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성 방통위장 “방통 규제업무 일원화” 언급후 사퇴…규제 역할 조정 논의 시작될까?

발표장서 “방송통신 규제 업무 방통위로 일원화”…논란 재점화
유영민 과기장관 “부처 간 검토 사안…불쑥 밝힐 일 아냐” 일축

기사입력 : 2019-07-23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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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방통위원장이 22일 정부 과천청사 기자실에서 사임 의사를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22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방통위 2년 성과 및 계획발표’ 자리에서 “방송 통신 규제 업무를 방통위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돌연 사임을 발표했다. 과거에도 규제업무 일원화 의지를 지속적으로 주장해 온 이 위원장의 사임 전 일성은 자신의 소신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풀이됐다. 방통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간 업무 분장 논의가 시작될지에 관심이 모인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방송통신 산업분야가 날로 융복합되고 있는 상황에서 방통위와 과기정통부가 역무에 대한 부처 간 업무 조정 내용을 구체적으로 하기 힘든 점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지상파·종편·통신 사후 규제는 방통위가, 유료방송(케이블TV·IPTV·위성방송)·통신 사전규제 등은 과기정통부가 각각 담당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도 방송 통신 시장의 정책 주무부처가 과기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로 혼재된 상황에 난감해 하면서 조정돼 주길 바라는 바람이 읽힌다.

이 위원장은 2017년 8월에 취임해 3년 기한으로 내년 8월까지는 임기가 남아있었다. 그는 사임 배경에 대해 “문제인 정권이 제2기를 맞아 국정의 쇄신을 위해 대폭적인 개편을 앞두고 있다”면서 “제1기 정부의 일원인 저는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정부의 새로운 구성과 원활한 팀워크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대통령께 사의를 표했음을 알려드린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방송과 통신은 알파에서 오메가까지 전부 규제”라면서 “모든 규제 업무는 규제기관인 방통위에서 담당해야 한다”면서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업무가 두 부처로 나뉘며 퇴행된 것이 하루빨리 시정돼야 한다”며 업무 일원화에 대한 의지가 섞인 발언을 했다.

갑작스러운 사임 발표와 업무 일원화 의견 피력으로 일각에서는 이 위원장이 방송·통신 관련 업무를 수행하며 과기정통부와 의견이 엇갈리는 등 제대로 정책 개진을 하지 못하자 사의를 밝힌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가짜뉴스와 지상파 중간광고 정책 관련 정부와 의견 차이가 일어나면서 사임으로 이어졌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 위원장은 후임인사 내정 전까지 방통위에서 일할 예정이다. 현재 후임으로는 전·현직 언론인 대표 등이 거론되고 있다.

■ 2012년 방통위 규제권한 일부 과기부行…유료방송 등 정책 혼란 지속

사임 발표에 이은 ‘업무 일원화’ 발언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평소에도 계속 강조하시던 소신일 뿐, 구체적으로 진척되지 않고 있다”면서 “아쉬워서 하신 말씀”이라며 내부에서 구체적인 논의된 바 없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2008년 처음 설립될 당시 방송과 통신에 대한 모든 규제를 관장했지만, 2012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며 미래창조과학부(현재 과기정통부)에 방송통신 정책수립과 산업 진흥 부분을 넘겼고, 방통위는 규제, 시장감시 기능만 하게 됐다. 이 업무 분장은 문재인 정권으로 이어졌다. 이에 현재 지상파, 종편, 통신 사후규제는 방통위가 맡고 있으며, 유료방송(케이블TV·IPTV·위성방송), 통신 사전규제 등은 과기정통부가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방송과 통신이 두 부처에서 관할하게 되면서, 정책 결정이나 책임소재에 대해 줄곧 혼란이 일었다. 지난해부터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는 유료방송 합산규제 역시 그 중 하나다. 지난 1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법안2소위에서 두 부처는 유료방송 합산규제 일몰 이후의 사후규제안을 두고 상충하면서 결국 한 달 뒤에 다시 결정하기로 한 바 있다. 당시 회의에서 두 부처는 합산규제 일몰과 사후규제 도입에 대해서는 모두 동의했지만, 방송 채널 구성 관련 다양성 심사 방식과 요금 인가제 부분에서 아직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 가운데 이날 이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규제 업무를 방통위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면서 유료방송 규제 관련 논란도 다시 시작됐다.

마침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가진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에 대해 “정부 조직 관련 문제는 사전에 부처끼리 면밀히 검토해야 하며 불쑥 나올 이야기는 아니다”라며 일축했다.

■ 업계 의견도 갈려“현 업무 분장 비효율적”vs 규제·진흥별 정책·부처 나누긴 어려워”

업계에서는 과기정통부와 방통위 간 방송통신 업무 혼재 상황이 개선돼야 한다는 데 원칙적으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다만, 업무를 나누는 기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나온다. 최근 미디어 시장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유료방송, 통신 시장이 계속 인수합병(M&A)을 통해 섞이고 있는 상황이라 방송 사업자들이 불합리한 방식으로 규제·심의를 거쳐야 하는 상황이라는 이유다.

관련 업계 연구기관 소속의 A 전문가는 “많은 산업 정책들은 규제와 진흥의 성격을 모두 갖고 있어 이를 나눠서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현재도 사업자들은 방통위, 과기부 모두에게 똑 같은 내용의 서류를 제출하고 심의를 받는 비효율적인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방통위가 규제만 모두 가져간다는 것 자체가 말처럼 쉽지는 않다”며 “사업자 입장을 고려해 어떤 부처에서든지 한 쪽에서 규제든 진흥이든 관련 정책을 일임하는 쪽으로 재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B 전문가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방송 시장에서 사전규제와 사후규제가 두 부처 사이 혼재돼 있어 더욱 혼란이 일어난 만큼, 규제와 진흥을 나눠 책임 소재와 관할권을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규제와 진흥 관할 부처가 하나라면 상호 견제 효과를 내기 어렵다”면서도 “현실적으로 이미 정권이 진행된 지 오래고, 내부적으로 실무하는 직원들이 관련 업무를 상당히 진행한 상황에서 부서를 다시 개편하고 나누기 쉽지 않다는 문제는 있다”고 지적했다.


박수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sh@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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