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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세 몰린 KCGI, '느긋한 한진家' 따라 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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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세 몰린 KCGI, '느긋한 한진家' 따라 잡을까

델타항공, 한진칼 지분 5.13%까지 높여… 규제 승인 이뤄질 경우 보유지분율 10%까지 확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 오너 일가와의 회동도 거절 당해

강성부 KCGI 대표. 사진=뉴시스
강성부 KCGI 대표. 사진=뉴시스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에 대한 압박 수위를 연일 높여가고 있던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미국 델타항공 등장으로 경영권 분쟁에서 수세에 몰린 가운데 KCGI의 향후 움직임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델타항공은 한진칼 지분을 5.13%까지 확대하면서 대한항공과 동맹체제를 견고하게 만들었다. 주식 수로는 303만8000주다. 앞서 델타항공은 지난 6월20일 홈페이지를 통해 조인트벤처 파트너 대한항공과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한진칼 지분 4.3%를 매입한다고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델타항공 투자가 한진칼의 '백기사' 역할을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델타항공은 어느 편에도 서 있지 않다며 중립을 선언했지만 대한항공에 대한 직접투자가 아닌 지주사 지분 취득 방식을 띤 만큼 한진칼에 우호적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올 들어 세 차례 넘는 경영권 분쟁 관련 소송과 지분율을 높이며 한진칼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던 KCGI의 의결권이 약세될 전망이다. 델타항공이 최대 10%까지 한진칼 지분을 매입할 경우 한진가의 우호지분율은 KCGI 지분율의 2배 넘는 38.93%에 달해 사실상 경영권 분쟁의 승기는 한진가 쪽으로 완전히 굳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KCGI는 한진칼 경영권 확보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모습이다. KCGI는 지난달 25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민 전무를 상대로 글로벌 경영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한진그룹 경영진의 전략을 듣고 한진칼의 책임경영체제 마련을 위한 논의의 장(場)을 마련할 것을 요청했으나 관련 답변을 받지 못해 자연스럽게 양측의 회동은 무산됐다.

KCGI는 회동이 이뤄지면 한진칼 책임경영체제 확립 방안, 송현동 부지 매각 등 '한진그룹 중장기 비전과 한진칼 경영발전 방안'의 이행 현황, KCGI가 제안한 '한진그룹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에 대한 경영진 입장 등을 물을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델타항공 등장으로 지분확대를 통한 경영권 견제가 사실상 한계에 부딪혔다"며 "4만 원대를 유지하던 한진칼 주식이 최근 3만 원 아래로 떨어지면서 투자금 회수도 쉽지 않아 자금력 확보에 대한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보여 향후 KCGI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고 말했다.

한편 KCGI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주간사 크레디트스위스(CS)에서 투자안내문(IM)을 받고 아시아나항공 매각 예비입찰 참여도 검토하고 있다. KCGI는 재무적투자자(FI)인 까닭에 단독 입찰 가능성이 봉쇄돼 있어 국내 대기업과 연대를 다각도로 모색 중이다.

박상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sh65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