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후 6시 전까지 쏟아지던 장대비는 다행히 그쳤다. 경복궁을 마주 본 광화문 북측광장은 수많은 시민들이 자리했다. 광장 곳곳에는 ‘국민주권연대’, ‘노원주민 참가단’ 등 다양한 시민단체들의 깃발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태풍이 북상하는 휴일 저녁이었지만 ‘NO아베’ 푯말을 든 시민들로 광장은 가득 찬 것이다.
멀리 거제도에서 이번 집회 찹석을 위해 왔다는 한 참가자는 “크게 애국을 할 길은 없지만, 마음이라도 이렇게 참여하고 싶었다”며 “아픔이 많은 나라지 않느냐, 모두가 한마음으로 화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앳된 얼굴로 잔디밭에는 두 소녀가 앉아 있었다. 김해 삼방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동갑내기 김모, 이모(18세) 양은 “김해의 소녀상을 지키는 ‘청소년 겨레하나’에서 활동하고 있다”면서 “단체에서 같이 활동하는 분들과 버스를 대여해서 올라왔는데, 이렇게 큰 행사인 줄 몰랐고 신기하다”라고 즐거워 했다.
지하철에서 포스터를 보고 왔다는 직장인 안 모씨(30세)는 “휴일이지만 와야 할 것 같았다”며 “아베가 사퇴하는 날까지 불매 운동에 동참하겠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행사가 시작되자 사람들은 사회자의 요청에 맞춰 ‘강제징용 사죄하라’, ‘침략 지배 사죄하라’, ‘국민의 힘으로 새 역사를 쓰자’ 등의 구호를 힘차게 외쳤다.
평화의 소녀상을 조각한 김서경 작가는 “저희가 만든 ‘평화의 소녀상’이 그 이름에 걸맞은 시기가 온 것 같다”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위해 시위하고 있고, 전 세계 사람들이 연대해주고 있다”라고 연설했다.
최수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chsj9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