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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한도제한계좌 내달부터 日 출금액 30만→100만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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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한도제한계좌 내달부터 日 출금액 30만→100만 확대

인터넷뱅킹·ATM 30만원→100만원
창구거래 100만원→300만원

한 은행의 내건 '한도제한계좌' 해지 요건. 사진=정성화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
한 은행의 내건 '한도제한계좌' 해지 요건. 사진=정성화 기자
# 전업주부 A씨는 지인으로부터 목돈을 받을 일이 있어, 은행 앱에서 새롭게 계좌를 만들었다. 지인으로부터 1000만원이 입금된 것을 확인한 A씨는 이를 다른 계좌로 옮기려고 했지만 신규계좌 한도제한에 걸려 하루에 30만원까지 밖에 이체할 수 밖에 없었다. A씨는 계좌를 개설한 은행에 문의했지만 각종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하며 한도 상향을 거부했다. A씨는 "내 돈 1000만원을 찾는데 30만원씩 한달이 넘게 걸리는 경우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달부터 은행 앱에서 계좌를 새로 개설하면 1일 인터넷뱅킹 이체한도가 3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늘어난다.
한도제한계좌는 지난 2016년 보이스피싱·대포통장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도입됐지만 국민 경제활동의 과도한 불편함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제도는 유지하면서 불편함을 줄이는 방향으로 개선이 이뤄지는 것이다.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은 다음달 2일부터 금융당국의 개선 요청사항을 반영해 한도제한계좌 이체한도를 확대한다. 은행들은 한도제한계좌 보유 고객들에게 이같은 사실을 공지한 상태다.

다만 일부 은행들은 전산 구축 과정을 거쳐 다음달 중 한도 상향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영업점 창구에서 이체·인출할 수 있는 한도가 기존 1일 1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늘어나고, 인터넷뱅킹과 ATM기기 거래는 각각 3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확대된다.

한도제한계좌는 처음 개설된 계좌는 대포통장으로 쓰이거나 보이스 피싱 피해를 당할 우려가 높기 때문에 이를 차단하기 위해 도입됐다.

문제는 한도제한계좌로 인한 금융사와 소비자간 마찰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한도제한계좌에 대해 잘 모르는 소비자가 처음 계좌를 만들고 무심코 거액을 넣었다가 길게는 6개월 이상 자금이 묶이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직장인은 소득금액증명원 등을 제출하는 것만으로 손쉽게 제한을 풀 수 있지만, 직장이 없는 대학생이나 전업주부, 고령층 등은 한도를 푸는 것이 어렵다는 점도 불편사항으로 지적됐다.

실제로 지난 2월 만기를 맞은 청년희망적금을 인출하려던 청년들이 한도제한계좌로 인출이 어렵자 금융당국이 직접 나서기도 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청년희망적금 한도제한계좌와 관련해 "청년의 보유 계좌가 보이스피싱 등에 이용되는 특이한 정황이 없는 한 과도한 금융거래 제한으로 인해 청년도약계좌 가입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조치를 이행해달라"고 은행권에 당부했다.

아울러 한도 해제를 위한 조건도 은행, 영업점별로 제각각이라 혼란스럽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 은행은 한도 해제를 조건으로 대출·적금 가입을 요구하거나 카드를 만들고 쓰게 하는 등 영업적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민원이 계속되면서 지난해에는 국민권익위원회가 금융위원회에 제도 개선을 권고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은행권과 적절한 한도를 논의한 결과 대부분의 송금 한도가 80만원 수준에서 이뤄지다는 점을 고려해 100만원으로 상향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한도제한계좌 제도 자체는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편이다. 신종 금융사기들은 나날이 발전하는데 새로 개설된 계좌에 인출한도를 부여하지 않을 경우 고령층의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금융사기들이 계속 진화하고 있고 한도제한계좌가 없으면 사기범들이 사기 수익금을 얻기 휠씬 수월해진다"면서 "대규모 사회적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