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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외신기자의 홍콩 공무원시위 참관기 “중국은 홍콩을 소멸시키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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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외신기자의 홍콩 공무원시위 참관기 “중국은 홍콩을 소멸시키려 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일 열린 공무원들의 반정부시위 모습.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은 지난 2일 열린 공무원들의 반정부시위 모습.


두 달째 이어지고 있는 홍콩에서 벌어지는 반정부시위의 하이라이트 중의 하나는 지난 2일 금요일에 열린 공무원의 항의집회다. 이 문제에 있어 공무원의 집회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집회는 홍콩 섬의 관가에 한 공원에서 거의 예정대로 오후 7시에 시작됐다.
도중에 운 나쁘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더운 데다 습도까지 올리는 불쾌한 비였지만 집회가 계속되는 동안 사람들은 계속 늘었다. 집회장에서는 때때로 “홍콩인, 힘내라!”라는 연호가 이어지면서 열기는 식지 않았다. 약 2시간 집회는 시간도 거의 예정대로 큰 혼란 없이 산회가 되었다. 공무원다운 깔끔한 모임이었다.

공무원은 이른바 홍콩정부의 발판이다. 홍콩 정부는 공무원은 정치적으로 중립을 유지해야 한다는 견제와 반대를 무릅쓰고 대거 몰려들었다. 주최자 측에 따르면 참여자는 4만 명. 이 집회에는 공무원도 시민과 함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체제 측 사람들조차 젊은이들이 중심이 된 항의활동에 동조하는 형국이다.

■ 공무원들 “일국양제 파괴 베이징이 나쁘다”

집회에 참석한 한 남성 공무원은 일련의 경위에서 무엇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베이징이 나쁘다. 일국양제를 직접 파괴하고 있다”고 답했다. 여기서 베이징은 중국 정부를 일컫는다.

‘일국양제’는 1997년에 홍콩이 영국에서 반환된 때 중국이 본토와 달리 자본주의를 50년간 유지하고 국방과 외교를 제외한 ‘고도의 자치’를 약속한 제도다. 중국 본토에는 출판, 언론, 집회 등 자유는 없지만 지금의 홍콩에는 있다. 

이번 항의행동의 도화선이 된 ‘범죄인 인도’ 조례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용의자를 중국 본토로 인도할 수 있게 된다. 중국 정부의 의도가 엿보이는 이러한 일련의 경위는 홍콩인들로 미루어 보면 ‘일국양제’의 속절없이 무너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공무원 신분으로 집회에 참석했다는 점에 대해 “전혀 문제될 것 없다. 개인의 시간이니까”라며 말을 아꼈다.
다른 여성 공무원은 같은 홍콩인으로서 학생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공무원으로서 참여한 점에 대해 앞으로 문제가 될지도 모르는데 라는 질문에 순간 당혹스런 표정을 지었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자신의 권리와 자유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정안을 진행한) 캐리 람 장관이 좋은 일을 했다, 덕분에 우리 홍콩인이 단합할 수 있었다”며 농담을 하며 웃었다.

공무원이라는 입장에서 발언이 알려지는 것을 망설이는 듯했지만 이는 기우였다. 오히려 두 사람부터 “홍콩의 목소리를 전해 줘서 감사하다” 사례의 말을 들었다. 남자는 빗속에서 카메라를 돌리는 나에게 자신의 우산을 꺼내주며 도와주기까지 했다.

이들이 집회와 시위에 적극 참여하는 것은 홍콩정부에, 중국정부에, 혹은 국제사회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서다. 지금의 홍콩은 아직 그것이 가능하다. 그것을 못하게 되면 홍콩이 홍콩에서 없어진다. 모두 그게 싫은 것이다.

중국 정부는 홍콩은 중국의 일부라며, 국제사회가 홍콩 정세에 간섭한다면 내정 간섭이라고 분노한다. 그런데 실제로 홍콩 집회에서 모두가 한목소리로 외치는 것은 “홍콩인 힘내라!”이지 결코 “중국인 힘내라!”가 아니다.

■ 집회 후 쓰레기를 자발적 회수하는 모습도

사람들이 사라지는 공원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 분리수거까지 이뤄졌다. 축구 월드컵 등에서 한국과 일본의 서포터들이 쓰레기 줍기를 하고 돌아가는 것은 중국 본토에서도 뉴스가 됐다. 인터넷 댓글에는 중국인들도 배워야 한다는 아낌없는 칭찬이 나온다. 왜냐하면 중국 본토에서는 별로 기대할 수 없는 광경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홍콩에서는 자연스레 쓰레기를 수거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이로한 점을 보더라도 중국 본토의 홍콩인 행태와는 다르다. 뭔가 확대하자고 요구하는 게 아니라 지금 홍콩을 유지하길 바랄 뿐이다. 이것은, 이번 취재에 동행해 광둥어를 통역 해 준 여성은 “홍콩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지금 중국이 홍콩을 소멸시키려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