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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다양성과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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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다양성과 정체성

박민희 '리더는 결정으로 말한다' 저자
박민희 '리더는 결정으로 말한다' 저자
최근 한국 사회가 직면한 이슈는 다민족 국가로의 전환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9월 말 한국 내 체류 외국인은 251만4159명으로 다민족 국가의 기준인 5%를 충족하고 있으며, 이는 2018년 기준으로 20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외국인 노동자는 앞으로 더 증가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와 함께 우리는 바야흐로 이민 사회를 맞이하고 있다.
인구 소멸이 우려되는 경북 지역에서는 이민정책을 통해 2030년까지 10만 명을 받아들여 이에 대비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한 바 있으며, 실제로 영주시는 글로벌 시티를 선포하면서 이민뿐 아니라 역이민까지 고려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의 다양성에 대한 준비도는 어떨까? BBC에서 2018년에 OECD 27개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6위로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다양성은 사전적 의미로 사람, 아이디어, 물건 등의 차이나 다름을 의미한다.

Cox&Nkomo는 다양성을 '동일한 사회적 시스템 내에 공존하는 서로 다른 집단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의 혼재'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다양성을 개인적 차원에서 본다면 나이, 인종, 성별, 출생지, 학력, 종교, 언어 등을 들 수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간다면 개인의 고유한 경험, 성격, 직업 등까지 포함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단일민족 국가로서의 정체성을 가져왔기 때문에 아직까지 이주 노동자를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다양성과 다문화에 관한 연구들은, 한국에서 이주 노동자들이 조직의 구성원이 되어 일하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한국인의 이질성에 대한 거부감이 이주 노동자들을 포용하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제시한다.
다양성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야 하는 것은 '정체성'이다. 이스라엘 히브리대학의 명예교수인 베리 차쟌은 'The Philosophy of Israel(2016)'을 통해 이스라엘 교육의 관계 철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스라엘이라는 작은 땅에서 일어난 그토록 복잡한 역사적 사건들로 인해 이스라엘 교육의 첫째 질문은 필연적으로 '정체성'에 대한 것이다.

과연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이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 이 질문은 현대 이스라엘에 너무나 중요한 질문이다.

이스라엘 공교육에서 관계의 초점은 이스라엘에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 특히 아랍 시민들과의 우호적인 관계 속에 통합적 시민사회를 이루어 가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다른 역사적 배경, 대립하는 종교적·정치적 갈등 속에 어떻게 하나의 사회, 공동체를 이루어 갈 수 있을 것인가? 지난 30여 년간 '공유 생활 교육(Shared Life Education)'을 통해 지속적으로 유대인과 아랍인의 공유 가능한 경제, 삶의 영역을 넓혀가는 공유 생활 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해 오고 있다. 그러나 2015년 유대인과 아랍인 12~18세 청소년 400명을 대상으로 시행된 설문조사에서 유대인 청소년 35%는 아랍인과 전혀 대화를 하지 않고 있으며, 아랍 청소년은 24%가 그러했다.

관계는 타인에 대한 관심, 거기에서 비롯되는 '다름'에 대한 '인정'이다.

마르틴 부버(1878~1965)는 '나'는 '너'가 없이는 존재할 수가 없다고 말한다. 타자의 존재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도 있는 것이다. 나와 다른 것은 결국 나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정체성은 개인이 자신을 정의하고 타인과 상호 작용하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개념이다.

다양성은 위기가 아닌 다음 단계로의 도약을 위한 기회의 에너지다. 다양성에서 '포용'이라는 개념은 다양성을 부정적인 것으로 보기보다 긍정적 측면으로 바라보자는 관점에서 시작됐다. 우리 사회도 포용과 공존의 관계 철학을 바탕으로 사회적 분리의 공백을 메꾸기 위한 '공유 사회'에 대한 공교육과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본격화돼야 한다.

소시오크라시, 갈등과 중재의 언어 이마고 대화, 반대를 다루는 토론 방법 등 공동체적 조직문화를 구축할 수 있는 많은 프로그램이 이미 존재한다.

성과만을 향한 직선적 질주를 멈추고 조금 더디더라도 원형적인 성숙과 성장을 향해 갈 때다.


박민희 '리더는 결정으로 말한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