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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UAE 원전 '쪼그라들고' 체코 원전도 '날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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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UAE 원전 '쪼그라들고' 체코 원전도 '날릴판'

'탈원전 공백' 만회하려 해외사업 전력투구 불구 잇달아 악재 발생
21조 체코원전 수주 러시아와 경쟁...프라하 사무소 개소 전력투구
체코 장관 '러시아 두둔' 발언로 차질 예상...해외원전 수주 '제로' 우려

지난해 6월 한수원 정재훈 사장(뒷줄 왼쪽에서 다섯번째)이 체코 두코바니 원전 인근 트레빅 지역의 현지 하키팀인 호라츠카슬라비아 팀과 후원계약을 맺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Atominfo.cz이미지 확대보기
지난해 6월 한수원 정재훈 사장(뒷줄 왼쪽에서 다섯번째)이 체코 두코바니 원전 인근 트레빅 지역의 현지 하키팀인 호라츠카슬라비아 팀과 후원계약을 맺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Atominfo.cz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원전산업 붕괴우려를 해외 원전수주로 해소하려던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원전 장기정비계약 단독수주를 놓친데 이어 내심 기대하고 있는 체코 원전 수주도 놓칠 위기에 놓였다.

25일 원자력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각) 체코의 부총리이자 산업무역부 장관인 카렐 하블리첵은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신규 원전 사업자 선정은 안정성, 가격, 기술 외에 '지정학적 요소'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 발언이 체코와 지리적으로 가까울 뿐 아니라 긴밀한 경제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러시아를 염두에 둔 것으로서 러시아 국영 원전기업 '로사톰'의 수주를 내심 정해둔 것이 아닌가 분석하고 있다.

지난 5월 임명된 하블리첵 부총리는 임명 직후 인터뷰에서도 "원전사업에 러시아나 중국 등 특정 국가를 배제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더욱이 지난해 연임에 성공한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은 대표적인 친러 인사로 알려져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돈독한 관계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 제만 대통령은 지난해 체코가 EU 회원국이자 NATO 회원국임에도 불구하고 2014년 푸틴 대통령의 크림반도 합병을 정당하다고 주장해 논란을 야기했다.

원전 세일즈를 표방하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체코 순방 때 안드레이 바비쉬 총리와 회담했지만 제만 대통령은 일정이 맞지 않아 회담하지 못했다.

현재 러시아는 체코의 8대 교역국 중 하나이며 현재 체코에 있는 원전 6기도 모두 러시아가 건설했다.

러시아 국가에너지안보기금(NESF)의 스타니슬라브 미트라초비크는 최근 체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제협력과 인적교류 측면에서 체코 원전은 러시아가 수주하는 것이 체코에 가장 이득"이라며 "러시아 이외의 국가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 체코 정부는 기꺼이 그 국가를 선택해야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로사톰 CEO인 알렉세이 리하체프는 체코 원전 입찰에 참여할 뜻임을 밝혔으며, 현지 언론들은 두코바니 원전과 테멜린 원전이 러시아의 적극적인 지원 하에 건설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체코 정부가 추진 중인 두코바니·테멜린 원전사업은 한수원을 비롯해 러시아 국영 원전기업 '로사톰', 프랑스 'EDF', 프랑스·일본 컨소시엄 'ATMEA', 미국 '웨스팅하우스', '중국광핵그룹(CGNP)' 등이 참여의사를 밝히고 있다.

체코 정부는 EU 집행위원회와의 오랜 논의 끝에 지난 6일 두코바니와 테멜린에 각각 신규 원전 1~2기 건설하는 사업을 예비승인했다.

하블리첵 부총리는 체코의 현 경제여건상 원전 추가건설은 꼭 필요하며 이를 위한 재원도 체코가 마련할 것이라고 말해 신재생에너지를 중시하는 독일 등 EU 회원국들의 우려를 일축했다.

체코 정부는 우선 두코바니에 1.2기가와트(GW)급 원전을 건설하기로 하고 2018년 착공해 2035년 완공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원전 1기에만 45억 달러(약 5조 3000억 원)이 들어갈 전망이다.

한수원은 UAE에 건설한 한국형 차세대 원전 'APR1400'의 안전성과 기술적 우수성을 어필하고 있다.

또 한수원은 지난달 정재훈 한수원 사장과 얀 피셔 체코 전 총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체코 프라하에 사무소를 개설, 원전 수주 활동을 본격화했다.

이밖에 한수원은 지난해 두코바니 원전 인근지역에 연고를 둔 아이스하키 팀과 후원계약을 맺는 등 현지에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체코 원전 수주전이 당초 한수원과 로사톰의 2파전에서 점차 러시아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9년 한국전력(한전) 주도 하에 UAE 바라카 원전 수주에 성공한 이후 해외 원전 수주의 주체를 한전에서 한수원으로 바꿨다. 이후 한수원은 체코를 포함해 폴란드,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등에서 주도적으로 원전 수주활동을 펼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수원이 지난달 UAE 바라카 원전에서 당초 기대했던 15년 장기정비계약(LTMA) 대신 5년짜리 단기계약(LTMSA)을 받아든데 이어 우리나라의 원전 수출 2호이자 한수원 주도하의 첫 원전 수주가 점점 더 요원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대 4기의 원전에 총 21조원이 투입되는 체코 신규 원전사업을 러시아나 한국 등 특정 한 국가가 독점하기보다는 여러 국가가 나눠 수주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업계는 그 근거로 지난 5월 퇴임 직전 마르타 노바코바 전 체코 산업무역부 장관이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원전 공급업체는 하나의 업체만 선택되지 않을 것이며 모든 참여업체들이 각자 자신의 기술 부문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 밝힌 부분을 제시하고 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