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G 칼럼] ‘일본에 맞불’… 정치로 풀면 경제는 ‘한숨’

공유
0


[G 칼럼] ‘일본에 맞불’… 정치로 풀면 경제는 ‘한숨’

center
영국의 어떤 정당 대표가 자신의 아내와 함께 미국 뉴욕을 방문했다. 뉴욕에서는 마침 세계박람회가 열리고 있었다.

아내는 박람회에 가서 제너럴모터스가 꾸며놓은 ‘미래의 파노라마’를 구경하고 싶다고 졸랐다. 관람권을 구해달라는 얘기였다.

대표는 아내에게 자신의 ‘정치역량’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아내 앞에서 보란 듯 영국 영사관에 전화를 걸었다. 관람권이 필요하다고 부탁했다.

영사관은 긴장했다. 정계 거물의 부탁이었기 때문이다. 곧바로 워싱턴에 있는 영국 대사관으로 연락했다. 대사관은 런던의 영국 외무부로 급히 타전했다.

전보를 받은 외무부는 주영 미국대사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관람권 2장’ 문제가 졸지에 영국과 미국의 ‘외교현안’이 된 것이다.

미국대사는 다시 대서양 건너편에 있는 뉴욕으로 연락했다. 세계박람회장에 나와 있는 제너럴모터스에 직접 전보를 친 것이다.

“현재 뉴욕에 머무르고 있는 영국 정당의 대표 부부가 귀사의 ‘미래의 파노라마’를 관람하고자 하니 선처바랍니다.”

전문을 받은 제너럴모터스는 대표 부부가 묵고 있는 호텔로 전화했다.
“우리 회사의 전시관을 구경하고 싶다고 하셨지요. 영광입니다. 꼭 구경하시기 바랍니다.”

‘외교현안’은 이렇게 간단하게 해결되었다. 별것도 아닌 문제를 ‘정치’로 해결하려다 보니 두 나라 정부까지 바쁘게 움직였던 것이다.

‘정치역량’을 발휘하지 않고 박람회장의 제너럴모터스에 연락했더라면 관람권 따위는 구하고도 남았다. 정치로 풀려고 하니까 쉬울 문제도 까다로워지고 있었다.

정부가 결국 우리나라의 백색국가 명단에서 일본을 제외했다. 백색국가인 ‘가 지역’을 ‘가의 1’과 ‘가의 2’로 세분화해서 기존 백색국가는 ‘가의 1’로, 일본은 ‘가의 2’로 분류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제 보복에 ‘맞불’을 놓은 셈이다.

우리 정부가 ‘맞불’을 질렀으니, 일본도 무슨 조치를 또 내놓을 것이다. 내놓지 않으면 아베 정권이 흔들릴 것이기 때문이다. ‘싸움’은 아마도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싸움이 길어지면 기업은 여기에 ‘정비례’해서 피곤해질 게 뻔하다. 그렇지 않아도 ‘비상상황’인데, 이제는 ‘장기적인 비상’이다.

대책을 찾고 부품을 확보하려고 동분서주인 기업들은 정부의 ‘간담회’에도 더 자주 불려 다니게 생겼다. 정부가 기업들을 불러 모으면 참석하지 않을 배짱은 없는 것이다.

기업들은 지금 ‘한숨’이다. 다른 말은 들어볼 필요도 없다. 우리나라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고동진 사장이 ‘압축’해주고 있다.

“2015년 사장에 취임한 후 한 번도 임직원에게 ‘내년은 위기’라는 말을 써보지 않았는데 올해 말이 되면 해야 할 것 같다.”

자동차업계에서는 ‘내년’이 아닌 ‘올해’부터 위기인지, ‘감량경영’이 시작되고 있다. 쌍용자동차가 임원을 줄이고 평택공장에서는 자동차 생산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는 보도다. 대표적인 자동차부품업체인 만도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감원에 나서고 있다.

대기업이 몸살을 앓으면 중소기업은 그대로 ‘기절’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어떤 국장의 희망처럼 중소기업들은 “최소 1년”을 버티기가 버거울 것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