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이 재건축단지 주민들은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서울시의 무리한 요구까지 수용했지만,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 수 개월이 넘도록 상정조차 하지 못하자 집단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집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재건축해서 하루라도 살다 죽게 하라", "서울시 탁상행정에 분통터지는 조합원" 등 원색적인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박 시장을 향해 서울시의 인허가 지연 책임을 물었다.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조합은 50층 초고층 재건축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서울시가 요구한 국제현상공모를 통해 설계안을 마련했으나, 1년이 다 돼 가도록 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조차 안 되고 있다.
서울시의 인허가를 참고 기다리던 잠실주공5단지 주민들은 시가 고의적으로 인·허가를 회피하면서 사업지연에 따른 피해에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의 적용으로 이중피해를 입게 됐다면서 사업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다.
정복문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장은 "우리 조합은 원활한 재건축사업을 위해 서울시에서 요구하는 바를 모두 다 수용해 절차를 진행해 왔다"면서 "특히, 박원순 시장이 직접 나서 제안한 국제설계공모를 (조합이) 이행하며 36억 원이라는 거액의 돈을 쓰게 해 놓고 정작 서울시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지난 2003년 재건축 추진위원회 구성 이후 조합 설립을 추진 중인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잠실5단지 상황과 다를 바 없다.
잠실5단지와 마찬가지로 서울시가 요구한 국제현상설계 실시, 35층 층수제한, 기부체납 등의 조건을 모두 수용했음에도 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서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는 것이 해당 추진위의 주장이다.
이정돈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장은 "지난해 8월 수정해 접수한 정비계획안이 지금까지 도시계획위원회에 묶여있다"고 하소연하며 "주민 생존권이 달린 문제인 만큼 서울시가 움직이지 않을 경우 집단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 강남권 주요 재건축단지 뿐만 아니라 여의도 등 비강남권 재건축단지 사업 진행도 차일피일 늦춰지고 있다.
지난 달 서울시 도시계획관리위 소속 시의원들의 현장점검에서 안전 문제가 제기됐던 여의도 시범아파트의 정비계획 변경안도 앞서 지난해 6월 심의에서 보류 결정을 받은 뒤 같은 해 9월 다시 재접수됐지만 아직까지 심의에 오르지 못했다.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서울시의 잘못된 부동산정책으로 촉발된 '가격 폭등 책임'을 선량한 조합원에게 전가하는 것은 공권력의 횡포”라고 지적하며 "주택을 추가 공급할 수 있는 택지가 부족한 서울의 경우, 재건축이 막히면 향후 주택공급 부족으로 이어져 주택 가격이 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