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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석유공사, 해외매각 무산 '英자회사 다나' 한국기업에 떠넘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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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석유공사, 해외매각 무산 '英자회사 다나' 한국기업에 떠넘기기?

30% 매각 시도에 해외업체 "투자매력 없어"...49%로 늘려 국내 조선사에 타진
석유공사 "49% 제시 근거없는 말, 매각 추진한 적 없고 부실자산 아니다" 반박

한국석유공사 영국 자회사인 다나 페트롤리엄의 해상유전 플랫폼.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한국석유공사 영국 자회사인 다나 페트롤리엄의 해상유전 플랫폼. 사진=뉴시스
한국석유공사가 대표적 해외 부실자산으로 불리는 영국 자회사 '다나 페트롤리엄(Dana Petroleum·이하 다나)의 지분 매각에 실패하자 이를 국내 기업에 떠넘기려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로이터는 석유공사가 다나의 지분 30%를 매각하려는 시도했지만 수포로 돌아가자 매각전략의 수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 4월 석유공사는 보유 중인 다나 지분 100% 중 30%를 해외에 매각하기 위해 캐나다 스코티아(Scotia)은행을 투자자문사로 선정했다.

그러나 현지 에너지기업들은 한국 국영기업의 자회사인 다나의 30%라는 소수 지분은 그리 매력적이지 않은 것으로 여기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국영기업인 석유공사가 과반수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30%의 지분으로는 경영권에 영향력 행사 등 실익이 별로 없다는 의미다.

매각 시도가 여의치 않자 가뜩이나 부채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석유공사는 다나 매각대상 지분을 49%로 높이고 이를 외국기업이 아닌 한국기업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현재 약 144억 달러(약 17조 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석유공사는 부채비율이 2287%에 이르고 있다. 지난 3월 석유공사는 연내에 부채비율을 1200%로 낮추고 내년까지 500%로 낮추겠다는 경영개선계획을 발표했다.

로이터는 현재 석유공사가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을 포함한 한국측 조선사들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조선사들이 해양석유 탐사·생산기업인 다나에 시추선 등 부유식 선박을 공급하는 것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외신의 설명이다.

다나 지분 49%는 최대 8억 달러(약 9440억 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다나는 현재 하루 약 6만 5000배럴의 석유와 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석유공사는 지난 2010년 이명박 정부 당시 해외자원개발사업의 하나로 북해를 비롯해 네덜란드, 이집트에서 사업 중이던 다나를 29억 달러(약 3조 4220억 원)에 인수했다. 당시 석유공사는 다나 인수를 "국내기업이 적대적 M&A(인수합병) 형태로 해외기업 인수에 성공한 첫 사례"라며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이후 국제유가 하락으로 다나의 채산성이 악화돼 기업가치는 계속 떨어졌다. 2014년 중반 배럴당 120달러에 육박했던 북해산 브렌트유는 미국 셰일업체의 물량공세로 인해 지난 2016년 배럴당 27달러선까지 떨어졌다.

석유공사가 지분 49%를 처분하더라도 인수 당시 가격과 비교해 약 43%의 손실을 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석유공사의 다나 지분 매각과는 별도로 다나 측이 영국 프리미어오일과 함께 운영하고 있는 톨마운트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의 지분 일부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외신 보도에 석유공사는 다나 지분 매각이 민감한 사안인 만큼 협상 진행 여부를 확인해 주기 어렵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국내 조선사에 다나의 매각을 추진한 적이 없고, 외신이 보도한 '지분 49% 제시도 근거없는 말"이라고 반박하며 "매각대상 지분이 몇 %인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에 업계 일각에선 "올해 안에 부채비율을 1200%로 낮추겠다고 공언한 석유공사로서는 서둘러 팔아야 하는만큼 매각비율도 높이고 국내기업에라도 팔아보려는 고육책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왜 석유회사인 석유공사가 석유생산 자회사 지분을 정유회사도 아닌 조선사에게 매각하려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며 "석유공사의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해외투자자에게도 메리트가 없는 다나를 국내기업에 매각하려는 처사는 '부실자산의 떠넘기기'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이같은 부실자산 떠넘기기 주장에 석유공사 관계자는 "다나의 채산성이 악화돼 가치가 떨어진 건 맞지만 2017년부터 수익을 내고 있기 때문에 부실자산은 아니다"고 부인하면서 "부실자산 떠넘기기가 아니라 재무개선을 위해 부득이 수익사업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