대비해야 하는 삼성이 일본 수출 규제 대응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검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수사로 현재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사실상 업무를 중단한 상태다. 검찰이 이재용 부회장 측근으로 알려진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사장을 구속한 데 이어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도 목전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이번 수사 정점을 이 부회장으로 설정하고 늦으면 다음 달 중 이 부회장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 부회장 경영승계를 위해 고의로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보고 있다.

재계와 삼성전자 관계자들 말을 종합하면 계속되는 검찰수사로 현재 삼성전자의 이인삼각(二人三脚) 시스템은 거의 마비된 상태다. 이인삼각은 오너와 전문경영인들로 구성된 참모조직의 위기관리 시스템을 말한다.

특히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사실상 그룹 전체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삼성전자 사업지원TF팀은 검찰의 소환조사와 구속 등으로 와해 위기에 놓여있다. 사업지원TF팀이 퍼팩트스톰 위기에 빠진 삼성의 기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에 발목 잡혀 조직 전체가 휘청거리다 보니 삼성전자가 지난 4월 야심차게 내놓은 ‘2030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기업 도약’ 전략은 동력을 잃고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조직 내부에서 ‘경쟁사에 뒤처지는 것은 물론 기존 사업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자신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위기감이 팽배하다”고 전했다.

경제계에서는 기업이 위기를 돌파하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도록 ‘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일본 수출 규제 조치 이슈가 한창 무르익던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이젠 제발 정치가 경제를 좀 놓아 달라”라며 연일 ‘기업 때리기’로 일관하는 현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일본은 치밀하게 정부 부처 간 공동작업까지 해가며 선택한 작전으로 보복해 오는데 (우리나라는)규제 법안들이 경쟁하듯 초고속으로 등장하고 있고 기업은 일부 경영 과실 때문에 제대로 항변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사안에 대해 기소도 하기 전 이미 ‘유죄’로 단정하고 미래 기회를 창출해야 할 핵심 경영진들을 ‘검찰 소환 조사’ 에 응하도록 재촉하고 있다”라며 “지금은 삼성전자를 넘어 대한민국 전체가 비상상황인 만큼 시시비비는 명확하게 가리되 기업이 일은 할 수 있도록 해주는 현명한 판단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오만학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h38@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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